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수요일
현대백화점 사진 동호회 포토걸에서
백담사와 화엄사 출사를 다녀오게 되었는데
너무 무리를 해서인지
몸살이 엄청 심하게 났다.
그러기에 "네 자신을 알라"는 말이 있잔는가베
백담사를 돌아 화암사를 간것이
산꼭대기에 웅장한 자태를 뽑내고있는
수바위를 이번에는 회원모두 올라가 보잰다.
내가 원래 등산하고는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인데
회원 모두가 올라가 보자는데
얼마나 고민이 되던지
올라가는 길목까지만 가 보겠다고 했는데
둥근 돌을 세로로 박아서 계단을 만들어 놓은것이
그리 까풀막은 아닌것 같아
점심에 가재미구이도 한마리씩 먹어치웠겠다
용기를 내어 올라가 보기로 했다
중간쯤 올라가자 숨이 턱에 차는것이
까딱하다간 심장마비 올것 같은 예감인데
뒤따라 회원들이 줄줄이 올라오니
오도 가도 못하고 허덕허덕 ..
어쨌던 수바위 까지는 올라갔다.
사진을 찍으면
바위옆으로 소나무 한그루가 보였었는데
그 나무가 얼마나 큰 나무인지 퍽 궁금했는데
올라가서 보니 그리 큰 나무가 아니었다
그래도 그 소나무가 있어
수바위 경치가 더욱 빼어나 보였었는데
이 참에 그 소나무의 실체를 직접 보고 오느라
덕분에 2박 3일 고되게 앓았다.
그러구러 금요일
막내동서가 전화를 했네
내일 몇시까지 만나면 되냐고...
벼란간 이게 무슨 소린가?
9월 25일에 차남을 결혼시켜서 혹시라도
새살림 차렸다고 초대를 하는건가?
잠시 어리둥절 해서 내일 무슨일 있어 만나냐니까
아이구 세상에...
토요일이 시어머님 제삿날이라고 한다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것이 내 기억력이다
건망증도 이정도면 중증환자
이것이야 말로 치매 전조증이지
세상에 잊어먹을 것이 따로있지
시어머님 기제삿 날을 잊어먹고있다니...
벌떡 일어나 며칠동안 치우지 못한 집안 설거지며
방방마다 정리하느라 밤 2시까지 꿍꿍 앓아가며..
그러게 평소에 깨끗하게 해 놓고 살았으면 좀 좋아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천근 만근
겨우 고사리 불려놓은게 고작이었다
이번에야 말로 세째동서가 큰
조카며느리를 대동하고 왔고
막내집도 새로 시집온 새 며늘아이가
친구 결혼식에 참석한다음 온다고...
간만에 대 식구가 모일 참인데
시장볼것을 일러주고 시장을 봐오라고 하고
나는 그동안 제사준비를 했다.
내가 허리가 몹씨 아파서 잘 움직이지를 못하니까
동서둘이 하는말..
형님은 그저 가만히 앉아만 계시고
뭐던지 말로만 시켜달라고...
그래놓고도 자기들 한 말
까맣게 잊어먹었는지
고기는 형님이 썰어야 한다느니
양념을 형님이 해야 맛이있다느니
이것도 저것도 다 형님손이가야 한다질 않나
원 참 나...
가만 앉아 있을랠때는 언제고...
한참 지지고 볶고 난리를 치는 와중에
막내집 새아기가 도착했다.
저도 시집와서 첫 행사라 뭔가 돕겠다며
앞치마를 걸치고 나섯지만
직장생활 하느라 친정엄마가 해준 밥만 먹던 사람이
시댁도 아닌 시백부님 집에서 무슨일을 한다고...
그래도 열심히 동태전에 밀가루 묻혀주고
계란반죽 입혀주고
시키는것 예 예하고 대답도 시원시원 잘하고...
모처럼 식구가 많으니 일도 빨리 끝나고
제사상 물리고 네집에 담아줄 봉지싸고
집에있는 그릇 총 동원해서
집집마다 나물 담고 탕국담고
오이지 담아둔것 한집에 5개씩 맛보기 싸고
그것만해도 벌써 바라바리
우리 두식구 먹을 음식만 빼고 모두 싸 보냈다.
AVEDA 핸드크림...
조카며느리가 나에게 준 선물이다
시집온지 이제 한달...
어떻게 내 마음을 이리 꿰뚫었나 싶다.
내가 평생토록 받아보고 싶던 핸드크림
시집온지 한달밖에 안된 조카며느리가 사가지고 왔네
조카며늘아이가 컴퓨터방 책상위에 두고간
기야마 단팥빵
세상에...
내가 어려서 어쩌다 일년에 한번 먹을까 말까했던
나마까시(?) 맛 고대로다.
그리고 이렇게 예쁜 글씨로 써 내려간
카드 한장
새아가 네 마음이 참 아름답구나
시집식구 싫어서 시금치도 안먹는다는 시절에
시집 큰시어머니까지 챙겨주는 네 마음이 너무 이쁘다
니들 부부 정말 복받고 행복하게 잘 살꺼다
고맙고 또 고맙다
맏며느리 노릇 47년
대 식구 치다꺼리에 힘든 시집살이 하면서도
지금껏 그 누구한테서도
맏며느리 노릇 얼마나 힘들었냐
위로한번 받아본적 없어 서운했고
시집식구가 사 주는 고무장갑 한켤레
하다못해 그 흔한 싸구려
핸드크림 하나 받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늘 노래를 했었는데
세상에나...
한달짜리 새색시가 내 소원 풀어주다니
세상에 무슨 이런일이....
그러고 보니 조카며늘아이
이대 대학원 출신이라더니만
역시 많이 배운사람
남의 심정 헤아리는대도 쎈쓰만점이구나 싶은게
진혁이 정말 장가 잘 들었단 생각이 절로난다.
요렇게 촉촉 달콤
입에 사르르 녹는 기야마 단팥빵을 먹으면서
조카며늘아이가 대견해서 만면에 미소를 띄운다
요렇게 달콤한 단팥빵처럼
니들도 달콤한 신혼생활
깨 쏱아지게 행복하게 살거라
아베다 핸드크림과 단팥빵 한봉지에
47년 서운함이 이렇듯 쉽게 풀어지다니...
새아가 니가 내 마음을 알아주어서 고맙다
너도 신혼살림 말처럼 매일 즐겁지만은 않단다
때로는 힘도들고 때로는 눈물날때도 있고
그런저런것 겪다보면 주부가 되는거란다
무언가 도움이 필요할때 언제나 나를 찾거라
네게 조그만 도움이라도 주고싶구나
이제 우리가문의 새사람이 되었으니
언제까지나 행복하고 웃음이 넘치는
아름다운 9월의 신부로 영원히 남아있기를 바란다.
'맏며느리 애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맏며느리.. 정말 하늘이 낸걸까? (0) | 2011.09.15 |
---|---|
삼진 아웃 !!! (0) | 2011.02.04 |
가까스로 추석차례를 지내고... (0) | 2010.09.22 |
고조부님 기일을 지내고... (0) | 2010.08.07 |
맏며느리로 살아온 45년 나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0) | 2009.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