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어김없이 불거지는 명절증후군
우리나라에 언제부터
명절증후군이란 희귀질환이 생겨났던가?
세월이 좋아지고 살기가 편해지니
없던 병도 만들어 생기는것 같다.
나야말로 지금 명절 증후군이란
신종 증후군을 핑계로
5박 6일의 명절차례준비에 지친몸을
여유롭게 즐기고 있음이니
참으로 세월 잘 만난 탓 아니고 무엇이랴?
참 지금 생각하면 한편의 영화같은 추억이다
7남매중 막내딸인 내가
65년 스물한살 어린나이에
지금은 단산포도로 유명한
단산면 공의로 근무하던 요한씨와 결혼을 했고
임기가 끝 난 69년
서울하고도 구석진 달동네 금호동에서
단칸방이 붙은 가게딸린 월세집을 얻어
서울살이 6개후
부엌을 마주하고살던 승희네가 이사가는 바람에
대전에 살고 계시던
환갑 진갑을 막 지낸 시부모님과
합가를 하는바람에
내가 봉제사를 물려받게된 것이다.
한솥밥을 먹게된 첫날...
지엄하신 시어머니 대갈일성~
"내가 열여섯살에 시집와서
46년동안 제사를 모셨으니
이제부터는 젊은 니가 이 제사를 물려받아
죽이되던 밥이되던 니가알아서 모시거라~"
달성 서씨 가문의 제사지내는 법도도 알려주지 않으신제
이렇게 모시게된 봉제사는
시장볼때 아이들이라도 좀 봐주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4살짜리 큰 아들 손잡고
2살짜리 둘째를 등에업고
가난한 살림에 나름대로 친정에서 본 흉내내기
제수용품 시장바구니 가득담아 낑낑거리며
무거운 발걸음 옮기려면
한 손에 매달려
꾸벅꾸벅 졸면서 질질질 끌려오던 큰아들
포대기가 반쯤 흘러내려
등에업힌 잠든 둘째 허리가 꺾어지라
옆구리에 머리를 박고 흐느적 거려도...
우리 시.어.머.니.
그렇게 무진 애를 쓰던
나이어린 며느리가 불쌍하지도 않았던지
두분은 방문 꼭 닫아걸고 내다보지도 않으셨지
참으로 착하셨던 우리 시어머니
그때 왜 그리하셨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지금 살아계시다면 꼭 물어보고싶은 말이
어머니 그때 저한테 왜 그리 모질게 하셨어요? 하고
지금만 같으면
나이도 있고 배짱도 생기고
간이 배 밖에 나와있어
어머니 시장보러가니 애들좀 봐주세요
말이라도 했을텐데
스물다섯 어린나이라
왜 그리 시부모님이 무섭던지...
그때 그 시절엔
왜 시월드란 말이 없었냔 말이야 말이야~
하하
그러고 보니
내가 제사를 물려받은지가 어언44년
어머니는 진갑되시자 말자
주방일로 손에 물 한방울 묻힌적이 없었건만
나는 이게 뭐야?
두달 지나면 70 나이에
5박6일 ..
죽기살기 무거운 다리 질질끌면서
명절차례 제수용품사러
발품을 팔고있다니..
그중 다행인 것이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어린나이에 시집와서
시부모 시남편의 고된 시집살이 보고 자라왔기에
엄마에대한 애틋함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것일까?
아니면 내가 며느리 福 이 많아서일까
큰 며느리는 하늘이 낸다고 하더니
17일 미국에서 외화송금이 도착했으니
국민은행에서 확인해 보라는 메세지를 받고
은행에 갔더니
준원에 어미가 $1000을 송금했던지
1.054.037 통장에 떡 하니 찍혀있었다.
이제 준원이가 새내기 대학생이 되었는데
학비며 책값이며 들어가는 돈이 수얼치 않을텐데
지들 살기도 바쁘거는
추석명절에 제수 장만하는데 보태라며
거금을 보내주었으니
고맙기도하고 안쓰럽기도하고...
내가 며느리한테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걸까?
하염없는 눈물이 앞을 가릴뿐이다.
열나흗날 ...
음식장만하는것 도운다고
막내동서가 조카며느리를 대동하고 왔다.
