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로 며칠동안 톡톡히 고생을 하면서도
설 명절 장보기는 해야 하는지라
제대로 앓고 누어있을 짬이 없다
콜록 콜록 기침에 콧물은 왜 또 그리 많이 나오는지
수도꼭지 열어놓은것 처럼 줄줄 흘러내린다
사람이 주접을 떨어도 분수가 있지...
휴지 한뭉탱이를 옆구리에끼고
휴지버릴 비닐 봉지 하나 챙겨넣고 시장을 보러 다녔다
명절이 다가오면 제일 걱정인것은
혼자서 시장을 봐야하는것이다
집은 산꼭대기에 있고
시장은 한참 내려가야 하는데
그것도 눈이 오거나 날씨가 추워 눈이 얼어있으면
내려가는것 포기해야한다
시장보는것도 문제지만
시장본 물건을 수십번씩 오르내리면서 옮겨야하니
이 나이에 제일 힘든일은 혼자서 시장보는일이다
물론 제사나 명절때는 막내동서가 오지만
섣날 그믐날 12시쯤 시장에서 만나게되면
시장 보는것을 포기해야 한다
좁은길에 인산인해로 북새통을 놓으니 정신이 없어
적어가지고 간 것도 잊어먹고 못 사올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여유를 가지고 며칠전부터
한가지 한가지 준비를 미리서 해 놓는 편이다
하루에 대여섯번씩 오르내리는것보다는
하루에 한번만 시장을 보는것으로...
그래서 일주일 전부터
하루는 중부시장에서 건어물 장만하고
하루는 경동시장에서 야채등속을 사고
하루는 청량리 생선시장에서 어물준비를 하고
마장동 들러서 고기도 사고.
이러고 일주일을 앓으며 돌아다녔더니.
감기가 낫기는 커녕
도리어 사람 잡아먹을 려고 작정을 했는지
쏱아지는 기침 눈물 콧물 감당이 안된다
주사맞고 약먹고 제아무리 발버둥쳐도
감기란놈 절대로 나갈 생각을 안한다
그래도 받아놓은날 다가오니
오늘은 지켜앉아 식해도 다려서 베란다에 내어 놓았고
닷새전에 담아 베란다에 내놓은 물김치도 맛을보니
알맞게 익어 톡쏘는 사이다 맛이되었네
오늘 하루 온종일 과일이며 술이며 사 나르고
지금까지 야채 다듬고 생선 다듬고 고기썰어 재고...
그러다 보니 벌써 자정을 훌쩍 넘어버렸네
맏며느리...
누가 나에게 나에게 상을 준다고
이리 열심히 맏며느리 도리를 하고있는지..
그래도 철없는 새댁시절엔
시부모님 무서워 쩔쩔 매느라 힘든줄 몰랐고
양위분 돌아가시고 나니 오형제 맏며느리
누구에게 한탄할데도 없었고
이제 나이를 먹고나니
오히려 시끌벅적하던 옛날이 그리워진다
이제는 첫째인 요한씨와
막내 서방님만 남아있고
가운데 세분은 이미 이세상분이 아니시니
이제는 명절에도 각기 차례를 모시니
추석이나 설명절엔 우리 두 가족..
거기다 아이들은 모두 외국땅에 살고있으니
쓸쓸하기 짝이없다
그래도 아이들 어려서 한데모여
사촌들끼리 지지고 볶고
울고 보채고 시끌벅적 난리치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정녕 맏며느리는 하늘에서 내는 것인지?
오늘은 번갈아가며 아이들이 전화를 한다
딸은 딸대로 엄마감기가 어떻냐고..
저도 연주열흘 앞두고 또 감기가 와서 목이 아프다고..
힘들게 일하지 말고 간단하게 차례지내라고 안부전화
하하하 이제보니
일주일에 한번씩 꼭꼭 전화 하기로 작정을 했나보네
두번째는 둘째아들 유리애비의 전화
무슨 김을 이리 많이 보냈냐며...
대천재래김 유리가 좋아한다니 박스로 하나 보냈더니..
