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전이던가, 비록 냉동 게지만
물 좋은 암놈들이 모여있기에
1kg 10,000원에 다섯 마리...
딱 먹기 좋은 크기였어요.
모처럼 양념게장을 만들었더니
요한씨 曰,
'진고개 게장이구나' 하시네.
왠 진고개? 내가 집에서 만들었구만...
둘이서 게장 1kg 다 먹어치우고도
간에 기별도 안간 것 같은 게
아쉬움이 남았지요.
좋아~
오늘은 2kg다
장구 갔다가 오는 길에 우체국 앞
생선 아줌마에게 냉동 게 2kg를 샀네요.
집에 와서 부지런히 손질을 하여 4절씩 내고
소금 반 주먹 훌훌 뿌려주고 시장을 내려갔지요.
먼저번은 아무래도 처음이라
양념 게장이 물기가 넘 많은 것 같아서
이번에는 물기를 쪽 빼고 만들어볼 참입니다.
고춧가루 태양초 두근 반에 쳥양고추 반근 섞어
딱 한번만 두루루 타가지고 왔어요.
옵션으로 고추씨도 한 주발 얻어가지고 왔씀다.
사실 잡다한 먹을거리는
블로그에 올리지 않으려고
사진도 안 찍었는데
이게 먹다보니 엄청시리 맛이 있는 거예요.
에라, 모르겠다~ 순서고 뭐고 없지만
먹다 남은 거라도 찍자~..^^
시장 다녀오니 소금을 뿌려놔서
국물이 조금 생겼더라구요.
여수에서 훈이 외할머니께서
공들여 만들어 보내주신
멸치액젓 반 공기,
게딱지에서 뜯어낸 게장 국물과 건덕지 한 공기,
한번 내린 넙데데한 고추가루 수북~ 한 공기,
그리고 마늘 10쪽 생강 엄지 한 마디,
귤효소 반 컵, 조청 반 컵을 몽땅 모아서
도깨비 방망이로 드르륵 갈아주고
후추가루와 통깨,
그리고 참기름 한 수저 듬뿍 넣어
소금 약간에 절인 뒤 물기가 쪽 빠진 게를 넣어
데적대적 버무려 주었습니다.
양념 게장은
그냥 고추가루로 하면 절대로 맛이 없어요.
보기도 또한 예쁘지 않구요.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고추를 불려 갈아서 써야
훨씬 더 맛이 좋아요.
내가 좋아하는 고추씨도 듬성듬성 있어서
입맛을 당겨줍니다.
양념해놓은지 한시간 만에
아이구... 넘 맛있어 죽을 뻔 했습니다.
배 터지는 줄 알았어요.
유명 요리 블로거들처럼
간장 몇 ts,
소금 설탕 몇 TS...
저는 이런 부분이 잘 안 돼요.
그저 눈 앞에 있는 것 아무거나 끌어다가
내맘대로 적당하게 집어넣는 스타일이라
특별한 노하우나 정확한 계량법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주섬주섬 있는대로 집어넣어도
맛만 좋은데 어쩝니까?
이제부터 저울 가져다놓고
계량하는 습관을 들여야 될 것 같에요.
언제나 머릿속에 생각은 있는데
성질 급한 사람이다 보니
후닥닥 해놓고 보면 아뿔싸~
후회할 때가 많습니다.
게장이 질척하면 맛이 없으니까
꼭 약간의 소금으로 절여서
국물을 빼고 양념을 하면
더욱 먹음직스러운 양념게장이 만들어지더라구요.
1Kg에 12,000원인데 2Kg 사서 실컷 먹고도
아직 반이 남았으니
이게 다 돈벌어주는 겁니다.
한정식집 양념게장 시키면 딱 한 마리,
게딱지에 집게발 커다란 거 올리고
몸통 6절 내서 나오는 게
거금 20,000여원 하더라구요.
집에서 만드니 중국 고춧가루 아닌
순 한국 고춧가루에 조미료 안 들어가
얼마나 좋습니까?
여러분도 양념게장 한 번 만들어보세요.
등줄기에 땀이 쭈욱 흐르고
머리가 어질어질하도록 매운 양념게장
정말로 마파람에 게 눈 감추 듯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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