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충혼당 참배

2022.11.6.

요한 씨의 기일을 맞아
2년 동안 코로나 방역을 위한
참배금지가 풀린 국립현충원
충혼당을 찾았다..

깨끗하게 정리된 묘역엔
줄을 바꿔가며 분홍과 노란색의 꽃들이 가지런히 꽂혀있어
현충원을 지키는 분들의 순국열사들에 대한 꼼꼼하고 섬세한
예우에 고마운 생각이 크다.

오전 9시부터 개장되는 현충원..
일요일이라 참배객들이 많을 것 같아 집에서 7시 30분 전철을 탔다.

귀국 후 코로나 후유증인지
지금껏 식사를 못하고 어지러움이 심해 택시를 타려고 생각하니
예상요금이 거의 2만 원..

마음을 다잡고  무조건 고속터미널에서 9호선을 갈아타고 동작동에서 내리면 운동삼아 천천히 걸어 올라간다고 생각했는데 동작역의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고 하다 보니 다리가 꼬이고 땅속에서 내 발을 붙잡고 있는 듯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거친 숨을 쉬며 충혼당을 향해
구불구불 오르막길 오르면서
이제는 내 나이가 남편을 만나러 가는 길이 이렇게 힘들구나 싶어
서글픈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일찍 서둔 덕분에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제례실에서 느긋하게 잔도 올리고..
그러고 보니 젓가락도 빼먹고
왔네
아이들도 다 잘 있다고 소식 들려 드리고 3층 봉안실에 올라
요한 씨에게 삼배 인사를 올리고 나니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나도 죽으면 그 옆자리로 가겠지..

아이들 삼 남매는 모두 미국에 사는데 찾는 이 없는 이곳에 봉안되는 게 맞는 건가?
돌아오는 길은 온갖 상념으로
머리가 복잡해져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현충원 둘러보는 것도 잊어먹었다.

어떤 피맺힌 모정.. 아드님에
대한 애달프고 절절한 편지를 다시 둘러보고 왔어야 하는데..

오늘따라
굴러 다니는 낙엽들이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괜스레 마음이
처연해지는 날이다..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ST.PETER and PAUL . Catholic Church.  (0) 2023.01.28
리버 워크 산책길  (2) 2023.01.28
온누리 오리장작 구이집  (0) 2023.01.28
눈물겨운 생일 선물  (0) 2023.01.28
어릴적 추억이 담긴 옛 집  (0) 2023.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