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9일
가는날을 받아놓았기에
이것 저것 욕심내어 배우는게 많은
지원이의 스케쥴을 조정하여
모처럼 지난 29일에 2박 3일 외갓집을 보냈다
출국전에 외갓집 방문이 마지막이라고
가서 잘 놀다 오랬더니 어느새 수영복 까지 챙기고
외할머니 메니큐어 해 준다고 하더니
화장솜에 메니큐어세트까지 챙겨가지고 갔나보다
외갓집에 도착해서도
시시때때로 문자를 보내
나는 오늘 외삼촌이랑 호수에가서 오리보트를 탔다는둥
놀이동산에 가서 청용열차를 탓다는둥
그리고는
지 고모가 대구로 연주여행을 가면서
민서를 두고 갔는데 그게 그리 걱정이 되었는지
민서가 누나를 찾아 많이 울지는 않는지
징징대지 않고 밥도 잘먹고 잘 놀고있는지
할머니를 너무 힘들게 보채지는 않는지
오만가지 걱정을 다 하는 것이
이게 열두살짜리 어린앤지 어른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다.
어쩌는지 보려고
나는 지원이가 이렇게 보고싶을지 모르고 보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2박3일은 너무길다
너무너무 보고싶어 못참겠으니
하룻밤만 자고 얼른 오라고 답을 했더니
외갓집은 자주 올수 없는 곳이라
외할머니는 또 나를 얼마나 보고싶겠냐면서
벌써 한밤을 지났고
이제 하루밤만 자면 가는거니까
보고싶어도 하루만 참아달라고 당부를 하질 않나
아이구 신통방통한것...
도대체가 누굴 닮아서 이리 어른스럽고
참배맛 같이 연하고 달착하고 싹싹한지...
월요일이 장구 렛슨이 있는날이라
12시 까지는 오라고 했는데
이른 아침 9시쯤 도착해서 소파에 쓰러져 잠을 자고있길래
밤새 외할머니랑 이야기 하느라 잠을 못잔 모양이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민서애미가 그런다
지원이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고있다고...
무슨 영문인지 몰라 걱정이된 고모가
왜그러느냐 물어봐도 말하기 싫다고하고
계속 한시간을 꺼이꺼이 울음을 멈추지 않는거였다
혹시나 외갓집에가서 안좋은 일이있나 싶기도 하고
어떻게 첫새벽에 왔느냐고 고모가 물으니
외갓집 식구들이 피서 떠나면서
데려다 주고 간 것이란것 외에는
입을 봉하고 말을 않는것이다.
지원이의 고집을 알고있으니 다그쳐 물어보기도 그렇고
모른채 내버려 두었더니
어젯밤 잠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내는것이다.
첫번째 걱정은
외삼촌에게 탈렌트보다 더 예쁜 여자친구가 생겨서
만약에 결혼하게되면 자기 색시만 이뻐하고
지원이에게 신경을 덜 쓸까봐 걱정이고
두번째는 외삼촌이 자기한테 너무 잘해줘서 미안하단다
더운데 불구하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구경시켜주고
맛있는것 사주고 인형도 가지가지 사주고
놀이동산 데리고 다니면서 원하는것 모두 해 주었는데
지원이가 외삼촌의 시간을 너무 많이 뺐은것 같아 미안하다고
그래서 돌아오는 전 날 새벽 4시까지 잠이 안와서
편지 두 통을 썼단다.
외갓집에 가서야
8월 3일이 외할아버지 생신이란 소리를 들었기에
미리 생신선물을 준비 못해서 너무 미안해서
외할아버지 생신을 말로만 축하드려서 죄송하단 편지와
또 한장은 외삼촌에게 편지를 썼다네
날도 너무 더운데
회사일에 피곤한 외삼촌이
이곳 저곳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돈을 너무 많이 쓰게해서 미안하다고
그래서 자기한테 얼마되지 않지만 돈이 조금있으니
외삼촌에게 조금이라도 고마운 마음의 표시를 하고싶다며
그렇게해야 지 마음이 편하다며 봉투에 돈을 넣어
(얼마인지 액수는 밝히고 싶지않다고 비밀이라며)
뒷자석 곰 인형밑에 넣어두고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왜 울었냐고 하니까
그런데 식구들이 곰인형을 치우기 전에는
그 편지를 못볼것 같아서
저를 내려주고 가신지 30분이 지난후에
외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단다
곰 인형밑에 편지 두통을 두었으니 찾아 보시라고...
