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서가 시카고로 떠난지 3주일하고 이틀 되었네요.
보내놓고 첫날은 왜그리 눈물이 나오고,맘이 짠한지 죽을것만 같더니 이틀째부터 너무 편하더라는....
이기 무슨 이런 에미가 다 있노 하시겠지만,제 생활을 아시는 분들은 다들 저를 이해하세요(살짝 변명 ^^;;)
엊그제 미국은 5/10일 어머니 날이었어요.
그날도 연주가 있어서 밤 늦게 호텔에서 엄마랑 간단히 통화를 하고는 11일날 집에 돌아와서 화상챗팅을 했어요.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걱정할까봐 말 안할라고 했는데,실은 민서가 어제 갑자기 열이 많이 나고 우유도 좀 토하고 그래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하시는거예요.
저도 물론 속으로는 좀 놀랐지만,애 키우다보면 별별일이 다 생기죠 뭐.
저도 몇 달전에 민서가 막 아장 아장 걸을때쯤 연주한다고 호텔방 잡아놓고 민서랑 며칠 지내는데,
집 같았으면 어디가 위험하고 어디 모서리를 조심해야 하는지 잘 아니까 미리 대비하는데,
낯선 호텔이라 생각없이 뜨거운 커피잔을 테이블 위에 놨다가 민서가 잡아당기는 바람에 민서 가슴으로 커피가 쏟아졌어요.
아이고,얼마나 놀랐던지 호텔 프론트로 전화하고 911 불러달라고 하고 쌩난리를 했는데 다행히 조금 빨갛게 됐다가 금새 괜챦아지더라구요.
민서는 괜챦았는데 제가 그 후로 한 3일 동안 잠이 안오고 오만 나쁜 상상이 되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만약에 화상이라도 입었더라면,얼굴에 쏟아져서 눈이라도 잘못되었으면 어쩔뻔 했나하는...왜그리 방정맞은 생각만 자꾸 들던지...
그런데 민서가 워낙 개구장이라서 막 벽을 타다가 떨어지고,앞구르기를 하다가 땅에다 머리 박고...그런 사고들이 종종 생기니까 이제 저도 조금 무뎌졌어요.
아무리 24시간 같이 붙어앉아 있어도 정말 앗 하는 사이에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이라 저도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더라구요.
엄마가 어련히 알아서 단도리 잘 했을테니까 걱정은 안하는데 열이 오르고 감기 기운이 들면 중이염이 재발 할까봐 걱정이 되더라구요.
귀를 자꾸 만지거나 불편해하지 않더냐고 하니까 그러진 않았다고 하시면서,
"근데 얼마나 보채는지 내가 에미 대신 젖 물려서 재웠다" 하시는거예요.
ㅎㅎㅎㅎㅎ
우리 민서는 모유랑 우유랑 섞여 먹였는데,젖을 떼기가 너무 힘들어서 15개월까지 제가 수유하느라고 엄청 애 먹었거든요.
시카고 보낸 이유 중 하나가 젖 끊는게 너무 힘들어서 보냈어요.
아무때나,아무데서나 손을 넣고 휘젓고,뒤적거리고,젖 달라고 "쮸쮸~ 쮸쮸~" 그야말로 젖달라고 꿀꿀꿀 해대니 난처하기도 하고,
안주면 너무 너무 서럽게 울어서 불쌍해서 또 주게되고...에고 못할짓이예요.
시카고에서는 제가 없으니까 엄마한테 젖달라고 보채는 모양인데,그럴때마다 오빠들이 "노,노" 하면 동작 그만!!
그동안은 잘 참았는데 엊그제 열이 나고 아프니까 정말 눈에 뵈는게 없었던지,저희 큰오빠한테도 "쮸쮸~ 쮸쮸~" 를 외쳤다네요.
민서가 토했다는데 혹시 오빠 젖 먹고 부작용 생긴거 아냐?
그러는 중에 민서가 낮잠 자고 일어났어요.
잠에서 금방 깨서 그런지 좀 어리버리 하면서 저를 보고 막 낯가림을 하더라구요.
제가 아무리 "민서야,엄마 여기 있네~" 불러봐도 자꾸 할머니 쮸쮸만 눈독을 들이고 엄마는 거들떠 보지도 않더라구요.
결국은 제가 "민서야,내가 니 에미다~~" 하면서 목놓아 울었음다...
에고,이거 정말 못할짓이네요.
제 욕심때문에 애 고생,엄마 고생,오빠들 고생...식구들 돌아가면서 맘 고생,몸 고생하고....
근데 슬슬 둘째 생각이 간절해지는데...제가 둘째 계획한다고 하면 오빠들이 펄쩍 뛰겠죠?
아마 이름 바꾸고 아르헨티나 같은 곳으로 도망갈지도...
