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머니 형 수정이 ..모두 편안히 잘 지내시지요?
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제 집에서 보내주신 편지 감사히 잘 받고 편지 올립니다.
제가 군대를 그렇게 가기 싫어해서 미국으로 유학을 온 제가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역시 남자는 집을 떠나봐야 집 좋은줄 알고 부모님 고마운지 알게되나 봅니다,
여기서 이렇게 혼자 지내다 보니까 외로움이 날로 커가서 더욱 더 집생각을 하게됩니다.
맨처음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 정신이 없더니,요즘 조금 말이 늘고보니까 외로움만 커져갑니다
앞으로 수업받을 날짜는 약 1주일밖에 안남았습니다.
어제부터는 지겹고 답당해서 혼났습니다.
수업시간에 아버지께서 보시면 화내시겠지만 술욕심이 그렇게 많아서 한국에선 술도
자주 먹었었는데 여기서는 술 먹을 시간도 장소도 같이먹을 사람도 구하질못해
술이라고 한 방울도 구경을 못해봤습니다.
며칠전 기숙사가서 켄맥주 하나 마신것 빼곤....
누구는 답답하면 답배도 피운다는데 전 담배 안하잖아요
갈수록 스트레스만 쌓여갑니다(건방지게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써서 죄송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마음이 쓰이기 시작하면 산넘어 산이 자리하는듯 합니다.
기숙사 사람들 말대로 엄마가 보고싶어지면 이모네가고
아버지가 보고싶으면 삼촌댁에 간다는데 작은 아버지 아무리 잘 해 주셔도
피를 나누지 않은 사이라 아시다싶이 워낙 제 성격이 또 꽉 막혀서요.
그렇다고해서 이게 나쁜건 아니예요
전 사실 제 성격이 독한것 때문에 이익을 보고있긴 해요.
정말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외로움을 참는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여기 생활 익숙해질수록 미국인을 닮아 갈수록
점점 더 마음의 문을 닫게 되어서
어떨땐 한국식으로 혼자 포장마차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가 워낙 이기주의적이라
자기와 직접적 관계가 없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아서 정말 싫어요.
저도 한국 돌아가면 미국 욕만 하고 돌아다닐것 같에요.
저와 자주 만나는 형은 한국에 약혼녀가 있는데
2-3일에 한통씩 편지가 오늘걸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부모님 편지가 안반갑다는건 절대로 아니예요.
전 집에서 1주일에 1통씩 받고 가끔 성영이 한테서 편지가 와요,
진영이 한테도 몇통받고 재찬이 한테도 받았는데 학교갔다오면
누구한테서 편지가 와있는걸 자꾸만 기다리게 되요.
누군가와 연결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겠지요.
그럼 보고싶은 부모님..다시 뵈올 그날까지 몸 건강히계시고
형이 알아보고싶은 것이나 제가 갈때 필요한 것들 말씀해 주세요.
아버지 어머니 정말 사랑해요.
안녕히 계세요.
1988년 11월 22일 12시 8분
시카고에서 둘째아들 인석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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