그랬더니 조금있다가
외할머니가 전화를 해서 막 우시더랜다
그러면서
외삼촌이 지원이의 편지를 읽어보고는
계속 울면서 운전을 하고있다고...
가족 모두 지원이 편지보고 울고있다는
외할머니의 전화를 받으니
자기도 너무 눈물이나서 참을수가 없었다며
외삼촌이 울고있다는 말을 잊으려고 피아노를 쳤는데
보통때 같으면 피아노를 칠때
마음이 오직 피아노 연주에만 집중이 되는데
그 날은 피아노를 쳐도 집중이 안되고
외할머니의 말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를 않아서
다른 곡을 다시 쳤는데 역시 집중이 안되고
머릿속에 외삼촌이 눈물 흘리는 모습이
계속 계속 남아있어서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막 아프고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통곡이 나오더라고...
그런데 왜 내려주고 30분 후에 알려드렸냐고 물었더니
할머니...내가 금방 알려주면
외할머니가 그걸 금방 찾아서보고는
편지봉투에 든 돈을 나에게 도로 돌려주려고
인터폰을 하실께 뻔하잖아
그래서 30분후에 알려드리면
그때는 벌써 멀리 가고있을테니
다시 되돌아 올수 없는 먼곳 까지 간후에
알려드려야 되잖아 하는것이다.
세상에 세상에 니가 내 손녀딸 지원이 맞냐? 하니까
옆에서 듣던 고모가 자기도 말해줄게 있다면서
엄마
작년 크리스마스 연휴 때
이틀동안 운전을 해서 시카고엘 갔는데
마침 새해라고 준원이와 지원이에게
새뱃돈을 봉투에 넣어주고 작별인사까지 하고 돌아가던중
거의 10시간을 운전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받으니
준원이 지원이더랜다
고모 잘 가고 있는거야?
고모가 준 새뱃돈... 너무 고마운데
우리가 세뱃돈으로 받기엔 너무나 큰 돈이라
이다음에 작은돈을 주면 고맙게 받을게
우리는 고모가 뮤지션이라
참 부자로 잘 살거라 생각했는데
지들이 보기엔 아직까지 고모형편이 그렇지 못하니
나중에 부자가 되거든 세뱃돈 많이 받을거야
그 대신 지금은 새뱃돈 사양할께
고모 카메라가방에 편지가 있으니 한번 열어봐 하더란다
그래서 찾아보니 언제 넣어 뒀는지
지가 준 세뱃돈이
고맙다는 편지와 함께
봉투째 고스란히 되돌아와 있더란다.
세상에 세상에 ~
지원아 어떻게 니들이 그런 생각을 다 했니?
니들이 뭘 안다고...
고모가 새뱃돈주면 땡큐하고 얼른 받아야지
왜 돌려주면서 고모 울리고 그랬어?
고모도 부자야
그리고 새뱃돈으로 주는건 받아도 되는거야
아니야..
고모는 민서가 우리보다 어리니까
연주하러 다니면 베비시터 불러야 하니까 돈이 더 많이들어
그러니까 나중에 고모가 부자되면 새뱃돈 많이 받을거야
고모왈
엄마 얘네들은 ...
도대체 얘네들은 어디서 이런걸 배워가지고
나를 맨날 울리냐 말이야 내말은....
정말...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런 아이들을 나에게 손자 손녀도 보내주셔서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이 아이들은 누굴 닮았을까?
누굴 닮아서
이렇게 심성이 곱고
생각이 깊고 바르게 잘 자라주었을까?
오늘도 전철안에서
남들이 보건 말건 어리광 부리며
내 품을 파고드는 이쁜 지원이
아직도 이런 어리광장이 열두살 어린아이 마음에
어른도 생각지 못할 지혜로움이 가득들어 있다니
고맙고 자랑스럽기 짝이 없다.
지원아 준원아
너희들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구나
니들은 정말 하느님이 내게 내려주신 보배로운 선물
자랑스러운 내 손자 손녀들이다
제발 지금처럼 바르고 어질고 곧게 자라
우리가문과 나라를 빛낼 훌륭한 인물이 되어주길
할머니가 늘 정성으로 기도하마
얘들아~사랑한다 니들 모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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