민서야...엄마가 베이비 시스터 낳아줄께,좀만 기둘리거라.
민서가 데이케어에서 만든 엄마의 날 카드예요.
완전 감동의 파도 쏴~쏴~
요기서 부터는 줄리안 민서의 외할머니 소피아가 바톤터치 합니다.
민서가 어찌나 쮸쮸에 목을 메는 참 보기에 가관이라고 밖에 다른 말이 필요가 없네요
먼저번에 애니 엄마 만난다고 갔던날도 우리식구 다 제키고 애니한테 온갖 아양을 다 떨고
매달리더니만...세상에나 다른 꿍꿍이가 숨어 있었다는것 아니겠어요?
이제 18개월 짜리가 꿍꿍이에 능숙하다니 이게 말도 안되지만...
어쨌던지 세상에 기절초풍할 헤프닝이 벌어졌단 말입니다.
그날은 날도 따뜻하여 애니가 마침 탱크탑을 입고 있었는데
언냐~언냐~..애니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애타게 언냐만 ...
시카고에 와서 배운 언니찾고 난리를 치더니만 글쎄...
이쁘다고 안아준 애니의 가슴속에 번개같이 손을 넣으면서 쮸쮸~쮸쮸~~내놓으라고
막무가내로 떼짱 부렸다는것 아닙니까
세상에...이제 열다섯살인 애니 기절초풍 했다니까요..
그뿐이냐?
어제 5월 11일 학교에서 돌아온 준원이가 미국인 남자친구 두명과 여자 친구 한명을 데리고 왔더랬어요
우리민서...준원이 여자 친구를 보더니 갑자기 두 눈이 빤짝빤짝 샛별처럼 빛나더
쏜살같이 2층의 형아 방으로 돌입...
미국인 여학생 품을 파고 들더니만...역시나...쮸쮸~~~내 놓으라고 온갖 애교를 다 부리고
2주일동안 공들여 가르켜 논 용용 죽겠지 까지 한판 했다는군요
이게 무슨 헤프닝인지 참나...
그리고도 끝이 아닙니다.
삼촌들이 엄마 젓먹는것 이번 기회에 머리속에서 지워야 한다고 더러 가다 젓 생각이 나면
제 티셔츠 걷어 올리는데..
그럴때 마다 노굿을 외치는 삼촌들 땜에 눈치만 살피고 실행에 옮기지는 못 했거든요
어느날은 유나가 하교해서 끈달이 티를 입고 있으니까...
보통때 같으면 가만히 있는 누나를 가서 꼬집는다던가 때린다던가
마구 되는대로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이면서 타박을 놓기 싶상인데...
그날따라 유나가 하지마~하지마~ 계속 그러길래 왜 그러냐니까
민서가 쮸쮸~하면서 옷 걷어 올린다고 도망 다니더라구요
에구...이건 애 젓 뗄레다가 혹 부친격이지...
내 안그래도 한국에다가 이명래고약 사놓고 못가져와서 보통 후회가 아닙니다.
민서 애미 3살때까지 엄마젓 먹었는데 그 이명래 고약을 붙이고서 떼었거든요
햐~~유전자의 무서운힘!!!
어째 민서는 젓 먹는것도 엄마를 고대로 닮아서 나왔는지 참...
아마도 지금껏 뉴욕에 지 애미랑 같이 있었으면...연주는 커녕 아무것도 못했을것 같네요
이렇게 외삼촌 외숙모들이 온갖 정성으로 돌봐주고 있는데..
민서 애미는 챗팅하면서 민서만 보면 눈물 짓는데...
사고무친한 미국땅에 19살짜리 떼어 보냈을때 이 엄마의 마음을 이제서야 알랑가 모를랑가?
부모님 은혜는 자식낳아 키워봐야 안다는데...
아마도 지금쯤은 이 엄마의 마음도 헤아릴줄 아는 딸이 되었을것 같습니다
민서애미야...민서가 여기서 너무 재밋게 잘지내고 있으니 너는 아무 걱정말고
연주나 성공적으로 잘 해내거라
그리고 앤디도 당부의 말 한마디 할께...
앤디!!너무 걱정 하지마 줄리안에겐 50% 한국사람 피가 흐르고 있으니
외갓집에서 둬달 생활하는것도 민서에겐 큰 도움이 될꺼야 걱정마
아직 철모르는 귀염둥이 좌충우돌...
줄리안 민서의 헤프닝 때문에 우리 식구 모두들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하하하 호호호 즐거운 웃음 가득한 가정의달 5월 입니다.
hahajoy를 찾아주시는 여러분 모두도 행복한 5월 ...사랑가득한 즐거운 나날 보내세요
시카고에서 소피아가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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