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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복되십니다.향기로운선한목자

성령 강림 대축일 2018. 본당의 날

성령 강림 대축일 2018. 본당의 날

 

1.온 천지를 뒤덮던 미세먼지가 사라졌습니다.. 미세먼지가 있는 날은 눈이 맵고, 코가 막힙니다.. 숨을 제대로 쉬기가 어렵습니다.. 돌풍과 폭우가 우리를 놀라게 했지만 덕분에 미세먼지가 사라지고 아름다운 봄햇살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파란 하늘들, 그 하늘위에 떠도는 하얀 구름들이 부드러운 바람과 함께 잘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2.지난 주간 저는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제가 군종신부를 마친 뒤 첫 본당으로 발령받은 곳이 개봉동 성당이었는데 그 성당이 설립 40주년을 맞았습니다.. 강사로 초빙되어 열강을 하고 왔죠.

또 어제는 개봉동 성당에서 저에게 세례받은 교우자제의 혼배가 있었습니다.. 떠난지 20년이 넘는데도 아직도 저를 기억해주는 많은 교우들이 있음에 크게 감동하였습니다..

 

3.사람에게는 육체적인 피로가 있고, 또 정신적인 피로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사제들에게는 영적인 피로가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부족하기만 한 인간인 사제들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그 마음속으로 전달된다고 하는 것은 참 기묘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그 강력한 힘이 사제들을 통해 전달되는 것입니다.

저도 제가 전에 했던 강론들을 다시 읽어보면 하느님의 위대하신 힘을 새롭게 느낄때가 많습니다.. 아니 내가 어떻게 이런 말씀들을 전했지? 하는 전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강론을 준비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하느님의 힘과 은총이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참 묘하고, 신비스럽습니다.. 확실히 하느님께서 교우들의 마음속에 하시고 싶은 말씀을, 그 힘을, 그 은총을 사제를 통하여 전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사제는 얼마나 하느님의 신비앞에 겸허해져야 하는지를 새삼 생각해보게 됩니다.. 미약한 인간이 하느님의 신비앞에 있다보니 사제에게는 영적인 피로가 있게 마련입니다.. 지나치게 영적인 힘을 쓰면 정말 온몸이 얻어맞은 듯 힘이 없고, 맥이 쭉 빠져버립니다..

 

4.아시다시피 저는 그저 형식적으로,옛날의 것을 베껴서 하지는 않습니다.. 그때 그때마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준비합니다.. 마치 엄마가 식구들을 위해서 온갖 정성을 다해 식사준비를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은 뭘 먹이지?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어떤 음식이 도움이 될까? 어떻게 하면 건강해질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고, 생각하고, 기도하게 마련입니다..

 

5.영적인 피로가 누적되면 정말 만사가 귀찮아 지고, 힘들어 집니다. 아무리 쉬어도 그 피로가 회복되지 않습니다.

 

6.그러나 오늘 성령강림대축일에 부속가에서는 이렇게 말씀해주시고, 위로해주십니다..:가장 좋은 위로자, 영혼의 기쁜 손님, 저희 생기 돋우소서.. 일할때에 휴식을, 무더위에 시원함을, 슬플때에 위로를. 영원하신 행복의 빛 저희 마음 깊은 곳을 가득하게 채우소서.

 

7.성령께서는 우리 삶의 모든 노고에서 오는 온갖 피로들을 다 풀어주십니다.. 주님도움 없으시면 저희 삶의 그 모든 것 해로운 것뿐이리라.라는 말씀처럼 이 세상의 어떤 위로도, 기분좋은 일도, 잠시뿐이고, 영혼의 저 깊은 곳에서의 피로는 풀어주지 못합니다.. 오직 성령의 위로만이, 성령의 기쁨만이, 성령의 행복만이 존재 깊숙이에 있는 피로를 풀어줄뿐입니다..

 

8.왜냐하면 우리 인간은 그 창조처음부터 하느님의 숨결, 즉 성령의 힘으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진흙과 같은 허무한 존재에 당신의 숨을 불어 넣으십니다.. . 그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 세상의 허무한 물질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그 흙에 하느님의 숨이 들어가자. 생명이 솟구치기 시작합니다.. 그안에 심장이 생겨 뛰기 시작하고, 온갖 장기들이 움직이며, 숨을 쉬기 시작합니다.. 또 정신적인 사고를 하게 되고, 영적인 힘을 갖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무의미하던 자연만물도 당신의 숨결이 닿게 되자, 자연의 생명력과 신비스러움을 갖게 됩니다... 인간에게는 애정이 가득찬 숨을 불어넣으시고, 자연에게는 능력이 가득찬 숨을 불어넣으십니다..

