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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40년만에 받은 질녀의 전화

 

 

오늘이 무슨 날인지..

내게는 아주 아주 특별한 날인것같다

아침부터 아주 특별한 전화를 두통이나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전화가 있으나마나 한 무용지물이다

내가 전화하는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결혼하고 40년을 한의원과 붙어살았고

아니면 1층이 한의원에 5층 살림집에 살았기때문에

부지불식간에 하는 인터폰에 노이로제가 걸렸기때문이다

 

아침 잠이 많은 내게 새벽형 인간인 남편은

시시때때로 인터폰을 해대니 말이다

 신문에 난 뉴스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TV에서 뭐 나오는데 지금까지 자고있느냐...에서부터

요리 나온다 봐라

장가계 나온다 봐라

천안문 못봤제 그거 지금 나온다 봐라

일본 미국 카나다 경치좋은것 나올때 마다

인터폰 불이난다

 

당신 좋아하는 디스커버리

 지금 기똥찬거 나온다 봐라

하다하다 어제 당신못본 드라마

지금 나오니까 얼른 틀어봐라..

세상에 사람이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다

 인터폰때문에

공해도 그런 공해가 없어 인터폰 하지말라면

 전화로 시시콜콜

이게 진짜 사람잡는게 전화질이고 인터폰 호출이다

그래서...내 병은 전화도 공해다!!! 

하여..전화를 잘 하지도 않고

잘 받지도 않는다는게 병이다 

 

지난 토요일도 3시간 동안 휴대전화 안받았더니

국제적으로 큰 사단이 난 적이 있었다

그 사단 건은 ...일단 다음에 올리고

 

어제는 몸이 말을 안들어 성당미사도 못가고

하루종일 누워서 꿍꿍 앓아댔다

덕분에 아침에는 몸이 좀 가벼워져서

늦으막히 아침을 먹으려는데

집 전화가 울리네

요즘은 휴대전화가 있으니

누구던지 집에 잘 붙어있지않으니

집 전화 쓸일이 없고

 어쩌다 받으면 발신자 정보없는 이상한 전화라

안받을까 하다가 받았더니

저~기 먼곳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고 물으니 세상에...

달라스에 살고있는 이질녀가 전화를 했네

해가 바뀌어서 새해인사 했노라고...

 

세상에...반가워라

질녀들도 나이를 먹으니 이모한테 안부전화도 하고..

하긴..지들 삼남매 모두 미국땅에 살고있고

불광동에서 언니 혼자 살고있으니 얼마나 걱정이 될까

그래도 이모라도 지 엄마 가까이 살고있으니

지 엄마잘 돌봐달라고 전화했구나 싶은게 

고맙기도하고 한편으론 맘이 짠하다

언니가 설흔도 되기전에 형부가 돌아가시고

혼자손에 죽을고생하며 사남매 훌륭하게 키워놨는데

모두들 미국으로 살길찾아 떠나고 나니

귀도 잘 안들리는 언니가 혼자사는거 마음아파서

별다른 음식만해도 불러서 같이먹곤 하는데

지들도 홀로 남겨진 엄마가 얼마나 걱정이 되면

이모인 나한테까지 문안인사를 하나싶어

언니한테 더욱 잘 해 드려야겠단 생각이든다

 

점심한술을 먹고있자니

이번에는 휴대폰으로 온

낮서른 전화..받아보니

엊그제 토요일에 딸래미 결혼을 시킨

포항의 질녀가 전화했다

세상에..이게 몇십년만인지..

이산가족이 따로 없이 이 조카도 시집가는날 만나보고

지 동생들 시집갈때나 얼굴 한번 볼수있었고

고모라고 따로 전화를 받은것이 46년만의 일이네

세상에,,이산가족보다 더한 이산가족이

바로 내 친정가족이구나 싶어 마음이 서글프다

 

포항이면  서너시간이면 달려갈수있는 곳 인데도

이렇게 서로 연락한번 안하고 살아왔다니

나같이 나쁜 고모가 세상에 어디또 있을까?

질녀가 딸을 시집보낸다고 연락이 왔는데도

감기가 심해 가 보지도 못하고 부조금만 보내  미안한데 

고모가 마음써줘서 고맙다는 전화를 받고있다니...

 

살면서..

친정보다 더 좋은곳이 없다는데도

나는 친정이라고 몇번이나 가 봤던가

결혼하고 46년동안 친정 나들이라곤 손에 꼽을 정도인것이

막내로 자라서 맏며느리로 시집을 왔으니

대소사간에 내집일이 많다보니

친정이라고 발걸음하는게 그리 쉽지만은 않고

어쩌다 한번 친정 나들이를 간다해도

친정집을 못찾아서 늘 누군가가 나를 마중을 나와야하고

내가 이리 친정 발걸음을 못하니

우리 아이들도 외갓집이라고 가 본것이

초등학교시절 친정 엄마 살아계실때

두어번 가본것이 전부다

 

그것이 마음 쓰여서

우리 준원이 지원이는 

외갓집 자주 다니게 하려고 마음 먹었었는데

지금은 멀리 미국땅으로 이민을 갔으니

내 손자 손녀도 외갓집하고는 인연이 없나보다

내 새끼 삼남매도 외갓집 발걸음도 제대로 못하지만

더욱 큰 걱정은

사촌끼리도 만날 기회가 제사때 뿐인데

이제는 가까운 사촌도

말 그대로 이산가족이 되어버렸네

내가 아직도 조상 제사를 부여잡고 있는것은

이제 제사없으면 형제끼리도 만날 기회 없어질까봐

오뉴월 삼복더위에 세번씩이나 겹치는제사

군소리없이 모시고 사는거다

 

 

항상 내집일이 우선이다보니

이렇게 가까운 고모 질녀 사이도

몇십년씩 연락조차 없이 살았다는 부끄러움과

이웃사촌이 더 가갑다는 옛속담이 어찌그리

가슴을 후비는지

앞으로는 친정식구들과도

 자주 연락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든다

 

하긴..같은 금호동...

엎어지면 코 닿을때 살고있는

둘째 올케와 조카 원석이..

거기도 한번 들여다볼 시간이 없으니 이게 도대체..

내가 시누이고 고모가 맞는건지

지난 금요일에 올케가 잘 다니는 미용실에다

고추장 한병 갖다 맡겼는데 잘 찾아 갔는지...

오늘은 시간내서  전화한번이라도 해 봐야겠다

 

그리고 올해는

좋은 엄마 좋은 시어머니 좋은 할머니..

그리고 좋은 고모 좋은 이모 좋은 시누이가 되는걸

 올해의 내 목표로 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