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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우아하게

도청이 아니라 독천이라니께요

전남 영암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외삼촌댁에 놀러가자고..

거기가면 먹고자고 일손이 바빠서 그렇지 천지에 널린게 농산물인데

그거 가서 한보따리씩 추수해온다는 느낌으로

가을바람에 콧김도 좀 쐬고 하루 다녀오자고

며칠전부터 채근을 하던 마르시아와 드디어 날을 잡았다

 

토요일 오전에 크리스티나와 세명이 승용차로 떠나기로 단단히 약속을하고

오고가는 기름값은 공동으로 부담하며

 운전도 삼교대로 하면 편안하지 않겠냐니 그러자고 했는데

하룻사이에 사단이 났네 크리스티나가 길떠나기전 누구에게 기도를 받으니 

이번길 여행떠나면 중간에 자동차사고가 난다고 ...

젠장맞을...

예지력을 발휘하려면  공수인지 태권도인지를 제대로 받아서 할것이지..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그런것도 다 갈쳐주나본데

나의 하느님께선  영세받은지 33년 지날동안

 내 꿈엔 한번도 나타나신적이 없구만...

무시기 어런일이 있음메?

 

어쨌던 세명이서 영암까지 다녀온다니

가슴 부푼기대로 일각이 여삼추 토요일을 기다렸건만..

금요일에 전화가왔네 형님 우리둘이서 교대로 운전하고 갈까? 하고

아이구...생전처음 가는 초행길에다

 둘이다 허리 디스크 환자들이 잘도 운전하고 다녀오겠다

그러지말고 편안하게 일등기사님이 운전하는 고속버스타고 다녀오자...

일케되어 토요일 오전 9시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만나는걸로 약속을했다

 

나도 모처럼 생면부지 초면의 마르시아 외삼촌댁에서 하룻밤을 보내야한다니

밤새 비 누몇 장만들고 입고갈 옷챙기고 소지품싸고...

하다보니 잠도 못잔데다가

아침식사도 못하고 부리나케 고속터미널로 향하게되었다

생전 고속버스타고 어딜 다녀본적이 없는나는 호남선 터미널 찾느라

지하철 내려서 부터 개미 챗바퀴돌듯 뱅뱅 돌다가 겨우 호남선터미널로 들어가

목포까지 가는 9시 20분  금호고속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날씨도 쾌청하고 들판에 듬성듬성 서 있는 벼단들을 보니

가을이 깊어진게 눈에 보인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15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는데

부여백제란 휴게소의 명칭이 너무 아름답다

백제..얼마나 아름다운 지명인가

옛 백제인들이 터를 닦고 살았을 땅으로 마음 설레며 가고있다

 

승차하고  4시간에를 달려 목포에 도착했고

 

가는 중간중간 영암의 외삼촌께서 어디쯤이냐고 전화를 해오셨다

목포에서 내려서 시외버스를 타야하는데 독천까지가는 버스표를  구입하고

독천에서 내리면 수퍼가 있는데 거기서 택시를 불러타고

외삼촌네 집까지 데려다 달래면 된다고 자세히 알려주셨다

그러니 일단은..목포에서 2시에 떠나는 독천행 버스를 타기전에

터미널 부근에서 점심식사를 하자고 했더니

마르시아가 도리질을 하면서..

 

형님 외삼촌이 십분마다 한번씩 전화해서 

아야...쩌시기 엄청 시장하제?? 계속 물었다면서

아무래도 서울에서 내려오는 조카딸과의 첫상면이라

거~하게 한상잔뜩  차렸을것 같은데

애꿋게 왜 길에서 맛없는 점심 먹냐고...

집에가서 맛있는거 한상받아 먹자는데...

내 생각은 아무래도 시골에서 일손이 부족하여 가을걷이를 제대로 못한다는데

그리고..마르시아는 조카딸이니 당연히 괜찮겠지만...

깍두기로 따라붙은 내 처지는 뭐야 너무 미안하지

하긴 외삼촌댁 고추가루는 영업집빼곤 내가 제일 큰 고객이라며

하나도 미안할것없으니 삼촌댁가서 점심먹자고 나를 살살 달랜다

 

 

그러니 우짜능겨 못이기는척 하고 말을 들어부러야제...

 

목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이사람 저사람 쳐다보려니 어느덧 승차할시간..

우리는 짐이 있는관계로 제일 앞좌석에 탔다

시동을 걸고 스타트하는 기사님께 마르시아가 물었다

독천가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하고

기사님 어찌나 친절하신지 아..독천 십분이면 갑니다

그소리에 우리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눈짓으로 이야기했다

괜히버스탓잔어 기냥 타꾸시 불러타고 가는건데 말이지...하고

 

생판모르는 목포시가지를 돌아 차도 안다니는 한적한도로에서 U턴을 하신 기사님..

