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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hajoy;s Kitchen

동지팥죽 한들통을 다 태워먹은 ..

 

백수가 더 바쁘다더니만

내가 바로 그짝이다

요즘도 하는일 없이 눈코뜰새없이 바쁜 와중에

동지날이 다가온다니

맞아 팥죽!!!

 

수퍼에 들러 팥한봉지사고보니

올해는 새알옹심이도 넣고 만들어보자 하고

찹쌀한되를 불려빻아왔다

 

해마다 먹는 사람은 없어도

팥죽은 꼭 쑤는데

내 기억에도 두 그릇 먹어본 적은 없는것 같다

동짓날 한사발 맛보면

그 다음부터는 두번 다시 거들떠 보지도 않거니와

동네방네 다 퍼다주고 없에거나 ...

어쨌던 잘 먹지도 않는 팥죽을

올해는 새알옹심이까지 넣어서 만들었겠다

 

 

 

 

 

팥죽 끓이면서 생각을 해 보니

새알은 맵쌀로 해야하는데 내가 왜 찹쌀로 했지싶은게

익자마자 한덩어리로 들러붙는 바람에

떼어놓느라 어찌나 성가시던지

그때서야 생각이 난거지 맵쌀로 해야한다는걸..

 

우리부부는 간만에 팥죽 맛있게먹고

너무 늦어 경비 아저씨도 못가져다 드렸네

시원한곳에 내어놨다가

 내일 데워서 한그릇 가져다 드려야지 생각을했다

 

오늘은 바지 줄일것을 찾아 수선집에 가려다말고

내가 맡기지도 않는 물건 내놓으라고

생떼를 써 마음고생 시킨기억도 있고

 간만에 좀 착한일좀 해 보자...하면서

경비아저씨랑 행복수선집 아줌마랑

이왕에 맛있게 끓인팥죽  넉넉히 담아다 드려야지하고

솥째로 개스에 올려놓고

 세수하고 청소하고 이것저것 정리하다

홈쇼핑 에뜨로 핸드백 세일하는걸 구경하다보니

 

아이구 세상에...

안개처럼 연기가 자욱하고

팥죽 타는 냄새가 온 집안을 등천을 하네

정신빠진 예편네...

그러게 방문을 닫으면 안되는건데...

도대체 정신줄을 어디나 놓고 사는건지

맨날 태워먹으면서 조심 좀 하지

그러게 개스불 켜 놓고 방은 왜 들어왔냐고....

잠시 잠깐인줄알 았더니만

고사이 30분이 훨씬 넘어있었네

 

 

눋지말라고 져어주던 주걱까지

솥전에다 걸쳐놓았었는데

주걱마져도 반넘어 타버렸으니..

이 일을 우째야쓰까?

 내사 정말 몬살겠구만..

아이구...그래도

집 안태워먹는게 다행이지

어제도 고구마 한냄비 다 태워먹고

냄비까지 구멍이 났었구만..

나 정말 왜 이러지?

죽을라고 염라대왕에게 빽을 쓰고있나 원

 

때 마침 수질검사 나왔던 아줌마

아니 이게 무슨 냄새예요? 하는데 얼굴이 확 붉어진다

딴짓하다 팥죽 한들통 다 태워먹었서 그 냄새예요 했더니

자기도 어제 꽁치졸임 한냄비 다 태워먹었다고..ㅋㅋㅋ

나는 어제도 태워먹고 그제도 태워먹고 냄비가 남아나지 않는다고 했더니

40대후반의 예쁘장한 아줌마

자기는 아예 냄비를 여분으로 사다놓고 태워먹는다네 나원 참!!!

 

그리하여...

요한씨 퇴근하기전에

팥죽 한들통 몰래 퍼다 버리느라고 죽을뻔했네

날은 춥지

음식물쓰레기통은 전부들 가득찾지...

아이구...

나 왜이렇게 정신머리 없는짓 하면서 사능겨 시방...

 

건망증도 이 정도면 중증인데 어쩐디야?

애들은 자꾸 미국으로 들어오라지만..

내 이 건망증 못고치고 가지고 있는한

아이구 나는 싫다

차라리 내집 내살림 태워먹는게 낫지

며느리 살림살이 까딱하면 거덜내기 싶상인데

아이구 안가고 말고 절대로 안가!!

그냥 여기서 아이들 그리워하면서

죽을때까지 여기서 그냥 살아야 될까부다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말..

나도 점점 말썽을 부리기 시작하는데

내 의지대로 못살고 치매걸려 억지쓰며

 아이들 귀찮고 성가시게 하면 어쩌지?

 

오늘은 내 한짓이 기가막혀 웃었다만

내일은 생각할수록  슬퍼서 울것같은

동지팥죽 태워먹은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