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5주일 2018.안병국 요셉 새신부 첫미사
1.명일동 본당을 떠난지 4년반만에 오늘, 안병국 요셉 새신부님의 첫미사에서 다시 명일동 신자 여러분을 뵙게 됩니다..
2.반갑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3.얼마전 사진 자료를 정리하다가 저의 25주년 기념 영상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뭔지 모를 감동에 가슴이 울컥하였습니다..
“명일동에서 참 사랑을 많이 받았구나.. 그 큰 사랑들에 대해 깊이 감사하지 못했구나.. 내가 참 많이 교만했구나” 하며 가슴이 져미어져 갔습니다.. “그때 좀더 감사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진정으로 교우들의 따뜻한 마음을 더 알아주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후회가 가슴 가득히 일었습니다..
4.정말 명일동 본당은 제 사제삶에 있어 가장 보람되었던 시간들이었고, 가장 추억이 많았던 곳이었으며,, 가장 많은 사목적인 보람과 기쁨을 느끼던 아름다운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 아니었나 새삼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야말로 사제로서 하고픈 일들은 아마 거의 다 해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5.한사람, 한사람이 다 소중하고, 함께 한 시간들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함께 이루어낸 일들속에서 너무나 행복하고, 고마웠었습니다.
6.이제 제가 있을때의 7명의 신학생중에서 마지막에서 두 번째였던 안병국 요셉 신부님의 첫미사에 함께 하니 참으로 감회가 남다릅니다.. 유동철 신부, 강철호 신부, 김현준 신부, 박기훈 신부, 문필정 신부, 그리고 오늘의 안병국 신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 내년이면 부제품을 받을 김영우 신학생,,, 한사람, 한사람을 또올려 보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있을 때 꼬맹이 복사였는데 이제 으젓한 새내기 신학생이 된 임계진이도 참 대견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7.무슨 말로 어떻게 축하를 할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편하게 편지한통 써보기로 하였습니다..
8.“병국아 아니 이제는 병국 신부님이구나! 진심으로 축하한다..
10년전 네가 신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 그해 여름이 끝나갈 즈음에 너를 처음 보게 되었지... 명일동에 오니 참 여러 가지로 색다르더구나.. 성당도 크고,마당과 잔디밭도 넓고, 신자도 많고,해야 할 일도, 하고픈 일들도 참 많았단다.. 그런데 신학생이 6명이나 된다는 사실에 한편으로는 너무 놀라고, 뿌듯하기도 하였단다.. 너는 맨날 형들에게 놀림을 받았지... 야 2018년이 언젠 오냐? 과연 그때가 오기는 오는거야? 그러면서도 너는 항상 형들에게 너무나 귀엽고, 듬직한 동생이었던거 같애... 잘 생겼지, 농구도 잘하지, 공부도 잘하지, 영어도 잘 하지..멋있고 듬직했기에 형들은 너를 놀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기도 하였지... 방학때만 되면 함께 맛있는 거 먹으로 가고, 새벽미사후에는 해장국도 곧잘 먹으로 갔지, 또 스키장도 가고, 수영장도 가고, 영화도 보러가고, 참 많이도 다녔구나!
나는 너희들과 함께 있는 것이 너무 좋고 행복해서, 그때는 지갑이 비는것도 조금도 아깝지 않았단다.. 특히 백두산에 함께 갈때는 여섯명이 모두 함께 할 수 있었지... 그때의 그 백두산 천지를 바라보던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단다.. 너도 그 맑디 맑은 천지가 기억나지! 너는 새파란 1학년이면서도 형들이 번지점프를 할 때 중국은 기본을 믿을 수가 없어 번지점프를 하지 않겠다던 너의 당당함이 오늘 새삼 기억이 나는구나! 너는 참 맑은 심성과 차분함, 침착함, 어떤 상황에서든 흔들리지 않는 당당함등을 천성으로 갖고 태어난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단다... 너희 6명이 또 나중에 합류한 영우까지 7명이 마치 형제들처럼 사이좋게 잘 지내는 모습이 나는 너무나 보기 좋았고, 행복했단다.. 그래 한 본당에 신학생이 많으니 여러가지로 좋구나... 서로 마음도 나누고, 어려운 일에 조언도 받고, 서로 재미도 느끼니 그 어려운 성소의 길을 단 한사람도 탈락하지 않고 함께 갈수 있는 거구나! 라는 느낌들이었단다..
