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너무 덥다
조금만 움직여도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해지는 불 볕 더위는
바캉스라는걸 모르는 우리에겐
집안에 들어앉아 선풍기 바람 쏘이는게
최고의 피서인것 같다.
며칠동안 두문불출...
하루에도 예닐곱번씩 샤워를 하고
마루바닥에 들어누워 하릴없이 TV만 쳐다보려니
온 몸이 굳어지는것 같아
오늘은 털고 일어나
간만에 정체맛사지도 받고
시원한 냉방버스타고 경동시장 들려서
피클담을 버섯을 이것저것
한보따리 사서 등에 짊어지고 오던중
시에틀의 JJ아우가 전화를 했네
안그래도 맛사지 받고 나오려니
시에틀에서 걸려온 부재중 전화가 3번이나 ...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답신을 못했구만
아이구...
특별한 일도 없구만 JJ아우는
기어히 통화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지
반가운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경동시장 장바닥 한가운데서
하하호호
한나절 수다를 떨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오늘따라 토마토 샐러드가 먹고싶어
집 가까운 마트에 들러
이것 저것 구경하고 있는데
또 다시 국제전화..
이번에는 둘째 아들의 전화였다.
시카고 시간으론
이미 새벽 2시가 훨씬넘은 시간에
무슨 긴급한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받은 전화는
울먹 울먹 눈물먹은 목소리로
오늘따라 엄마가 무척 보고싶단다.
엄마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전화를 했다는데
내가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집안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아니면 사업상 어려움이 생겼나
밑도 끝도 없이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어
엄마가 보고싶어 잠을 설치고 있다니
가슴이 아려온다.
사업도 잘 되고있고
아이들도 건강하고 형제간에도 우애있고
집안도 평안하고 모두 잘지내고 있는데
불현듯 엄마가 너무 보고싶어 진다며..
아이구...장 한 내 새끼들
사십 중반의 나이에도 아직까지 엄마가 보고싶고
엄마 목소리가 그립다는 아들의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고맙던지 눈물이 주체할수없이 흘러내렸다.
수퍼 한구석에 서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으니
장 보는 아줌마들
저 할머니 왜 저리 울고섯나 싶은지
흘끔흘끔 눈치를 보며 지나간다.
아들의 눈물젖은 목소리를 들으니
나도 눈물 난다고 했더니
엄마 눈물 흘리게 해서 미안해요
목소리 들었으니 빨리 끊을께요...
집으로 돌아오는 낮은 언덕배기를 넘으면서
아...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
우리 아이들 정말
효자효부로 잘 자라주어 고맙구나....
자식들 성혼 시키면
잘난 아들 처가집에 바치고
이민 간 아들은 남보다 못하다는데
한국 도착하자말자
엄마 빨리 들어오세요 하며
삼남매가 합창을 해대고 있으니
나야말로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엄마가 아닐까?
60년 말
서울살이 시작한 삭월셋방...
그 어렵던 시절 태어난 삼남매
부모로서 하나도 잘 해준게 없건만
우리 아이들은 정말 남다른 효자라서
이 엄마에게 언제나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 한다.
아이들에겐
큰놈은 돌사진
아래 두 남매는 백일사진이 전부다.
백일이며 돌사진을 찍는것도
호사라고 여기던
가난하고 어렵던 시절이었으니
변변한 사진한장 남아있지 않는데
집으로 돌아오자 말자
둘째놈의 백일사진을 올려본다.
똘망 똘망
계집에처럼 눈망울이 예뻐
딸인줄로 착각하던 내 동창생들
이 귀여운 아기가 이미 불혹의 나이를 넘어
오십을 바라보면서
이 엄마가 그립고 보고프다며
울면서 전화를 하고있다니....
우리 아이들이
아직도 애정을 가지고 부모를 섬기니
내가 이 세상을 정말 잘 살아가고 있구나...
오늘 하루도 벅찬 기쁨과 행복이
내 가슴 가득하게 밀려오는 날이다.
얘들아
엄마 아부지 걱정일랑 하지 말거라
얼마나 즐겁고 기쁘게 지내는지
너희들은 상상도 못할꺼야
이제 선선한 바람이 부는 9월이되면
경치 좋은곳 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맛있는것도 만들어 이웃과 나누며
행복하게 지낼꺼야
우리 부부 걱정일랑 하지말고 너희들 삼남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주길 바란다
얘들아..
니들 모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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