누룽지라면 36계 줄행낭을 치던 막내서방님
점심으로 누룽지탕을 해드린다고 했더니
평생동안 안먹던 누룽지를
지금와서 내가 왜 먹냐며 도리짓을 하시니
조카며느리랑 막내동서가
먹어보지도 않고 도리짓이냐고
제발 쪽박좀 깨지 말라고 타박을 주니
마지못해 형수님 마음대로 하시라고 반승락이 떨어져
상을 차렸는데
아니~이거 누룽지탕이라고 하더니
뭐가 이리 많이 들어가고 호화 뻑쩍찌근하냐고
아이고 근데..이거 왜 이케 맛있냐고...
도대체가
이렇게 맛있게 만들어도 된다고 누가 그랬냐면서
무려 3그릇을 비워낸
막내서방님 曰...
형수님...
앞으로는 제수음식 이것 저것 장만하느라
애 쓸 필요없이
이렇게 간단하고 맛있는 일품요리 한가지로
제사상을 간소화 합시다~
성인도 시속을 따르라는데
저는 조상제사에
누룽지탕 한가지로 상을 차린다고해도
대 찬성입니다~하고..
단 한번 맛본 후
갑자기 누룽지탕 애호가가 되어버린 막내서방님..^^
어쩌면 좋데요?
새우에 해삼에 오징어에 전복까지...
죽순에 표고버섯에 초고버섯
호로록 넘어가는 은이버섯까지...
세 그릇을 비워내니 등에 땀이 비오듯 흐른다며
산삼녹용 한사발 마신것보다 더 시원하고 개운하시단다.
이건 또 뭐시냐?
절대로 동그랑땡이 아니올시다.^^
요거이 바로 등심 떡갈비라고
산적대신 상에올리려고 시도해보는 중...
일단 쌤플로 구워서 시식해보고 의견을 따르려는데
홈메이드 핫쏘스까지 뿌렸더니
조카며느리와 막내동서
진정으로 입에 살살 녹는다며
맛있다고 쌍나발을 불어대네
ㅡ떡갈기 만들기ㅡ
기름을 도려내고 다진 불고기용등심3근
간장 1컵/양파청반컵/참기름3큰술/꿀3큰술
양파 1개/쪽파 5뿌리 /후추2ts
뻣뻣한 산적은 저리가라
떡갈비 땡큐베리마치 당첨이라며
진즉에 이렇게 만들것이지
왜 이제야 생각했느냐고 도라어 타박이다
그리하여 150g짜리 떡갈비 15개가
차례상에 오르게 되었다.
전기 후라이팬이 없는 우리집..^^
분당에서부터 공수해온 후라이팬~
시집오기 전 까지
한번도 주방일을 해 본적이없는
공주과 조카며느리
고부간에 오손도손 전만 잘부치는 구만..^^
조카며느리와 막내동서가 전을 부치는동안
맏며느리인 나는 강제로 떠밀려
방바닥에 편히 들어누워
허리를 지지고 있었데나
오래 살다보니 이런 호사도 다 하고..
원~참 나
똑소리 나기는 석사 며느리 아니랠까봐
그 어렵다는 배추전도 십분만에 완전 마스터
7장의 배추전을 얄상하게 잘도 부쳐냈다.
지금은 새송이버섯 부치는 중~
전을 다 부치고 월남국수로 저녁을 먹여
동서와 조카며느리가 돌아가니
그때부터 온전히 모두가 내가 해야할 일
나물 지지고 볶고 생선 찌고 굽고
불린 대구포 쪄서 참기름 바르고
밤새 불려놓은 가오리 찜 하는데 열나절~
새벽 2시까지 꾸물대다가
새벽6시 일어나 돼지고기 편육삼고
탕 끓이고 상에 올리기 직전 떡갈비굽고..
바쁘다 바빠~ !!!
막상 상을 차려보면 먹을것도 없는데
그래도 이게 5박6일 꼬박
중부시장으로 중앙시장으로 경동시장으로
청량리 수산시장으로
얼마나 바쁘게 품을 팔았는지 모른다.
이제 다가오는 설명절엔
막내서방님의 성원에 힘을 입어
삼선누룽지탕으로 차례를 지낼지도 모른다는...^^
우리 조상님들
앞으로는 조상님들의 기일이되면
예전에는 듣도 보도 못하시던 맛있는 일품요리로
대접해 올리겠습니다요~
주위에 친구분들 모두 모시고
금호동 서울숲 푸르지오 아파트로 왕림 하시옵소서
ㅡ금호동의 달성 서씨가문의 맏며느리 장소피아 배상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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