그러나 성소의 길은 만만치 않았지! 아무 문제도 없을것만 같던 너의 신학생들의 삶에 질투의 여신이 끼여들었지... 잘 살고 있던 맏형 동철이가 어느날 신학교에서 음주 및 폭행사건에 연류되었지.. 그껀만 해도 으악 소리가 나오는데 현준이까지 엮였다는 소식에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단다.. 동철이는 부제품 보류, 현준이는 착의식 보류라는 중징계에 나는 할말을 잊었단다.. 신학교 동창신부에게 어찌 이럴 수 있냐고 따져 보았지만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동철이는 한동안 나에게 참 미움을 많이 받았지! 지금도 후회된단다.. 내가 조금만 더 부성애를 갖고 따뜻이 대해 주지 못한게 지금도 마음에 걸린단다.. 그때 그해의 방학은 참으로 차거운 겨울이었지... 그러나 동철이는 그 인고의 시간을 너무나 잘 견뎌주었고, 현준이도 그 억울함을 주님안에서 잘 이겨나갈 수 있었음에 하느님께 감사드렸고, 너희들에게도 몹내 고마웠단다... 또 철호를 생각하면 참 후회스러움과 아쉬움이 많단다.. 어느날 방학때 함께 스키를 타러 갔었지.. 너와 기훈이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키장에서 훨훨 날아 다니는데 현준이와 철호는 기초단계 강습이 필요했지.. 기초연습이 끝난뒤 철호는 나와 함께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데 내리는 곳에서 나의 발과 철호발이 엇갈려 둘다 넘어지고 말았지.. 그런데 나는 멀쩡한데 철호는 일어나지 못하는 것야.. 급기야 패트롤까지 불러야 했지.. 결국 철호는 발에 깁스를 하고 그 해 겨울을 힘들게, 고통스럽게 지내야 했지.. 참 후회된단다.. 그때도 좀더 따뜻하게 안아줄걸.. 때로는 차겁게, 냉정하게, 매몰차게 대했던 것에 대해서 늦게나마 용서를 빈다... 나는 좀더 신학생들이 좀더 강하고, 좀더 똑똑하고, 좀더 덕이 있기를 욕심냈던 것 같구나... 현준이도 서품받기 직전에 어느 술자리에서 또 가슴아픈 시간을 겪어야 했고,,, 필정이는 부제품 전후에 성소에 대한 심각한 내적인 도전의 시간을 또 견뎌내야 했지...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형들의 아픈 시간에 병국이 너도 참 많이 힘들었을 것 같구나...
동철이, 철호, 현준이가 서품받은 이후에 병국이 너와 필정이 그리고 나 이렇게 단촐하게 스키장을 갔었지... 스키후 오리고기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너희 둘이 일어서더니 “신부님 간절한 부탁이 있습니다. 꼭 들어주셔야 합니다” 갑작스런 너희들의 태도에 나는 좀 당황했단다. 무슨 얘긴데 일단 들어보자 “신부님 저희 둘은 아버지 신부님이 계시지 않습니다.” 그래! 누구셨는데// “돌아가신 박인선 신부님이 아버지셨습니다.. 그러니 신부님께서 아버지 신부님을 해주십시오”라고 간절히 청하는 너희의 그 심각한 표정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단다.. 그래, 그렇구나.. 하면서 나는 그 청을 들어주어야 하겠다고 결심했단다.. 그래 그러면 지금부터 내가 너희들의 아버지다!!! 예 신부님 감사합니다.. 아들로서 정식으로 한잔 올리겠습니다.. 너희 한잔 술은 참으로 달콤하고, 뿌뜻했단다..
