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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1.36년지기 아줌니들 동남아로 고고씽~


서기 2006.5.16일


큰아이를 6살에 유치원에 보내면서 알게 된 자모들의 모임이 

올해로 벌써 36년째…

열명이 만나기 시작한 후로 IMF를 겪으면서 한 사람이 빠져 나가고 

지금껏 친목계는 삼 노끈보다 더 질기게도 이어 오고 있다.


길 흉사 간에 그래도 친구 밖에 더 있을까

가까운 친척 형제 자매보다 어떨 땐 이런 친구들이 더 살가울 때가 많다.

서로 서로 숫가락 몇 개인지 무슨 살림 언제 장만 했는지..

하다못해 언제 무엇 때문에 부부 싸움 했는지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지 조차 뚜루루 꿰고 있는

우리는 만년 동반자 들이기 때문이다.


만나서 딱히 하는 일도 없지만

그래도 안보면 서운하고 뭔가 궁금하고 허전하다고 할까?

매달 11일이면 뉴코아 백화점의 식당가 일식집 으로 발걸음이 저절로 옮겨진다

한 달 만에 만나는게 정상 이지만… 혹은 두 달 만에…

나처럼 아이들한테 갔다 오면 6개월 만에 한번씩 얼굴을 내밀지만

어쩌면 쌓인 이야기들이 그리도 많아 미쳐 이야기 다 하기도 전에…

십원짜리 고스톱 본전도 찾기 전에 지는 해를 원망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릴 때가 많다.


나야말로 만년 개평꾼에 심부름꾼 노릇이나 하지만...


이야기 라고 해 봐야 별 다른것도 없구만…

젊어서는 남편 자랑 자식 자랑에 입에 침이 마르기도 했지만…

니신랑이 잘났냐?

내신랑은 더 잘났다…

니 아들이 잘 났다고?

내 아들도 만만찮어 왜들 그려.하면서

서로 지고는 .기죽고는 못산적도 많았다.

그런데 아.더.매.치.는 어디다가 버려두고

36년 죽마고우가 되다보니 한시도 못보면 보고싶어 안달이다.


지금처럼 환갑 나이가 되면 체면이고 뭐고가 아예 없어져 버려서 일까

주위에서 줏어들은 온갖 우스개 소리 에서 부터

인터넷에 떠다니는 온갖 쓰잘데기 없는 시시한 이야기들도 

친구 들이랑 나누면 어쩌면 그리도 재미 있는지

건망증 때문에 잊어 먹는다고 아예 종이 쪽지에 우스개 말 적어 오기까지 한다.

우리는 만나는 순간부터 별 것 아닌 이야기에도 데굴데굴 구르며 

나이는 까맣게 잊어 버리고 소녀처럼 목청을 높이며 웃어댄다.


하하하 호호호….


그러다가 누구 한 사람 남편 흉이라도 볼라치면

모두들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가슴속 활화산에 불이 붙었는지 어느 순간 부터 

입에서 불을 뿜어내며 열변을 토하기도 한다.


네 남편이 그랬냐? 흥!

내 남편은 거기다 비 하면 쨉도 안된다 흥! 하고…

남편 흉.

아들들 흉

며느리 흉

서로 서로 쳐다 보며

그말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 끄덕

내말이 바로 그말 이라며 끄덕 끄덕

혹시나가 역시나 라며 이하동문 이라며 끄덕끄덕

오늘 한수 배웠으니 써 먹어 봐야 겠다고 끄덕 끄덕

언제나 변함없이 한결 같은건

아들놈이 밉고 며느리가 밉다는게 백과사전에 표준전과


그러다가 지치면 이번에는 또 다른 레퍼토리..

사위자랑 딸 자랑 늘어진다


한결같이 집집마다..

사위들은 돈도 잘 벌고 능력도 있는데 거기다가 내 딸한테 목숨 바쳐 잘한다니

그 보다 더 기쁘랴

아주 입에 침이 튀겨 5M 이내에는 접근 불가능..

무차별로 튀는 침을 막아낼 장사가 따로 없다.

모두들 잘난 사위라고 자랑이 늘어지지만 내 눈에는 하나같이 늑대처럼 보이더구만.


거기다 하나같이

여우 같은 딸년은 친정 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한가랑이에 두 다리

끼고 두발에다 러닝슈즈 신고도 모자라 자가용 몰고 득달 같이 달려와서

올케는 제쳐두고 감 놔라 배놔라 온 집안을 좌지 우지 해도 어찌 그리 어여쁘기만 할까

내 딸 똑똑하다고 우리 집안에 효녀 심청 났다고 

입에서 트리오 거품 무더기로 나오기 십상이다.


하지만…

아들 며느리가 아무리 꼴보기싫고 밉상이라도

부부가 합심하고 노력 해서 낳아준 손주 녀석들에게 만은 모두들 후한 점수를 준다.

내 손주가 최고다~

아니다 내손주 한번 볼래 ? 얼마나 잘생겼는지?

택도 없구만… 우리 손주 한번 보기나 하고 그런말 하그라

자칫 잘못 해서 두번 연거퍼 손주 자랑 했다가는 머리 끄댕이 붙잡히기 딱 알맞다.


하긴 내가 누구냐

만원짜리 지폐 펼쳐 놓지 않고도 스리 슬쩍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중간 중간에 우리 준원이 유나 자랑 끼워 넣기 선수다.^^


다들 할머니가 되면 반은 능구렁이가 된다는 말도 있잖은 가베?


어쨌던 만나면 시끌시끌 재미가 뻑적지근한 유치원 모임에서 

이번에 회비 모아둔 것이 수월찮이 남아 있으니 회원들에게 보너스로 동남아 3개국을 

완전 무료 완전 공짜배기로 여행을 시켜 준다니 이 어찌 괴롭지 않으리요?

공짜라는 말에 귀는 즐거웠을 망정 마음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어쩔까????

이 판에 왕 수다장이 할매들과 5일을 견뎌봐 봐?

안되지 앓느니 죽지 차라리 안가는게 백번 났지…

나는 이리 저리 오만가지 핑계를 다 동원하며 여행에 빠지기를 소원했다.

하지만 병덕어매가 그 누구더란 말인가

아침 저녁..

오밤중을 불구하고 한달 여 간 우리 집 전화통은 병덕어메로 인하야 불을 뿜어댄다.

제발 제발 장 소피아 좀 바꿔 달라고


3월부터 같이 가자고 조르는 병덕엄마 에게

이젠 둘러댈 거짓말도 동이나고

준원이 에미도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맘 편히 다녀 오라고 하도 등을 떠미는 통에 

울며 겨자 먹기로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싱가폴을 향해 내 디뎠다.


2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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