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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hajoy;s Kitchen

세상에 제일 힘든일이 밭 매는 일이더라

 

딸내집 뒷뜰에 손바닥만한 밭을 만들어서 작년 이사후에는 콩도 심고 호박도 심었다는데...

봄이 오니...지난 가을부터 덮힌 풀이 어찌나 많이 자라 어우러 졌는지 시카고로 돌아가기 전에 밭을 손질하려고 날을 잡았어요.

저는 한번도 밭을 매 본적이 없는지라 가로 1.5미터 세로 3미터쯤 되는 밭 아주 우습게 보다 큰 코 다쳤습니다.

 

딸이 출근 하면서 연장이라고 내어 놓은것이...

갈퀴달린  이상한 연장과 모종삽 하나...그리고 앤디가 쓰던 목장갑...

이것만 있으면야 이까이꺼... 누워서 떡먹기로 생각 했더랬죠 네...

 

그런데 이 손바닥만한 밭이 장장 두시간 넘게 비지땀을 흘려야하는 중 노동인줄 제게 어찌 알았겠습니까?

아이구...농사짓는 분들..제가 옥상에다 배추 30포기 심어봐서 알아요 얼마나 힘든다는걸..

아침 해 떠오를때 달팽이 잡아줘야 하고 저녁때도 역시나 그놈의 달팽이들과의 전쟁

저는 그때 이미 깨달았습니다 유기농배추 한포기에 3만원은 받아야 한다는걸...

 

 

그런데 막상 일을 해 보니 ..

보기에는 크로바처럼 생긴 풀이 어찌나 뿌리깊게 자랐던지 그리고 이놈들 띁어내도  직기기가 나일론 줄같이 질깁니다.

이것들이 마치 이끼 덮히듯 촘촘히 융단 처럼 깔려있어서 띁어내면 뿌리는 그냥 짱 박고 있어서리....

괭이가 꼭 필요한데 ...

영화에서 보면 농부가 밭갈때 괭이질 하는것이 이래서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풀을 잡아뜯고 모종삽으로 파고 갈쿠리로 긁고 ...

어쨌던 거의 2시간을 밭에 엎드려 구슬땀을 흘렸더니...

작년에 심었던 루꼴라가 긴 겨울 쌓인 눈속에서도  얼어죽지 않고 꿋꿋이 살아서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어요.

 

아이구...어찌나 반갑던지...

흙을 털고 깨물어 맛을 보니 알싸한 루꼴라의 향이란....

우리나라 열무처럼 생긴 루꼴라는 그 향이 독특해서

이태리 유학에서 돌아오면 모두들 그 루꼴라에 삼겹살 얹어먹던 생각때문에 가장 괴롭다고...

루꼴라의 향은 열무에다 겨자맛을 가미한것 같은 ...고소하고 질기면서도 아삭하고 톡쏘는  특유의 향이란

 한번 맛 들이면 잊지못하는 그 루꼴라가 자그마치..다섯 뿌리나 눈속에서도 살아 남아 있었는데

그 뿌리가 굵은 더덕만큼 자랐더라구요.

 

 

그리고 밭 한가운데 서너곳은 달래처럼 생긴 것도 무리지어 있었어요

냄새는 달래 냄새인데...어찌나 깊게 뿌리를 내렸는지 파 보니까 달래는 뿌리가 둥그란데 이건 뿌리가 생기다 만 것 같이

약간 길쭉하면서도 냄새는 마늘같은 냄새가 나는데..혹시 이게 무릇이라는게 아닌지 모르겠에요

제가 몇년전 지리산에서 달래인줄알고 캔것이 모두 무릇이라고 해서 버린적이 있는데...아직도 이게 분간이 안되네요.

 

 

 

혹시 달래인지 무릇인지 몰라서 한뿌리 캐서 사진도 찍어놓고....

이거 아시는 분,,,그냥 둬도 되는것인지 못먹는거라 다 뽑아내야하는건지 좀 알려주세요 ^^*

 

그리고 작년에 심었다던 실란트로도 그 뿌리가 엄청나게 굵어져 있더라구요

잎을 건드릴때 마다 실란트로 특유의 냄새가 나는게 칠리나 쌀싸 해 먹을때 아주 요긴하게 사용할수있어 다행입니다.

 

 

풀을 모두 뽑아놓고보니 커다란 쓰레기 봉투로 거의 하나 가득찰 분량이 나왔어요

이것들이 잔디밭과의 경계를  어떻게[ 알아차리고 질긴 목숨을 부지하고 버텨나왔는지...

잡초같은 목숨이라고 하더니만...이 여린것들이  델라웨어의 60센티 이상 쌓인 눈 속에서도 생명을 부지하고 있었다니...

 

 

 

민서에미가 뿌린씨의 이름을 적어 밭에 꽂아둔 종이곽..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해서 생전처음 씨를 뿌려본 작년보다는  올해는 작년보다는 조금 수월하게 루꼴라를 키울수가 있을것 같네요

이리 깨끗하게 밭도 다 매어놓고... 떠날 준비가 거의 된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