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이가 떠나기 하루전...
선생님의 배려로
8월8일 월요일에
그동안 동안 배운것을
장구교실에서 연주하게 되었다.
장구교실 엄마들에게 지원이는
딸같고 손녀같은 존재라
한달반 동안 배운 장구를
어떤 모습으로 보여줄것인지
많이들 궁금해 하셨을법 하다
누구에게 뒤질세라 집에서도 맹연습..
나이가 어려서인지
할머니인 나보다 훨씬 진도가 빠르다
나는 외우지도 못한 장구악보를 술술 외워서 치질않나
열채도 궁채도 나보다 훨씬 더 잘 다룬다.
욕심 많은 지원이는
앤디 고모부와 함께 배우는 장구에 불만이 많았다.
어느날은 집에와서 대성 통곡 울기까지했다
영문몰라 어리둥절 하고있는 우리에게
지원이는 나름대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고모부인 앤디가 오기전까지는
일주일에 두번
한시간씩 개인 렛슨을 받았었는데
앤디가 장구에 관심을 가지면서 같이 배우게 되자
영어가 짧은 선생님은 지원이를 통해
앤디에게 장구 렛슨을 하게된것이다.
그런데...문제는
열두살 지원이가 생각하기에
앤디고모부가 장구를 2주일 가량 늦게 시작했으니
저보다 못쳐야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음악전공자인 앤디가
어느날 부터인가 저보다 더 좋은 소리를 내자
그만 울화통이 터져버린것이다
이상하게도 렛슨갈때는
고모부랑 둘이서 손잡고
하하호호 웃으며 가더니
집에 돌아올때는 얼굴이 퉁퉁부어 있었다.
무슨일이 있었는지 물어봤지만
소리내어 엉엉 울기만 하였다.
앤디 역시도 영문 몰라하기는 매 한가지...
두어시간 실컷 울고 한다는말이
속상해서 장구 렛슨 못하겠단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돌아온 대답이
정말 지원이 스러웠다
똑같이 돈내고 배우는데
(..하하 그렇다고 지가 돈 낸것도 아니구만..)
자기가 엄청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그래서 그게 무슨소리냐고
무슨 불이익이냐고 물었더니
고모부가 한국말 못 알아먹고
선생님이 영어 안되니까
지원이 한테는 10분정도 가르켜주고
나머지는 앤디에게 가르키는걸
중간에서 지원이가 통역하느라
연습도 못하고 50분간을 허비했다고
그래서인지 고모부가 장구칠때 들어보니까
저보다 잘쳐서 속이 상해서 그런다고......
하하하
이 대목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우리 모녀는 지원이 눈치보기 바빴다
그래서 민서어미와 내가 합동작전으로
고모부는 어른인데다가
더구나 음악전공자다 보니까
음악을 이해하는것이
나이어린 지원이보다 빠르기 때문일거라고 했더니
그게 아니라고...
할머니나 고모도 생각해 보면 모르느냐고
자기는 통역하느라 장구도 못치고
선생님과 앤디의 말을 통역하는데
시간을 다 허비하고 있는데...
고모부는 지원이의 통역으로
계속 선생님 렛슨을 50분동안 쉬지않고
장구를 쳤기 때문에 자기를 앞지른것 아니냐고
자기는 장구를 배우러 가는것이지
통역하러 가는것이 아니라고..
그러면서 억울해서 못살겠다고
자기도 장구를 잘 치고싶은데
벌써 고모부가 자기를 뛰어넘었으니
다시는 장구렛슨 안간다며
이제부터는
고모부 혼자서 알아서 배우라고 하면서
목놓아 우는걸 보니
참 기도 안막히는것이
세상에...마상에...
어떻게 열두살 어린것이
요렇게 조리정연하게 말 하는걸
내 일찌기 본적도 들은적도 없지싶다.
하이고...
햇새가 더 무섭다 카더만 그짝난기라...
그동안도 니가 통역하면서 잘 하더니
갑자기 왜 울고불고 하냐니까
그동안은
고모부가 저보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잘 못치는게 딱해보여서 도와줬지만
오늘 보니까 자기보다 훨씬 더 잘치는걸 보고
가만 생각해 보니까
자기가 장구가 늘지 않는것이
열심히 연습해야 장구솜씨가 느는데
통역에 시간을 빼앗겼기 때문에
늘지않고 멈춰있는거라고 느꼈기 때문이랜다.
지고는 못사는 지원이
지원이 말을 들어보니 그 말이 백번 옳았지만
어린게 어찌 그런생각을 할수있나 하도 기가막혀서
선생님께 전화를 넣었다.
지원이가 배움에 욕심이 많고
남에게 뒤떨어지는것을 싫어해서
이러이러 하니
다음에는 지원이에게 조금 신경써 주십사하고
두사람에게 30분씩 안배해서 렛슨을 해주시면 좋겠다..
고 말씀드렸다.
다음시간에 렛슨을 다녀온 지원이 희희락락
(앤디가 조금 져 주는 전략을 세운줄도 모르고)
자기는 끝까지 장구 배울거라면서...
좋아서 해해웃고 난리도 아니였다.
어쨌던 이런 버라이어티를 연출한 끝에
8월 8일 장구교실 마지막 시간에
선생님과 나란히 앉아 연주를 하게된것이다.
사실 연주할때는 머리에 수건도 쓰고 선생님처럼
꽃으로된 끈도 동여메고 하는 모양인데
지원이가 머리에 쓰는것은 싫다고 해서
연주복(?) 만 갈아입었다^^
출국하면서..
집에 가서도 열심히 연습하여
학교와 친구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려주겠다며
장구를 사 가지고 간 지원이
새학기에 미들스쿨을 간 지원이는
지금도 장구연습 열심히 잘하고 있을까?
시카고에서 장구 고수가 나오면
그게 바로 내 손녀 지원인줄 알겠다는 할머니의 기대를
부디 져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원 화이팅
지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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