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을 내리...
아침 안개와 미세 먼지로 인하여
강 건너 그림같이 줄 지어 선
압구정동의 아파트군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유리창 한 가득
희 뿌연 안개먼지가 시야를 가리니
어찌나 가슴이 답답하던지..
내 마음속에 낀 안개같은 슬픔도
들여다 보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지난 한 해가 생각하면 왜 그리 힘들고
견디기 힘든 고통처럼 느껴졌던지...
가슴 한편에 먹장구름같은 안개를
껴 안고 살아온것같아
되돌아 보면
까닭없는 슬픔과 우울증은
내가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인가 보다.
하루 왼 종일...
문 밖 나서기를 두려워하며
딱히 할일도 없이 TV앞에 넋을 놓고
앉았다가 누었다가
잠 들었다가 깨었다가
아..정말 내가 왜 이러고 살고 있는지
월요일 수요일이면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몇년동안 참으로 열심히 다니던 장구수업도
귀국후 단 한번 나가고는
나 몰라라 팽게치고 두문불출하고 있으니
언니 어디 편찮으세요?
장구교실 어머니들의 빗발치는 전화에도
묵묵부답
대답조차 하기 싫어진다.
아무래도 내 몸은
감당키 어려운 일상에 너무 지친 나머지
이제는 정말 휴식이 필요하다고
소리없는 몸부림을 치는건 아닌지..
오랫만에...
어서 마음 추스리고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먹구름이 드리워도 이렇게 멋 진 풍경이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나를 유혹한다.
나들목을 나가 한강변을 따라 걸으니
깊어가는 가을을 찬미하는듯
소슬바람에 일렁이는
황금빛 아름다운 갈대들의 향연이 눈 부시고
자전거를 타고 씽씽달리는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도 너무 멋 있다.
살곶이 다리 가까이 수심얕은 곳엔
석양에 홀로 선 왜가리 한마리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듯 아름답고
한남대교
교각에 메어놓은 두 척의 보트도
오늘 따라 왜 이리 정겹게 보이는지
복잡한 내 마음일랑 저 배에 실어
멀리멀리 떠나 보내고
깃털처럼 가볍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즐거운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하는생각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아무래도 나는
나이에 맞지도 않는
가을몸살을 심 하게 앓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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