그런데! 그런데 ! 평소 술을 잘 하지 못하던 병국이 네가 그날 밤에 감히 내 주량과 맞설줄이야! 너무 기분이 좋고, 기뻐서 마신 술이 그날 밤 너를 정말 엄청나게 괴롭혔지... 넘어져서 얼굴이 까이고, 밤에 온갖 고통에 시달리고,, 아침에 나를 보기가 민망했을꺼야! 참 아들 얻기 힘들구나! 하면서 어쩌겠냐! 내가 다 받아주고 용서해주는 수 밖에 없었지.. 보통의 내 성격에는 내 앞에서 술을 이기지 못하면 잘 용서하지 못하는데 아들앞에서는 내 성격도 꺾이더구나!
참! 사제가 된다는게 뭔지!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더니 참으로 힘든 일들이 많았구나... 그러나 생각해보게 된단다.. 신학생때의 어려움은 더 큰 어려움과 고통을 준비하는거란다.. 사제는 예수님의 길을 가는 것인데 예수님의 길이 어떤 길이야? 고통과 가시밭길이지.. 자기를 죽이고, 포기하는 길인데 어찌 쉬울 수가 있겠니? 사제가 받는 영광과 인정, 칭찬은 그저 겉껍데기일뿐이야! 그것을 향해 가서는 절대로 안되지.. 예수님의 길을 가니 하느님께서 지치지 말라고 격려해주시는 것일뿐이야! 우리가 가야하는 본질적인 길은 어렵고, 힘들고, 지치는 길이지.. 그야말로 죽음의 길이지.. 그런데 그 죽음은 다시 살아나는 부활의 길이야... 죽었을 때 혼자 죽으면 안되지.. 예수님과 함께 죽어야 예수님과 함께 부활할 수 있지... 사제는 서품식때만 죽는게 아니란다.. 평생 죽어야 하는거지.. 끊임없이 되살아나려는 자신의 본능에 맞서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주님없이는 거의 먼지와 같은 존재입니다.. 하면서 평생토록 그분을 깨달아가는 과정인 것 같구나! 이제 더 더욱 힘들고 고통스러울거야! 그런데 그 아픔들을 통해서 우리의 교만이 깨져가는 것이고, 하느님을 알아뵙는 겸손이 커져 가는 것일거야.. 나는 갈수록 작아져야 하고, 그분께서는 갈수록 내안에서 커져가야 하는 것이지...
9.병국아! 아니 안병국 요셉신부님!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신부님이 되지 마시고, 교회와 하느님을 위한, 하느님께서 아끼시고, 사랑하시는 신부님이 되시기 바랍니다.. 하느님께서는 마음속의 심지를 보시는 분이시니 신부님은 충분히 그리 되실 것입니다... 세상의 삶의 방식을 벗어 던지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세상의 방식대로 재물과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자 되어 모든 사람을 섬기며 하느님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우리가 하느님을 선택하면, 그분의 삶의 방식을 따르면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는 충분하게 채워주실 것입니다.. 걱정이나 두려움은 다 던져버리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욕심이나 야망도 다 던져버리십시오.. 오로지 나의 삶을 하느님께서 어떻게 이끄시는지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우리 각자에게 맞는 사제의 길을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그저 겸허한 마음으로 그 길을 따라가면 됩니다... 이제 나만의 사제의 길은 때론 어둠과 안걔에 싸여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고, 갈등과 번민,. 방황의 시간도 보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온갖 악을 통해서도, 어둠을 통해서도, 인간의 부족함을 통해서도 당신의 일을 하시는 오묘하신 분이심을 하루빨리 터득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을 가기도 하겠지만 하느님께서는 바로 나를 통해. 나의 사제직을 통해 당신의 일을 하신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어떤 업적도 중요하겠지만 하느님께서는 무엇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맺어지는 열매를 더 기뻐하신다는 사실을 마음에 깊이 새기시기 바랍니다.. 부족한 나를 통해, 비참한 나를 통해 하느님께서 이 엄청난 당신의 일을 하신다는 사실에 풍요로운 자부심을 갖고, 깊은 내적인 기쁨을 갖고 이제 한발 한발을 내딛으시길 바랍니다..
10.이곳의 깊은 믿음속에 살아가시는 신자분들의 기도가 그 발걸음을 지켜줄것이고, 하느님의 도우심과 은총으로 그 거룩한 사제의 길을 잘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있었는데 예수님께서 그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이 가셨다.. 그러자 그 부인은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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