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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hajoy;s Kitchen

봄 향기 가득한 자연산 냉이국

냉이도 냉이 나름...

 

우리 동네 비밀의 화원에서 캐 온 냉이로

국을 끓여 보았는데

그 맛이 과연 일품 이더라구요.

 

  자연에서 돋아난 냉이는

 비닐 하우스의 굵고 퉁퉁하여

볼품 있어뵈는 냉이와는 다르게

아주 작고 뿌리도 가늘고...

그 쬐끄맣고 작은 잎사귀의 냉이에

좁쌀 알갱이같은 꽃을

 다닥 다닥 피우고 있었지요.

 

모처럼  여고 동창회에 참석 했다가

귀가 도중에 만난 냉이는

나무 젓가락 하나에 비닐 종이 하나로...

내가 빼딱구두를 신고 있다는걸 잊어먹고

한 30여분 한 웅큼의 냉이를 뜯어왔지요

 

저녁에 쌀뜨물을 받아

 된장을 풀고 멸치를 우린물에

 냉이국을 끓일려고 보니양이 너무 작아

얼갈이 배추와 두부 한모를 더해

냉이 한웅큼을 넣고

 냉이국을 끓였는데

세상에 냉이도 자연산이라 그런지

그 한줌의 냉이에서 어찌나 향기가 짙던지

두끼 먹으려던 냉이국 저녁에 다 먹었답니다.

 

봄이 일러서인지...

냉이가 아주 잘고 뿌리도 가늘어요.

그래도 향이 어찌나 짙은지...

제가 작년에 냉인줄 알고 캔것이

못 먹는 나물이라서 버린적이 있기에

올해는 한뿌리 한뿌리 잎을 따서

 냄새를 맡아보고 캐왔는데

그 덕분인지..

이제는 척~보면

바로 냉이 알아보게 되었습니당 ^^

 

어제도 계단 올라오는데

비를 맞은 냉이가 방긋방긋 웃고 있더라구요.

내가 계단옆 공터에서 냉이 캐 왔다니까

요한씨가 마구 걱정을 하는겁니다.

요한씨가 늘 오르내리면서 보는

공원의 표지판엔

주의사항이 적혀있는데

잘못하면 공원식물 훼손한다고 벌금 문다고요

 

그래서 동회에 서류 떼러가서 물어보았어요

어디어디 구립 경로당 밑 한평정도 땅에

냉이가 지천인데

거기도 공원에 속하는지 궁금하다구요

 

공원의주의 표지판엔

  나무를 훼손하거나

열매를 따거나 하면 벌금 오만원이라고 써있는데

만약의 경우 공원에 돋아난

냉이를 캐는것도 벌금 범주에 드는거냐니까

직원들 끼리 서로 주거니 받거니 의논하더니

인공으로 식재하여 보호하는 식물이 아니고

 자연으로 나는거니까

냉이 조금 캐는건 불법이 아니니

조금만 뜯어가세요...그러더라구요.

 

얼씨구나~

늴릴리 부르면서 또 한줌 캐 왔시요~

 

 

제가 캐 온 냉이로 국을 끓이기엔 한계가 있는지라

얼갈이 배추에다 두부까지 한 모를 다 썰어넣고

무늬만 냉잇국입니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봄 냉이국 어찌나 향긋하던지 ...

빼딱구두 신은채

30여분을 냉이캐느라 애쓴덕분인지

냉잇국에 밥 한공기 말아먹은것 밖에 없구만

초저녁에 쓰러지는 바람에

 부활성가연습도 빼 먹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시골 살면서도 한번도 캐 보지못한 냉이와 쑥을

서울 도심 한복판에 만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이제는 봄 나물 찾아내는 실력이 늘었는지

아파트 오르는 비스듬한 언덕길

보도블럭 사이에 돋아난 민들래도

한 눈에 척 척 들어오니

전업주부 때려치고

이 참에 생계형 나물뜯기 아지매로 나설까?

 어째야 좋을지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