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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학·미국의 교육제도

부모님전 상서 2.

 

 

어머니 아버지 형 수정아 모두 평안 하시지요?

오늘 수정이에게서 편지를 받고 (9월 16일)필을 들었습니다.

이틀전 편지를 부치긴 했는데 다시 소식을 알립니다.

 

작은 아버지 께서도 따로 편지를 쓰실거예요.

저는 이곳 학교 생활에 약간씩 적응비슷하게 하고 있어요.

제가 집에선 까불어도 밖에 나가선 얌전하게 잘 하는것 아시지요?

제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항상 할아버지께서도 강조하시고

 아버지께서도 말씀하신것처럼

" 잘되던 못되던 모두 제 할 탓" 이라는 말을 가슴에 묻어두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제가 자식을 길러보지 않아서 부모님 심정을

다 이해 하지는 못하지만 저 떠나보내신후 슬퍼하신다구요?

어머니 ..

제가 그렇게 유학가기 싫다고 할때

"넌 꼭 가야해" 하고 막 반강제로 보내시니까

그렇게 기분이 좋으세요?(농담)

 

부모님...전 정말 우리 부모님을 사랑해요

세상에 누가 누가 좋다고 해도 핏줄보다 더 좋은게 어디 있겠어요?

이 몸이 멀리 미국까지 와서 미국사람들이랑 중얼거리고 다니기 까지

우리 부모님이 없었더라면 가능한 일이겠어요?

 

멍청한 자식하나 있는거 군대가면 고생할까봐 큰 희생 무릅쓰고

미국 그 가기힘든다는 나라까지 보내주신 큰 은혜

 제가 무엇으로 갚을길 있을까요?

오직 한길 저 한몸 잘되서 우리가족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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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는 토요일 밤입니다.

한국은 일요일 오후 6시쯤 되었겠군요.

채널 5에서 NBC가 생중계를 해서 오프닝 세레모니를 보고

오늘도 올림픽 모두 보고 있습니다.

여긴 저녁인데 한국은 밝은 대낮이더군요

개막식하는 어제 저녁에는 한강 하늘이 얼마나 맑은지

처음으로 막 눈물이 나오려고 하더군요.

아직 어려서 인지 자꾸만 한국에 가고싶어요

여기 있어봤자 재미 하나도 없거든요

물론, 제가 여기 여행온건 아니지만요.

 

 

아 참!!

저번 편지에 겨울방학때 한국 가고 싶다고 한것 있잖아요?

다시 생각해 봤더니 한번 미국입국한 사림은

일정 기간동안 (3개월?6개월?) 출국을 못한답니다.

그때 나가면 다시 미국에 못온다는 소리를 들어서요

그냥 아들놈이 아직도 철이 없어서 잠꼬대 한걸로 생각해 두세요.

여기선 현이 진이가 "아빠 엄마 저리비커 TV 안보여" 하고

소리 지르는것 보면 난 한국있을때 저것보단 잘 했고

지금도 한국만 가면 더 잘 할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아주 기초적인 과목들을 듣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납니다만 앞으로는 점점 바빠 진답니다.

현이 말을 들으니까  작은집이 내년쯤엔

(빠르면 2-3개월 ~5-6 월)

써버브 지역으로 이사를 갈지도 모른답니다.

거긴 학군이 좋거든요.

대준씨 아들들도 다 거기있데요

그렇게 되면 전 기숙사로 들어 갈려구요.

한달에 550불 가량 든다는데 비싸지만 앞으로는 그게 나을것 같에서요.

 

그 다음엔 1년쯤 후 다시 나오구요.

작은 아버지 저한테 잘 해주시지만 아직도 너무 한국적이세요

기숙사에 있는 형이 (대학원생)온지 한달이 되었다는데

제 생각엔 미국에 한 5년 산 사람같이 보여요

학교 끝나고 또 학교 시작하기전에 그냥 혼자서 막 돌아다녔다네요

위험 각오하고 돌아다녔다는데

흑인거지는 많이 보았지만 강도는 한번도 없었데요.

