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일입니다
밤새 기침을 어찌나 심하게 했던지 그여파가 엄청나네요
배며 가슴이 가만 있어도 결리고
기침을 할때마다 옆구리를 감싸쥐어야만 했어요
내일이 일요일이라
병원에 가서 주사라도 한대 맞아야겠다싶어
아랫동네 내려가서 병원을 들렀는데
목에서 그렁그렁 소리가난다고
혹시라도 기관지에 문제가 있는지 보자시며
피리같은걸 내놓고 확 불어보라고 하는겁니다
시키는대로 했지만 선생님이 3번이나 연거퍼..
잘못된 수치가 나온다고 자꾸만 이상하다는거예요
제 나이에 수치가 20이 나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시길래
제가 한 6개월 전부터 호흡이 짧아져서 노래 한소절 제대로 못부른다고
어느땐 생일케이크 불끄는것도 여나믄번 불어야 다 꺼트린다고하니
폐 X선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십니다
이렇게 바쁜 구정 무렵에 꼭 월요일날가서 X선 촬영을 하래는데
그것보담은 뇨실금 수술을 받는게 급선무더라구요
나이를 먹으면 몸 구석구석이 망가지는게 눈에 보이듯
기능이 말을 안들어먹어주네요 내 참...
요즘같이 기침이 심할때는 두말하면 잔소리이고
신호등을 보고 빨리 건너가려고 뜀박질을 하거나
재채기를 하거나
깔깔웃거나..
이게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더라구요
사람들이 너무 웃으면 오줌나온다는말 그거
웃느라고 하는말이 아닌걸 요즘에야 알았어요
여하튼..무엇이든지 초다듬에 해결을 봐야 하는데
구정 지나면 빨리 손을 보던지 해야지...
시장 내려간길에 밤이며 대추 곳감등 제수 장보기를 간략하게사서
마을버스 타는곳을 향하는데 앞에서 허리굽은 할머니 한분이
지팡이를 짚고 세월아 내월아 걷고계셨어요
저는 날도 춥고 급한 마음에
그 할머니를 비껴 앞장서서 마을버스 정류장에 서있는데
그 할머니께서도 마을버스를 타시려고 오시더니
저한테 물으시는거예요
마을버스 차비가 얼마요?하구요
저도 사실 얼마인지 정확하게는 모르면서 늘 카드를 사용하는지라
아마 700원정도 하지싶어요 그랬더니
어떤 중학생은 천원이라고 하던데.,.
내 수중에 돈이 700원 밖에없어 어쩌지라 하시는겁니다
어디까지 가시냐니까 저그 위에서 왔소
원래는 해남살다 왔는디 우리동네 없는것을 사러 여게 와봤소 하시기에
무엇을 사러 이렇게 추운날 내려오셨어요? 물었더니
엿을사러 오셨답니다
기침이 심해서 무우에다 엿을 녹여드신다면서요
우리동네에서 엿을 파는곳을 못봤는데
그래도 어디선가 수소문을 하셨는지 엿을 사셨다네요
연세가 어떻게 되시냐고 여쭈어보았더니
낼모레가 구십이요
질긴목숨이 왜 이리 오래산당가요 하시는 할머니...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계시는 할머니의 손을보니
손마디가 어찌나 굵은지 힘줄이 손등위로 툭 불거져있고
손등은 갈라졌는데 장갑도 안낀 손으로
깎아만든 지팡으를 꼭 잡고계시는품이
고생을 참 많이 하신 손 같에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날이 너무도 차거운데 어떻게 장갑도 안끼고 나오셨는지
제 장갑이라도 벗이드릴래니
할머니 손마디가 너무 굵어 들어가지도 않게생겼기에
버스오는동안 가게에가서 장갑 한켤레사려고 막 뛰어가는순간
버스가 도착하는거예요
다시 되돌아와 할머니를 부축해서 태우고나니
어떻게든 할머니 장갑 한켤레 못사드린게 마음 아프더라구요
버스를 타자말자 짧은 두정거장 코스인 언덕길을 올라가는동안
등에매고있던 베낭 내려서 지갑꺼내니까 벌써 우리집 앞인거예요
기사님께 잠간만 기다려달라고 하고
할머니께 날 추운데 장갑하나 꼭 사서 끼고다니세요 하고
돈을 드렸더니 펄쩍 뛰시며
이러면 안된다고 하시는데 얼른 내렸지요
버스가 떠나려고 문이 막 닫기는데 할머니가 소리치데요
고맙소~
저는 정말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어요
그 고맙소~하는 말 한마디가..
내 가슴을 소용돌이치며 마구 후벼파는 느낌이었지요
우리 친정엄마 모습이..
우리 시어머니..얼굴이 막 떠오르는겁니다
집에 오면서도 자꾸만 눈물이 나는게
할머니보고 다음차를 타시게 했으면 장갑을 사드렸을텐데
왜 그 생각을 못했는지 안타깝네요
어디에 사시는 분이신지 댁에까지 따라가 봤으면 좋았을껄...
집에 안끼는 여분의 장갑도 새 머플러도 많이 있는데
오늘따라 손에 딱 맞는 MCM장갑을 꼈으니..
이 장갑이 너무 꼭 맞아 오래끼고있으면 손이 저리거든요
날도 이리추운데..구십노인이 장갑도없이
뼈만남은 맨손으로 지팡이를 꼭 쥐고있는 모습이
내 부모님 아니지만 고생스러운 모습이 내 탓처럼 느껴지고
왜그리 슬프고 가슴이 아픈지 모르겠어요
나도 늙으면 저런 모습으로 변하게되겠지 하는생각에
눈이 퉁퉁 붓도록 지금까지 울고있는 중입니다
연세가 드셔도..
이 세상이 슬프지 않는곳 이 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수있는
우리의 꿈과 희망이 꽃피는
실낙원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것일까요?
세모의 한파가 몰아치는 1월의 마지막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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