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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Chicago

눈의 나라 시카고에서 된장담기

2월 23일

된장을 담았다.


이곳 시카고에 오니 한국과 달라

달력에 음력표기가 없으니 절기변화도 모르겠다

하긴 내가 한국에 살았어도

음력절기를 신경써 본일도 없구만

없으면 꼭 타박이 나오는게

내가 생각해도 심술장이 놀부심보같다.


손녀둘이 학교에 가고난후

모처럼 시간을 내어 블벗이신 진경산수님댁에 갔다가

장담는 풍경을 보고 불현듯  좀이쑤셔 살수가 없었다.

출근을 준비하는 아들을졸라

샴버그의 H마켓에 달려가

신안천일염 10파운드짜리 6개를 (27킬로그램)샀다.


우리 아이들의 별한 성격은

어떤음식이던 수월하게 잘 먹지만

단 두가지

된장과 김치만은 절대로 사먹지도 않거니와

제 아무리 맛있는 김치라도 남의것을 먹지않는게 문제이다

그러니 그 고생을 하면서도 메주를 쑤는 수고를

참아낼수밖에 없다



지난 겨울동안 큰 아들이 메주를 쑤어 놓은것이

어찌나 예쁘게 잘 떴던지

날이 풀리기를 기다렸지만 하루걸러 눈이 내리는 시카고 날씨는

장담그라고 배려해주질 않는다


내가 귀국하는 날도 받아논 상태

춥거나 어쨌거나 소금 사는날이 장 담는날이다.

이틀전에 정수기로 받아놓은 100리터의 정한수가 있기에

옷을 두겹 세겹 껴입고 바람맞이 데크에서 소금물을 풀었다.



시카고는 하늘이 파래서 좋다지만

어찌나 바람이 매서운지 ...

살 을 에인다는말이 살감났다.

메주를 세어보니 도합 32개

60파운드의 콩으로 메주를 쑤었단다.

한국의 도량형기로는 대두 3말가량의 메주인 셈인다.

언제 장을 담을지 몰라 미리서부터 깨끗하게 털어 말린 메주



집안에 있는 그릇이 총 동원되어 소금물을 갈아앉히고

한 항아리에 메주 12장씩 소금물 40리터를 부었더니

딱 항아리전에 찰랑거린다.


며칠전 이곳에서 시청한 티브에서

전문적으로 장을 담아 판매하는곳을 소개했는데

헝겊자루에 메주를 넣고 소금물을 붓는것을 보았다.


맞아...저런방법이 있었구나...

된장 거를때 자루만 쏙 빼면

콩알이 밑에 가라앉지도 않고 얼마나 편리할지

사람들의 지혜로움에 혀를 내두를 판이다


이번에 올때 행주하려고 기저기면 한필을 가져왔는데

이번에 장 담으면서 요긴하게 잘쓰게될줄이야


살림엔 눈이 보배라더니 그 말이 정말 딱 들어맞는 말이다.^^

하룻밤자고 보니 소금물이 살얼음이 얼어있다

 늦추위에 항아 깨질까 싶어 잠이 다 달아날 지경이다.

월남산 쥐똥고추를 동동 띄우고

숯이없어 어쩌나 걱정을 했더니

아들이 걱정말라며 달려가더니 참숯 한포를 덜렁 사왔네

뭔가 빠진것 같은 아쉬움

지금보니 대추가 빠졌네 ^^

아씨마트에 가서 대추를 사다 몇개 띄워야겠다.


3번째 항아리는 메주 8덩이 물 30리터

하룻밤을 자고났는데 살얼음사이로

벌써 발가스름 색이 묻어 나온다.


참숯도 참숯 나름이라고...

고열로 단시간에 만들어

숯을 만들면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화학물질이 전혀 없는

순수한 참숯이라니

빨갛게 달구어 된장독속에 넣어주면

메주의 해로운 곰팡이를 없에주고

장 맛을 좋게 해주는 일등공신이 되지싶다.


어디를 둘러봐도 눈에 쌓인 동화의 나라처럼

사람 그림자하나없는 동네...

밤이면 집집마다 등을 밝히는게  이상할 정도다.

장 을 담아놓고 네이퍼빌로 내려왔는데

이곳도 어제내린 눈위에 또 다시 눈이 내려온다

주말인 내일도 시카고 일원은

마지막 꽃샘추위를 시샘하는 눈이 내린단다.


날이 포근해야 H마트에

장보기하러 오는 사람드 많을것이고

사람이 많이 드나들어야

며늘아이의 아모레 화장품가게도 붐빌텐데

이늠의 눈은 끝간데를 모르니 어쩌면 좋을까 대책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