물론 흑인 강도는 굉장히 무서운건 사실이예요.

작은 아버지 께서도 학교 끝나면 바로 집에 오라고 하시는데

전 저한테 필요한 책 사야할 서점,일용품가게.이런것 하나 모르고

영어하나 못 배울뻔 했어요.

그리고 제가 시카고 너무너무 더럽고 추한 동네라고 했잖아요?

전 정말 놀랬어요

그 형따라 하루종일 돌아 다녀봤어요 

 그 형 말이 우리학교 있는데가

시카고에서 가장 후진 건물들이라는 거예요.

다른 쪽으로 걸어서 20분쯤 가니까

우~와~눈이 뱅뱅 돌아가는게 여긴 진짜 미국같에요.

흑인도 거의 볼수가 없구요

벤추어 다미닉스 저웰 ...

이런데서 파는 리.리바이스 이런건 노동계층이 입는거래요.

 

 

이 근처에는 가장 큰 백화점 체인인 마샬필드에다

구찌 까르띠에 티파니보석상 폴로...이런것들이 즐비해요.

작은아버지께선 돈 버시느라고 바빠서

다운타운 나오신게 제가 시카고 도착하기 이틀전

미리 학교 한번 다녀가신게 다 라고 하시니까

이런 별천지있는것 모르시는게 당연하지요.

또 5시만 넘으면 거리에 사람하나 없는게 아니예요

차라리 저 학교 끝나는 2-4시가 직업없는 흑인이 들끓죠

6시쯤엔 전철도 우리 한국같에요

얼마나 사람들이 많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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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맥도널드에서 만난 흑인은 강도가 아니라 거지래요.

여기 거지는 그렇게 당당하다구요

저보구 다들 생긴것 답지 않게 겁이 너무 많데요

가만 생각해 보니 너무 챙피하고

이거 안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 작은집에 계속 있다가는 언제 영어 배우나

학교에서 기숙사에서 거리에서

마구 부딧쳐봐야 영어가 늘텐데하는 생각이 들어요.

 

수정이 편지에선 아버지가 1월달에 오신다구요?

아버지 꼭 오세요 엄마도 같이요

한번 구경해 보시구요 이런곳이 미국이구나 아셔야

아들이 어떻게 사는구나 하는걸 느끼시지요

1월에 오셨다가 작은 어머니도 한국에 나가신다니 같이 가시면 되겠네요

외국 오시는거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말 안하고 가만 있어도 그냥 다 되니까요

공항에서 짐 다 풀어 본다는것 다 거짓말이예요

그냥 가방속에 동물이나 먹을것 있냐고 그래서 없다그러고

불법 밀수품 없다고 그냥( No i don't  have that)  그러면 끝이예요

제가 겨울엔 못 나갈것 같으니까 꼭 오세요.

그 대신 5월 10-15일쯤 2학기가 끝나고 한달쯤 있다가

썸머스쿨하니까 그때는 꼭 한국 나갈래요

엄마!!!제발 플리즈x100000!!!

 

그리고 정말 하고싶은 말이 있는데요

제가 작년에 부모님께 잘못했었지요

하지만 제가 아버지께 남자대 남자로 말씀 드렸잖아요

전 아직 총각이라구요

아버지  전 아버지가 생각하시는것 만큼 나쁜놈 아니예요

저 아직 정신이 똑 바로 박혀있거든요

어머니..늘 말씀 하셨잖아요

뿌리를 조심 하라구요

전 아직 한번도 써 본적이 없어요

대구에서 말씀 드렸잖아요

엄마도 알겠다 하고 말씀 하셨잖아요

 

전 여기서 우선은 공부에 집념하고있어요.

영주권이나 결혼 같은것은 두번째 문제예요

4년 반 동안은 아무도 절 터치하지 못해요.

우리나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아참...통장에 40만원 있었는데 ...하실것 같은데요

맨처음 20만원은 건축 책 산거 아시지요?

전 삥땅 같은건 절대로 안해요

그리고 아버지껜 너무 죄송해요

작년에 여자친구 그만 사귀겠다고 그렇게 약속드렸는데

 못 지켜드려서요

 

하지만 가끔 한달에 한번 성당 다니던 애들이랑

다 같이 만났을 뿐이예요.