유리까지 바꾸어 할머니 보고싶다고 애교를 떤다
아이들이 고마운게
전화를 할때마다 꼭 옆에 아이들을 대기시키고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통화를 하게 해주는게 고맙다
아무것도 아닌것 같지만
나는 그런것도 우리 아이들이 효자라서 그렇다고 믿는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늘 마음속에 담아두라는 뜻으로 그리한줄을...
오후 3시쯤 준원에미가 전화를 했다
준원에미는 전화할때마다
반가워서 펄쩍뛰는게 눈에 보이는듯 하다
그런데 오늘은 ...준원에미의 전화에
정말이지 가슴이 쓰리고 목이 메여 말이 안나온다
이민가서 미국사회 적응하느라 죽을 고생을 하고있구만
구정이라고 제수장보기를 하라고 송금을 했단다
니가 무슨 돈이 있어 그러느냐고
제발 그러지 말고 니들 필요한데 쓰라고
펄쩍 뛰며 야단을 쳤지만
내 은행계좌로 500불을 벌써 송금을 했다고하니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
한국에서도 그만한 액수의 돈이라면
정말 있는 집에서도 힘든 액수인데
하물며 미국 땅에서
하루벌어 하루쓰기도 바쁜 아이들 형편에
500불은 거금중에 거금이다
니들형편 내가 훤히 알고있는데
무슨 그런 큰 돈을 보내느냐고..
아직도 니들힘을 빌릴나이가 아니라고...
그랬더니
아르바이트 하는곳에서 12월에 받아야할 성과금을
지금껏 미루고 안줘서 애를 태웠는데
어제 일요일에 받았기에 오늘 보냈다고...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부모슬하 떠나 맨날 부모님께 걱정만 끼치고
자식된 도리도 못하고 살고있으니 너무나 죄송하다고..
어머니가 몸도 불편하신데
그 연세에 지금까지 제사를 받들고있으니
맏며느리로서 그렇게 마음이 불편할수가 없다며
이번 명절에는 꼭...
작은댁 식구들도 부담없이 편하게 다녀가시도록
지가 보낸 돈으로 제수장만하여 차례를 모시라고 하니
그 고운 마음 씀씀이에 가슴이 복받쳐
눈물이 주체할수없이 흘러내린다
그래..역시 니가 내 맏며느리구나
역시..맏며느리는 하늘이 내는가 보다
아마도...
둘째 며느리가 이 글을 보면 펄쩍 뛸수도 있다
큰며느리는 나와 14년을 한솥밥을 먹고 살아왔으며
봉제사 받드는것 한집에서 보고배웠으니
며느리직분을 은연중 배웠겠지만
둘째는 어려서 이민을 갔으니
시댁의 기제사나 명절차례에 대해 잘모르고 있음이니
앞으로 아이들이 제사를 모시게되면
맏동서에게 지차 며느리로서
어떻게 해야한다는것을 잘 일러줘야겠다
살면서 가장 큰 복은..
남의 식구가 잘 들어와야 한다는데
내 며느리들은 하나같이 착하고 선하다
큰며느리 준원어미는 나랑 같이 사는동안
마음고생도 참 많이 했을꺼다.
내가 그 시절 지금처럼 지혜로왔다면..
고부갈등은 없었을테지만
그때는 나도 50대 초반이라
물불도 가리지못하는 나이였으니
한집에 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까칠하고 독단적인 성격의 시어머니 비위맞추랴
준원어미 정말 고생많이 했는데
지금에야 생각하니
그때 내가 왜 그렇게밖에 못했을까 후회도 되고
내가 정말 좋은 시어머니가 되어야지 하는 결심을 한것도
며느리의 한결같은 착한심성 때문이었지싶다
우리들은 전생에 무슨 인연이었길래...
하늘이 우리들을 한가족으로 엮어주셨으니
이 세상을 살아가는동안
늘 화목하고 평화롭고 너그럽게
후회없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한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준원에미야
유리에미야
니들이 내 며느리가 되어주어서 정말 고맙구나
니들을 진심으로 ...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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