도청 다왔으니 여게서 내리면 되아부러요 얼른내리시시요

우리둘은 짐보따리 둘러매고

기사님께 감사의 90도 큰절을 하고 버스를 내래부렀는데..'(전라도말 버전)

아뿔싸..거긴 사람들의 왕래도 잘 없고 수퍼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더라

순간 우리둘다 기사님에 구원의 눈초리를 보내며

여기 수퍼가 있어야하는데

거기서 택시불러타고 오라고 했는데 여기있던 수퍼는 어디갔느냐고...

그랬더니 기사님...

도청이라그래서 맞게 내려드렸는데 지금 무슨 수퍼타령이나고...

아..도청 아니고 독천이라니께요...그랬더니  기사님

아이구 미안시러와라 나는 독천을 도청으로 들어부렀제이?

얼른 타소 독천은 안즉 더 가야하니께 ...

여그는 차도 잘 안댕깅께 큰 고생할뿐 했소이

다 내 실수제 우째 독천을 도청으로 들어부렀능가이..

그리고 어디서왔느냐 어딜가느냐..인구통계조사처럼 물으시더니

그때부터 저그는 영산강 쩌그는 바다...

그라고 쩌그는 인공폭포고요이...어찌나 친절하신지 내 그런 기사님 정말 처음본다

1686 금호고속버스

이정민 기사님 감사합니다

기사님은 너무 친절하셔서

관광가이드로 바꿔타서야 할것 같에요.

그리하야...독천에 도착하고보니께 대양수퍼...바로 눈앞에 펼쳐지네

마르시아도 외삼촌과 첫 상면이라고하니

 농촌에서 필요한 물건을 같이 구입해서 가자고 하니

지가 다 준비해왔다고 할수없이 막걸리 좋아하신다니 그걸로 구입했다

잠시 물건사느라 신경쓰고있는데

 택시한대가 쏜살같이 달려와 서울손님을 찾네

외삼촌께서 택시비까지 주고 우리를 싣고오라고 기사님을 보내신거다

 

 

 

 

 

 

들판은 나락을 비어내고 볏짚을 돌돌말아

하얀 비닐을 씌워 줄로세워 놓아 아주 깔끔했다

어쨌던 택시를 타고 한참을 달려서 기사님이 다왔다고 내리라고 하는데

대문은 열어둔체로이고 행길건너 진돌이가 우리를 보고 죽어라고 짖어댔다.

짐을 들고 옯기려니 주인장도 안보이고 .

.택시 기사님 말씀이 모두들 밭에 가신모양이라고 하는데

배에서는 밥 들이라고 계속 쪼르륵 소리가 나는데

주인장께서 준비해 놓으셨을법한   특식이고 특별식이고 간에

된장에다 밥이나 한사발 비벼먹었으면 딱 좋겠더라

짐정리를 대강한뒤 마르시아가 외삼촌께 띠링띠링..

 도착했다고 전화를 하고나니

멀리서 우렁찬 경운기 소리와함께  외삼촌께서 등장..

아야..배고프제 이리 오니라 우선 맥주라도 한잔하구러...

두레상에다 멸치와 고추장을 놓고

마르시아와 외삼촌이 맥주을 원샷~~~

나는...그동안 축사에가서 사진찍었지롱...

 

 

 

 

 

 

외삼촌댁을 둘러보니 엄청난 부자였다

주택과 마주보는곳에 우사가 있는데  한우가 무려 60여두 

그 귀한 마늘이 우사 천정에 즐비하게 달려있고

소들도 사진기를 들이대니

 뒤로 숨는놈에

 앞으로 나와 고개를 내미는 놈에..

우짜면..사람이나 짐승이나 똑같구나 똑같에..^^

축사바깥 행길쪽 밭에는 김장배추를 심어놓았고

밭둑에는 대봉감이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추수가 끝난 밭둑에는 하얀 갈대들이 소슬바람에 춤추듯 일렁이니

한폭의 그림인양 평화로워 보인다

 

 

우리는 점심은 구경도 못한채..

마르시아가 외삼촌과 맥주한잔씩을 마시고

고추따는게 급선무인지라 우리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외삼촌의 경운기에 올라타 고추밭으로  고고씽!!!

내 알아봤다카이..

농촌에 일손이 없어 추수겆이를 못한다는데

무시기 서울에서 손님온다고 큰상 꾸미고있을새가 어딧냐 시방...

마르시아가 몰라도 너무 모른다

긍게 내 뭐랬어 목포서 점심 사먹고 가자고 안그랬능가?

 

경운기를 타고 고추잎이 아직도 싱싱한채로 남아있는 밭으로 향했는데

아무래도 마르시아 외삼촌 홍갑표씨...

서호면 엄길리 넓고 넓은 땅이 죄다 외삼촌 땅이지싶다

 

쩌그 그라고

 또 쩌그...

