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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조이의 미쿡 학교 생활

프롤로그

[ 학교 생활 ]

미국에선 한국과 달리 학교 개학 날이 8월 말쯤에 있다.

물론 한국과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나뉘어져 있지만 학년이 또 틀리다.

초등학교는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있고, 중학교는 6학년부터 8학년까지이며,
고등학교는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들어서면서 학년을 부르는 게 틀려진다.
나도 처음에는 그냥 고등학교 가서도 Ninth grade라고 부를 줄 알았지만
Freshmen이 9학년, Sophomore이 10학년, Junior이 11학년, 그리고 Senior가 12학년이다.

미국학교에선 학생들의 공부만큼 중요시 여기는 게 있는데

그건 바로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매일 있는 체육시간이다.
시즌마다 다양한 운동을 (미식축구, 축구, 배드민턴, 야구 등등) 하며

날을 바꿔가며 fitness도 같이 한다.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어도 운동팀에 들어가면 좋다.

아무 운동이든 잘 하면 학교에서 곧바로 인기 상승이다


(특히 미식축구면 더욱 더 좋다).

 아무리 공부를 잘 한다 해도 운동을 하나도 못 하면 그냥 'Nerd'라고 불리는
'얼간이', '공부 벌레'가 된다. 그렇다고 운동으로만 밀어붙이면 ‘대학 알아서 들어가슈 -_-;;;’

여하튼...

학교 첫날에는 그냥 무조건 아무리 자기 눈이 부리부리하더라도 걍 눈 부릅뜨고

눈동자에 샛별렌즈 갈아 껴주고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 해도 걍 열심히,

죽을 때까지 열심히 들어주면

‘열심히 한 당신, 떠나라~’ 까지는 아니고
그 다음부터 선생님들한테 안 찍힌다.

나도 그랬다. 친구랑 장난 한 번 쳤는데 난 안 찍히고 내 친구만 찍혔다.
그래서 걔만 detention (방과 후 붙들려있다가 귀가 당하는 것) 받았다.

하여간 이렇게만 하면 학교생활 짱으로 졸업한다.

저번에 우리가 살던 Glenview 같은 경우는 한국인들이 몰려있었다.

 그곳은 지금 약 30명 정도의 한국 학생들이 중학교에 있다.
물론 영어를 못 하면 다른 한국 애들이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계속 도움에 의지를 할 생각은 하지 마라,
그러면 평생 영어 실력 안 는다. 내가 아는 인근이처럼...

 

 인근이는 미국에 나보다 오래 살았지만 발음은 개판, 영어 실력도 개판...
지금은 학교에서 내준 과제들을 못 하거나 아니면 그냥 아예 안 해온다.

 내 친구의 발음에 대해서 말 했듯이 미국인들과 한국인들은
말하는 주파수가 전혀 틀리기 때문에 미국에서 엄청 오래 살거나 태어나지 않은 한

 네이티브 스피커가 되기는 정말 힘들다.

내 경우는 어렸을 때부터 유럽과 미국 여행의 기회를 많이 주신 할머니 덕분에

영어를 일찍 배워서 발음도 좋지만 (웬 잘난 척)

그래도 한국에서 5년 살면서 한국말을 한 이유로 영어 발음이 어느 정도 깎였어도

친구들과 영어로 많이 말한 덕에  발음이 다시 좋아졌다.

참고 : 미국에서는 과목마다 해당 교실로 우리가 옮겨가야 한다


[ 친구 사귀기 ]

미국에선 친구도 중요하다.

일단 미국에선 프랑스어, 스패니쉬, 독일어보다

다른 나라 말을 할 줄 아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많이 가진다.

싫어하는 선생님이 있는 시간에 못 알아 듣는 나라 말로 욕을 하기 위해서다, ㅎㅎㅎ
하여간 친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 수 있다. 운동을 하다 만들 수도 있다.

내가 Glenview에 살 때 사귄 폴란드 출신의 친한 친구인

 Szymon Fliger와 Seba Fliger가 이런 경우다.
둘이 형제이며 농구를 좋아한다, 나도 좋아하고.

이 형제들은 아침 6시부터 나를 학교에 끌고 가서
농구 게임을 한 비범한 형제다.

 방학 때는 내 집에 아침 8시부터 와서 길 건너에 있는 공원에 데리고 가
4시간 동안 농구를 하고 점심 먹으러 돌아온 뒤 다시 공원으로 고고씽.
덕분에 키 145에 체중 56kg 였던 땅딸보 돼지가

몸무게 엄청 빼고 키 170이 넘는다. 누구긴, 내 얘기다.

또는 그냥 어쩌다 왜인지도 모르는 이유로 친구를 사귈 수도 있게 된다.
나의 절친인 Ryan Audie가 예다.

 네이퍼빌로 이사를 한 후 알게 된 친구인데 백인이며 금발의 아이인데 참 착하다.
그저 좀 무개념일 뿐...

(이제  안드로메다에서 개념을 가져올 때가 되었는데...) 하여간 어쩌다 알게 된 친구다.

자, 이제 친구들이 생기면 중요한 게...
1. 약속을 지키는 것
2.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해주는 것
3. 금요일이나 주말에 같이 그룹으로 놀러 다니는 것
4. 친구 집에서 하루 자기로 한 약속 지키기

일단 미국 애들은 약속을 안 지키는 걸 제일 싫어한다.
약속을 안 지키면 안 지킬 수록 우리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을 지켜라.