 

9.이 세상의 모든 생명들은 다 하느님의 숨에 의해서 시작되고,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숨결을 받아 태어난 인간도 숨은 목숨과 같은 것입니다..인간이 숨을 쉴 수 없다는 것, 그것은 최대의 고통입니다. 물과 음식이 없어도 인간은 일정한 시간을 버텨낼 수 있지만 숨은 3분만 쉬지 못해도 뇌사상태나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10.즉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내쉬는 들숨과 날숨에는 우리의 생명이 달려 있는 것이고, 이것자체가 바로 하느님의 숨결과 연결되어있는 것입니다.. 즉 하느님은 우리가 숨쉬는 것처럼 우리와 정말 가깝게 계시는 것이고,, 우리의 죽고 사는 문제가 달려있는 분이신 것입니다.. 달리 이야기해서 우리가 매순간 쉬는 숨처럼 하느님은 우리의 생명이신 것입니다.. 숨을 쉬지 않으면 살 수 없듯이 하느님없이는 살수 없는 것이 바로 인간의 근본적인 본질인 것입니다.

 

11.살다보면 숨을 쉬지 못할 만큼 힘들고, 어려울 때가 있게 마련입니다..

 

12.정말 숨쉬기 어려운 삶의 체험도 많았지만 특히 휘말라야에서의 그 상황이 다시 떠 오릅니다. 그때의 순례기를 다시 보게됩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작을 하였지만 이내 온 몸에 피로와 고통이 몰려 옵니다.. 어제보다 더 힘이 듭니다.. 땀은 오듯 흘러내리고, 아름다운 계곡의 풍광이 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저 고통 그 자체입니다.. 후회가 됩니다.. 괜히 왔구나, 마음속에 번민이 생깁니다.. 왜 이렇게 일정을 힘들게 잡았을까? 원망이 생깁니다..

 

너무 힘들다 보니 생각이 바뀌어집니다.. 그래 시간이 되면 도착을 할 수 있는거야,, 시간아 흘러라... 그 시간까지는 어쩔 수 없이 이 과정들을 거칠 수 밖에 없는거야,,

 

너무 힘들다 보니 걷는 태도가 바뀝니다.. 그래 내가 걷는 게 아냐,,, 주님이 걸으셨던 길이고, 성인성녀들이 걸었던 길이야.. 어쩔 수 없이 걸어야만 하는 길이야... 어느샌가 고통스러운 내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누군가가 내 발걸음을 통해 대신 걷고 있는듯한 이상하고도, 신비스러운 체험을 합니다...“

 

13.저는 그 절박하고도, 고통스러운 순간에 나름대로 신비스러운 체험을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체험은 바로 성령의 체험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나 대신 내 발걸음을 통해 걷고 있는 듯한 느낌... 그분은 바로 성령이셨던 것입니다..

 

14.비단 산에서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속에서도 정말 숨조차 쉬기 힘든 고통이 있게 마련입니다...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때 자기자신만의 힘으로는 절대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살려면 하느님을 찿아야 합니다.. 살려면 자신을 벗어나야 합니다.. 살려면 성령께서 함께 해주셔야 합니다.. 어떤면에서는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서,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을 만나게 해 주시기 위해서 그 극한의 삶, 그 숨도 쉴 수 없는 고통을 허락하시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15.부속가에서 계속 말씀하십니다.

허물들은 씻어주고, 메마른 땅 물주시고, 병든 것 고치소서.

굳은 마음 풀어주고, 차디찬 맘 데우시고, 빗나간 길 바루소서

 

16.성령께서는 겹겹이 쌓인 우리 인생의 허물을 깨끗이 씻어주십니다.

메마르기만 우리 마음의 땅에 생명이 돋아날 수 있는 생명수를 뿌리십니다.

살다보면 몸에 병이 드는 것처럼, 우리 마음의 병, 영혼의 병을 고쳐주십니다.

사는 것이 힘들다 보면 마음이 굳어지게 마련인데, 그 헛된 세월로 인한 마음의 굳어짐을 풀어주십니다..

사는 것이 고통스럽다 보면 마음이 차거워질 수 밖에 없는데 따뜻한 마음, 온화한 마음, 자비로운 마음으로 바꾸어 주십니다..

오기로, 고집으로 인생의 방향을 잘 못잡고, 살아갈 수 있는데 그 모든 것을 이해하시고, 바른 인생의 길로 다시 이끄십니다..

 

17.성령께서는 하느님의 숨결임과 동시에 우리 삶의 숨결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분없이는 단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는 것입니다.. 산다 하더라도 단 3, 고통속에 헉헉대며 죽어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18.우리가 쉬는 숨안에 하느님의 숨결이 있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성령의 숨결임을 생각해보도록 하십시다.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 넣으며 말씀하셨다. 셩령을 받아라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