가르키는곳 마다 대봉감이 주렁주렁 달려있고

커다란 고추 건조장 그 옆댕이에 또 무지막지 커다란 콩 건조장...

그리고 이밭 저밭 할것없이 즐비하게 추수를 기다리는 고추들...

우리가 고춧잎을 따러간곳에서 외숙모님이 도우미 한분과 작업을 하고계셨다

서울에서 도우미라..함은 어여쁜 젊은 아줌마인데

시골 엄길리의 도우미는 70이 넘은 할머니 도우미셨다

젊은사람 모두 객지로 나가고 다 늙은 노인들이 시골을 지키고있으니

일손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데 시간안에 작업을 해야하니

점심이고 새참이고 간에 ...

난생처음 상면하는 외숙모 조카딸 사이에도 악수 한번으로 끝나고

입으로는 수인사 하면서 눈과 손은 연신 고추따기에 바쁘시다

하긴 그렇지.

말한마디 하는동안도

손이 작업을 쉬면 돈이 도망가고 있는거니까^^

 

 

 올해는 탄저병으로 고추농사가 잘 안되었다는데

홍갑표씨의 고추밭은 싱싱한 고추들이 가지가 찢어지게 달려있었다

 

 

 나는 뭐를 따야하는지 몰라 주춤거리고 있었고 마르시아 말로는

여린고추와 함께 고추잎과 함께 장아찌를 담으면 맛이있다니

나도 쌀 푸대 하나를 배급받아 거기에다 고춧잎과 여린고추를 따서 넣었다

한시간쯤 했을까?

마르시아는 한자루.. 나는 반에 반자루

두식구 먹을건데 욕심낼 필요가 없어서 조금만 따고 돌아섰다

저녁을 하는데 외삼촌 내외분은 소 먹이주랴 닭 모이주랴 개 먹이주랴...

나는 맘편하게 주방에서 하루 도우미 노릇을 하기로 했다

"외숙모님 우리는 서울에서 내려온 요리사팀이니

오늘은 우리가 알아서 저녁을 지을께요" 하구선..

 

 

마르시아는 한자루나 따온 고추잎과 고추다듬고

 

 

 나는 냉장고 뒤져서 멸치와 고추를 어슷썰어 새파랗게 볶아냈다.

 

 

옛날 멸치 서너마리 넣어서 푹 끓여낸 무우찌개의 달달한맛을 기억하는 나는

단무지 무우가 현관에 널브러져 있길래 쓱쓱 칼로깍아 무우청은 시래기국으로 무우는

얼큰하고 칼칼하게 무우찌개를 만들었다

 

하긴 ..생판 모르는 남의집 주방 디집어서 이것 저것 찾아내려니..

아이구 도둑님들은 어찌그리 뭣이던 잘찾아내나 싶은게

눈에 보이는 재료로 그럭저럭 만든 반찬인데도

이것들이 무공해 무농약 싱싱채소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삶은 무청에 황금같이 샛노란 된장을 반주발 퍼넣고 손으로 주물주물..

안끓여도 맛있는데 쌀뜨물 받아서 완도산 멸치를 넣고 약한불에 푹 끓였더니

갈비찜이 안부럽게 맛이 기가찬다

거기다 매콤한 청양고추 열댓개 송송 다져 넣었더니..

모두들 맛있다꼬..난리 난리 ...

 

 

시골이라 농사를 지으면 농산물이 넘쳐날것 같지만

파 한뿌리 구하기도 힘들고 내손으로 농사짓지않으면

30-40분 거리의 영암에까지 나가서 구입해 와야 한단다

 

오늘은 밭에서 뽑아온 단무지용 무우로

 멸치한줌을 넣어 무르게 푹 졸였다

무우도 달콤하고 집간장이라 맛이 산뜻하고 칼칼하다

그리고 무우시래기는 삶아 우거지 된장국을 끓이고..

고추볶음이랑 외숙모님이 밖에서 뭐하시나 했더니

잔잔한 칼치를 구워가지고 들어오셨다

실내에서 구우면 생선비린내 난다고 하시며..

 

아이구..아침도 굶었는데

점심도거른 우리는 밥 두공기씩 비워냈는데..

20여년동안 새벽 2-3시라야 잠이들던 밤중형인간이던 나는

8시 땡 소리와함께 고만 잠에 떨어지고 마.랐.던.것이.다.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돌침대..

아니 대리석 침대에서 뜨끈뜨끈 ...

아픈허리 지져가며 잠을자게 될줄이야...

하긴..내가 평생에 고춧잎이란걸 따 보기를 했나?

그것 한시간 땄다고

무식하게스리 천정이 무너지게스리

 코를 골아가며 잤다니 원세상에...

우째 이런일이...

 

영암에서의 소피아아지매의 하루 일과는

고추따기와함께 외삼촌댁 주방봉사로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