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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즐거워

은빛날개 대한항공 037을 타고~


올 해 구정은

막내 동서가

오른쪽 어깨 인대가 늘어나는 사고가 있어

차례에 참석치 못한다는 연락이 왔기에

내 평생에 처음

우리 부부가 단촐하게 차례를 모시게 되었다.


평소 기제사에도 거창한 환갑잔치 치루듯

음식을 바리바리

먹고 싸고 하던것을

이번에야 말로


딱 부러지게

酒 果 脯 醯 로

간략하게 간략하게 하리라 부르짖다보니

섣달 그믐날엔 너무나 할 일이 없어

미용실에가서 파마넨또까지 하질 않았겠나 ...


구정날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병풍치고 상 차리고 제수 진설하는데

어쩐지 몸이 묵직하니 말을 잘 듣질 않더만

그래도 어찌어찌 애를 쓰며

떡국끓여 차례를 마치고 나니

온 몸이

아니 온 뼈 마디와 몸둥이 전체가

바늘로 쑤시는듯 찌르는듯

어찌나 아프던지

한나절 덮어쓰고 땀한번 내면 될줄 알았는데

이틀동안 어찌나 앓았던지

나중에는 응급실까지 다녀왔다는...


정초부터 이게 뭐 하는짓인지 나 원 참!


비행기표는

대한항공 037

5일날로 탑승예약이 되어있는데

이렇게 아프다간 비행기 못 타지싶은게

월요일 아침 일찍 병원을 찾아

링거와 진통제를 맞고나니

너 언제 아팠냐는듯

다리는 좀 후둘거리지만

뼈마디가 쑤시지 않으니 살것 같았다.


그러구러

바리바리 쟁여놓은 짐은

 이민 보따리 3개에 나누어 넣으니

100k가 훌쩍 넘으니 이 일을 어째?

넣었다가 빼냈다가

 화요일 하루 왼종일

이민가방 붙잡고 애를 써봤지만

별 뾰족한 수는없고

까짖거.

오바챠지 돈 내라면 내지뭐....

하다하다 배째라 하고

큰 맘 먹으니 오히려 속이 편해졌다.

 


아침 일찍 공항에 도착 

짐 2개는 6~7kg 초과되었지만

다행하게도 프리패스

3번째 보따리만

20만원의 추과요금을 내는걸로 합의를 보고 

휠체어 서비스를 신청했기에

편안하게 세관출국심사도 끝내고

1등으로 비행기에 오르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12시 정각

거대한 은빛 나래를 활짝편 비행기가

활주로를 힘차게 내 딛고 하늘로 비상

드디어 아이들이 살고있는

그리운 시카고로 떠나가게 되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인천앞 바다


성냥갑 같은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있다.







날이 흐려 무턱대고 셧터를 눌렀었는데

이렇게 선명하게 인천대교가 카메라에 잡힐줄이야...


자랑스런 대한항공의 은빛 나래가

구름을 가르며 하늘 높이 날아 오른다.

흰눈에 덮여 고즈녁한 풍경의 아랫쪽이

어디쯤이냐고 스튜어디스에게 물어보니

중국대륙이라고 하네



넓고 넓은....

중국 대륙의 높고 푸르른 청청한 산맥이

흰 눈을 뒤집어쓰고

비행기 날개아래 병풍처럼

길~게 띠를 두르듯 끝없이 이어진다.

도대체 어쩐일일까?


오후 1시에 나온 기내식은


도시락으로 된 곤드래나물밥

네모 대접에 묵은나물 2가지

고추가루 양념한 무생채 한접시

참기름도 없는 파간장 한종지

쌈장에 오이와 당근 풋고추 한개

후식으로 파인에플 한조각


내 옆의 미국인 총각은 내게 물었다

이것을 도시락이라고 하는거냐고...

맞아 이것이 드라이허브

도시락 비빔밥이다 했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알아 듣기나 했을까?


오후 6시

미국의 아침식사로 나온 기내식은

모닝빵 한개에 버터

그리고 생뚱맞게도 해파리냉채와

푹 익혀 물러빠진 브록컬리을 곁들인

쇠고기스튜와 매쉬드 포테이토

여지 4개와 제주 삼다수1컵이 전부였다.


7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옛날보다 훨씬 맛이 없어진

성의없고 보잘것 없는 기내음식...


외국인들이 절반인

승객들은 기내식을 맛있게 먹었을까?

괜시리 걱정이 되기도 했다.


12시간 50여분 동안을
자다깨다

tv를 보다

기내를 몇바퀴나 돌아다니다...


미국땅이 가까워 오는지 구획이 널찍 널찍

지평선마져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미시간호수를 끼고

드디어

미국 땅 하고도 시카고  오헤아 상공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시카고는

하얀 눈에 덮여  동화처럼 전설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나를 맞아준다.



맨 마지막에 내렸어도

승객들이 통로를 통해 입국심사대로 향하는 동안

휠체어를 탄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름길을 통해

입국심사대을 1등으로 통과했다


내 휠체어 담당

예쁘면서도 건장한 흑인 아가씨였는데

3개의 이민가방을 힘 든 기색없이

덜렁 덜렁 들어 카터에 얹고

내 케리어 베낭을 등에 짊어지고

어찌나 씩씩하게 앞장 서던지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에게

나를 인도 해 줄때까지

상냥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고마운 마음에 20불의 팁을 주니

땡큐 땡큐 연발한다.


2월 5일

시카고의 하늘은 

식구들과의 재회를 축하해 주는

축복의 서설을 계속 흩뿌려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