그리고 성격이 비슷해서 잘 통하니까 같이 다니는거지

그렇게 깊은 관계를 가질만한 나이가 아니라는것 저도 잘 알구요

부모님께서도 저를 잘 아시잖아요

다음 편지에는요...

그냥 친구로..심심하면 편지나 교환하거라...

하시는 말씀을 기대할께요

공부에 지장 안 줄 정도로 준선이나 다른 친구들에게도

편지 할께요

아직은 공부가 참 쉽고 어쩌면 비참하기도 해요

 

교수가 영어로 이게 뭐예요?

그러면 우리는 윈도우/창문  블랙보드/칠판

이따위나 하고 있으니까요

한 1년 지나면 영어 다 한데요 너무 걱정 마세요.

그리고 다른 자식들...형 수정이는 유학 안보내신다구요?

전 한 이년쯤 있다가 수정이랑 합류하던지

수정이는 이태리로 가던지 하는게 나을거예요

젊을때 나가 버릇해야지 자주 나 다니지

늙어서 다니는것 여행밖에 되지 않잔아요?

 

 

 

 

그리고 형!!

여기와서 보니까요 미국 사람들은 생활을 가족중심으로 해요

제가 왜 서울 있을때 형제간에 대화가 없었는가 하고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지 몰라요

저희가 하도 성격이 달라서 그랬나봐요.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지요.

그리고 형은 성격이 너무 내성적이고 무뚝뚝한것 같에요

사람이 저 처럼 (그렇다고 제가 잘 한다는것 아니구요) 좀 아양도 떨고

눈치도 싹 봐서 하기 싫은말도 하고 하기 싫은 행동오

해야되는것 같은데 형은 형이 딱 생각한대로만 일을 하잖아요

 

그리고 이런말 안드려도 잘 하시겠지만 아버지 어머니께 잘해주세요.

왜 좀더 아버지와 남자대 남자로서 대화라던가

부자지간만의 외출 뭐 이런거

엄마랑은 더 깊은 이해관계인것 같은게

없었든가 하고 얼마나 후회가 되는지 몰라요.

형이랑 수정이도 한국을 뜨긴 떠야 하지만,

한국같이 좋은 나라 사실은 없어요

전 정말 한국가고싶은 마음 굴뚝같에요

비행기 날아가는것만 봐도 미칠것 같고 지금은 계속 TV에서

한국사람들 나오니까 울고 싶어요.

 

수정아 너도 공부 열심히 해라

문법같은건 그렇게 중요하지않으니까 회화랑 발음 많이 공부해놔라

 

그리고 내 친구들 한테는 네가 직접 연락하던지 해서

작은 오빠 노릇 톡톡히 하게 만들어서

내 좋은 친구들이 나를 잊지 않도록 해 주거라.

준선 진영,수종이,현진이,제희.등등...

그리고 너한테는 학교로 편지를 해 줄께

 

그럼 아버지 어머니 형 수정이..건강하시길 빌고요

다가오는 생일에 선물 못 드려서 죄송해요

조금 여유가 생기면

거기서 구할수 없는것 이것저것 보내드릴께요

부모님께도 전 한달에 기숙사비 벌고 있으니까 조금씩 보낼께요

아버지 어머니 꼭 1월달에 시카고 오시구요

형이란 수정이도 같이 올수 있으면 오세요

조만간 또 편지 올릴께요

 

PS

옷 같은것 이제 안보내도 되요

이때까지 바지 2개T셔츠 2개로 번갈아입고있어요

필요한것 있으면 제가 부탁드릴께요

 

가족들의 건강과 제가 인사 못드린 친지들

 제 친구들이 행복하길 빌며 글을 줄입니다.

안녕히계세요

 

저도..부모님께서 써 주신 편지 받고 싶어요 안녕

 

1988년 9월 17일 오후 11시40분

시카고에서 불효자식 인석 올립니다.

 

한국이 올림픽 잘 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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