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재의 수요일 자선, 기도, 단식
1.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공식적인 미사가 없어 이렇게 과학적인 기술을 통하여 인사드립니다. 미사가 없다는 것은 참으로 큰 슬픔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성체로 통하여 모시지 못한다는 것은 큰 아픔이기도 합니다. 특히 매일미사를 참례하시는 분들에게는 절망에 가까운 일이기도 합니다.
2.부디 이 사태가 빨리 끝났으면 합니다. 종교자유가 선포된 이래 공식적인 미사가 없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이 박해시대도 아닌데 우리는 느닷없이 바이러스박해시대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3.이 사태에 뭔가 뜻이 있으실텐데~~ 아마도 우리모두가 우리의 삶의 모습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우리의 신앙생활을 자각하라는 메시지가 아닌가 합니다. 자숙을 한다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 하는 것임과 동시에 우리의 영적인 생명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그저 맥없이 걱정과 두려움속에 지내지 마시고, 이럴때일수록 더 더욱 마음의 힘을 발휘하여 하느님의 말씀안에서 힘을 얻고, 좀더 깊고 진지한 기도를 통하여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하느님을 깨달을 수 있는 진정한 은총의 시기, 사순절이 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4.오늘은 특별히 재의 수요일입니다. 이마에 재를 얻으면서 사람아,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는 말씀이나 회심하여 복음을 믿으십시요라는 말씀을 듣습니다. 공식적인 전례는 없지만 오늘 하루종일 성당 제대앞에 재가 마련되어 있으니 개별적으로 오셔서 스스로 기도문을 외우시고, 자신의 머리에 재를 바르셨으면 합니다.
5.인간은 대단한 존재입니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먼지만도 못한 존재이지만 그 먼지만도 못한 존재에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얼을, 당신의 모상을 심어주시고 끊임없이 그 원천, 고향, 본향을 향하도록 인간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 하느님의 사랑 때문에 인간은 대단한, 존귀한 존재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 때문에 그리 된 것입니다. 그 사랑이 없다면 인간은 정말 하찮은 존재, 미물에 불과할 뿐입니다. 흙에서 빚어주셨지만 그 흙에 하느님께서는 온갖 정성과 애정을 다해 당신의 혼을 불어 넣어 주신 것입니다.
6.이토록 귀하게 빚어진 인간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인간에게 당연히 있는 욕구가 욕심으로, 그 욕심이 탐욕으로 변해 인간이 인간을 파괴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선함대신 악함이, 정의로움대신 불의함이, 아름다움대신 추함이, 자비로움대신 포악함이, 사랑대신 무관심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가진 사람은 가진대로 불행하고, 없는 사람은 없는대로 고통스러운 세상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7.돈과 명예와 권력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삶의 기준이 바뀌어 버린 것입니다. 하느님대신 세상을 향하여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광야에서 유혹하던 사탄의 시대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쟝글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8.깨어 있어야 할 때입니다. 자기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그 안에 계신 하느님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이 세상의 허상을 정확히 식별하고,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통하여 주시는 진리를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앞날은 낙관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9.오늘 복음을 통하여 교회는 세가지의 지침을 우리에게 주고 계십니다. 첫째는 자선, 둘째는 기도, 셋째는 단식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위선자들처럼 쇼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 세가지의 덕행은 하느님께 향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 세상을 향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자선을 해야 하는데 잘난 척하는 자선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 되고 맙니다. 기도를 해야 하는데 남들에게 보이려고 하는 기도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합니다. 단식을 해야 하는데 열심한 척 하는 단식은 아무런 공로도 되지 못합니다.
10.요즘에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한다고 하면서 있는 척, 잘난 척, 멋진 척을 합니다. 다 자기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그런 좋은 일들은 결코 하느님앞에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진정 하늘에 보물을 쌓은 자선, 기도, 단식은 하느님을 향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11.하느님이 알아주시는 덕, 세상사람들이 몰라줘서 때로는 억울하고, 속상하기도 하지만, 하느님께서 알아주신다면 그것으로써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복된 사람인 것입니다. 세상과 사람들은 시간이 가면 다 허무와 같은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잘보이기 위한 내 삶의 노력은 다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쓴웃음만이 남을 것입니다. 진정으로 나의 힘, 내 삶의 보람이 되는 일은 바로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일, 즉 하느님의 의로움을 구하는 일,. 다시말해 하느님의 뜻을 추구하는 일뿐입니다. 내가 하느님의 뜻을 추구함으로써 그분의 의로움을 이룬다면 하느님께서는 내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선물들을 내 인생에 허락하실 것입니다. 그 선물들로써 나는 보다 세상에 대해, 사람들에 대해 자유로와질 수 있을 것이고,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의 자녀로서 당당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기쁘게 살아나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12.교우 여러분, 많이 힘들고, 걱정스런 나날들이 계속이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굳게 믿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시련속에 숨어계신 하느님의 뜻과 그 사랑을 또한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13.보이는 이 세상에 연연하지 말고,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를 진정 사랑하시는 하느님께로 우리 삶의 방향을 돌립시다. 그것이 진정한 회두, 회개인 것입니다.
14.이 사순절에 말씀이 우리를 지켜주시도록, 말씀이 우리를 변화시켜주시도록 간절히 기도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오늘도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문래동 교우들을 지켜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
참고로 한가지만 더 첨언합니다.
성당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공식적인 전례는 할수 없지만 개인적인 기도는 언제든지 하실 수 있습니다. 이럴때일수록 성체앞에서의 개인적인 기도를 많이 바쳐야 할 것입니다. 십자가의 길도 개인적으로 언제든지 하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기도문도 자주, 시간이 나실때마다 바쳐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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