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 쯤의 사진이다.
청량리 어시장을 갔더니
세상에 굴 이 어찌나 싼지 깜짝 놀랐다.
우리동네 생선가게에선 한근에 7000원인데
청량리 어시장에선
가므스름한 통영굴 한근에 5000원
약간 희뿌옇게 보이는 고흥굴은
4근에 만원
이게 도대체 왜이렇게 싸냐고 물었더니
이제 굴이 막판이라
마구 까서 나오니까 쌀수밖에 없다고한다.
굴이 5월부터 8월까지는
산란기이기도 하고 수온이 높아
바닷물에 비브리오나 살모렐라 등
대장균들이 득실거리기 때문에
양식으로 키운 굴은
되도록 빨리 처분하는 분위기라
엄청나게 싼 값에 거래되고 있었다.
아이구..저거 굴껍데기 까는 공전도 안나오겠네..
우리는 싸게 사니까 좋지만
칼 바람부는 부둣가에 앉아
굴껍질 까고 있을 할머니들 생각하면
너무 고생하는것 같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그래도 내친걸음이라
통영굴로 4근
20000원어치를 사니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옛날 나 어렸을때
정말 귀한 반찬이 굴젓이었다.
어쩌다가 친정 아버지 상에만 오르던 굴젓..
침만 심키고 아버지 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
어쩌다 밥수저위에 굴 한점 올려주면
미처 씹기도 전에
꿀~떡~
하는 소리가 유난스레 크게 들리던 ...
나는 굴젓을 너무 좋아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싱싱한 생굴 초고추장 찍어서 먹는다는데
나는 굴 사면 무조건 소금뿌려 절이던가
아니면 액젓을 흥건히 부어 굴젓을 담아 먹는다.
따끈따끈한 흰쌀밥에
매콤하고도 짭짤한
굴향기 진동하는 굴젓 하나만 있으면
정말 둘이 먹다가 하나가 돌아가셔도 모를만큼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게 되는게 굴젓이다.
이번에는 피쉬쏘스로 굴을 절여놓고
한번 먹을 만큼 덜어내어
태양에 말린 청양고추 가루와 송송 썬 대파
그리고 통깨를 훌훌 뿌려 즉석에서 굴을 버무렸다.
맛있는 반찬을 밥도둑이라고 하지만
굴젓보다 더 맛있는 반찬이 또 어디 있을까?
굴 향 가득한
매콤하고 칼칼한
짭쪼롬한 굴 젓 한가지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으니 말이다.
서양 사람들은 '바다의 우유' 굴을
대표적인 정력제로 여긴다.
하얀 우유 빛깔의 생굴 속살에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아미노산과 아연이 넘쳐난다.
여느 음식에 비해 무기염류성분들인
아연, 셀레늄, 철분, 칼슘 외에 비타민 A와 D가 많은 굴은
칼로리와 지방 함량이 적어 다이어트에 좋고
식이 조절시 부족해지기 쉬운 칼슘을 보충할 수 있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또한 낙지와 오징어처럼 타우린이 많아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을 내려주는데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최고의 건강식품이지만
생굴을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굴은 영어, 프랑스어 등 라틴어 계열의 언어에서
'r'자가 들어 있는 달에 먹으면 안전하다고 여겨져 왔다.
언제나 적용 가능한 철칙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현명하고 '똘똘'한 가이드라인이다.
이름에 'r'자가 없는 5월~8월(May, June, July, August)은
굴이 독성을 갖는 산란기인데다가
바닷물에 여러 종류의 비브리오 균과
살모넬라ㆍ대장균들이 득실거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냉장과 살균 기술이 최고로 발달된 지금은
전혀 무관한 얘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조의 진리를 완전히 무시할 필요는 없을 것 깉다.
ㅡ밥도둑 생굴무침ㅡ
미국에 있는 삼남매도 생굴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그 곳은 후레쉬한 굴이 엄청나게 비싼데다가
대체로 냉동굴을 판매하니
해동을 하면 힘없이 축 늘어지는 꼴이
정말 무엇을 만들어도 맛있다고 느껴지지가 않는다.
전으로 부치면 모를까...
살아 갈수록..
우리나라 대한민국보다
더 살기 좋은 나라가 어디에 또 있을까?
싱싱한 생굴 4근에 만원이라니
정말 거저먹는 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이다.
미국 같으면 꿈도 꾸지못할 굴젓 담그기
5월이 오기전에
일년먹을 굴젓 부지런히 담아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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