[ 생일 ]

미국 아이들은 생일을 참 중요하게 여긴다. 그들의 생일에는 무조건 파티를 여는데
이때 무슨 일이 있어도! 한국식으로 생일 선물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미국에는 Gift Card라는 게 있는서 그런 걸로 선물을 주는 게 더 좋다.
( Editor 註 : 아시겠지만 기프트 카드라는 건 선불 상품권입니다. 즉, 거의 현금의 개념이죠.
어지간한 유통업체들은 다 발행합니다. 그런 상품권들은 마켓 플레이스 - 규모가 작은 그로서리말고
중대형 급의 식료품이나 생활 양판점 - 나 전자대리점 같은 곳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그냥 iTunes Gift Card를 주는 게 좋다.


[ Hanging out with Friends ]

미국 아이들은 거의 무조건 주말마다 친구들과 놀러 다닌다.

보통은 영화를 보고 스타벅스를 가고 늦게까지 아무 데나 뛰어 다니거나 놀러 다니는데
난 그냥 이걸 주말 날라리라 한다.

 이렇게 하면서 친구들과 더욱 더 친해지고 우정이 더 두터워진다.
그런데 이렇게 주말 날라리를 할 때는 절.대.로. 재미있는 분위기를 깰 만한 말을 하지 마라.
왕따 당한다...는 과장이고 하여간 썰렁해진다.

( Editor 註 : 날라리라고 해서 한국에서 말하는 날라리나 비행 청소년은 아닙니다,

그저 친구들끼리 어울리는 것 뿐이죠.
한국에서처럼 몰려다니면서 나쁜 짓하고, 급우를 폭행해서 핸폰으로 찍어서 올리는 따위의 그런 짓들은
이곳에선 상상도 하기 힘든 일입니다.

대부분의 미국애들은 한국 사람들이 보기에 어벙해보일 정도로 착하거든요.
요즘 한국에서의 중 3이라면 어른 뺨칠 정도로 되바라졌고 잔소리 하기도 무서운 애들이 되어버렸지만

그에 비하면  미국애들은 정말 천진한 애들이랍니다)


마지막으로 [ 친구 집에서 자기 ]

가끔 친구 집에서 잘 때가 생길 것이다.

이때 절대로 나쁜 말은 하지 말자, 친구 부모님께 찍힌다!
하여간 친구 집에서 있으면서 밥을 먹게 되면 무조건 it’s delicious (엄청 맛있어요!),

또는 thank you (감사합니다!)라고 하라. 그러면 좋아할 것이다

(피자면 그냥 다 먹고 thank you라 하고...).

자, 그러면 이제 자는 부분이 남았는데... 절대로 잠들지 말아라.

사실 잠들어도 되지만 이유는 뒤에 설명을 마저 하겠다.
친구 집에서 잘 때는 친구가 게임을 가지고 있을 것인데, 그걸 가지고 밤을 지새워서 노는 것이다.
그냥 신나게 놀아줘라, 몸이 지칠 때까지... 만약 잠들면 친구가 얼굴에 예술을 그려줄 것이다.
나도 Ryan한테 당하고 얼굴 한 대 맞았다 ㅠ.ㅠ 아프다.

그래서 학교에 가서 한 방 때려주고 보너스로 3대 더 때려줬다.


하여간 미국에서의 생활이 한국에서의 생활보다 훨씬 재미있다.


{ 학부모로써의 辯 }

저렇게 놀면서 공부는 언제 하냐고 하시는 부모님들... 괜한 걱정입니다.
한국에서 애들을 어릴 때부터 학원으로 뺑뺑이 돌린다고 뭐가 나아지던가요?
그럼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데 왜 노벨상 한 번 못 타봤을까요?
또, 한국 학생들은 왜 미국의 대학에 가면 (평균적으로) 성적이 팍팍 떨어질까요?

저도 미국이란 나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배울 점은 엄청 많습니다.
괜히 초 강대국이 아니거든요. 지금은 금융 문제로 휘청하지만 부잣집은 망해도 3년 간다고
초 강대국이라는 건 그 나름의 저력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리고 그 저력은 사람으로부터 나옵니다.

준원이와 유나, 미국에 온 지 이제 2년 반이 돼가네요.
온 지 일년쯤 지났을 때 물어봤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돌아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2년쯤 됐을 때 다시 한 번 물어봤습니다. 절대 안 돌아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영어가 미숙했을 때는 의사소통 때문에 답답하니까 돌아가고 싶었겠지만
어느 정도 영어 구사력이 되니까 이곳의 교육 시스템이 한국과 너무나 다르다는 걸 아니까요.

준원이만 해도 계성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학원순례를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대여섯개 정도...
글짓기, 웅변, 미술, 수학 등등... 정말 안쓰러웠죠.
대부분의 부모님이 심정이 그렇습니다, 안 시키자니 웬지 우리 애들만 쳐지는 것 같고... 그렇죠?
정말 애들한테 못할 짓입니다. 한창 친구들이랑 뛰어놀 나이에 새벽부터 오밤중까지
공부, 공부, 공부, 학원, 학원, 학원... 애들이 공부에 흥미를 잃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부모의 극성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원하지도 않는, 살인적인 스케쥴을 소화해내야하는 불쌍한 아이들.

문제는 저렇게 어릴 때부터 죽어라고 공부만 해도 대학에 간다는 보장도 없고
부모님들이 등골 휘어지게 학원비 대주고 등록금 대줘서 대학을 나와도

 직장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진짜 미치고 환장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여기 와서 애들이 학교 생활을 너무나 즐거워하고, 방학이 너무 길다고 학교 가고 싶다고 불평할 때
한국에서의 생활이 기억나서 씁쓸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합니다.
어른들에겐 머나먼, 말도 잘 안 통하는 이국땅에서 사는 게 어쩔 땐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어릴 때부터 아이들의 개성과 인격을 존중하면서 교육을 시키는 이 교육 환경이 너무나 고맙죠.

저는 애들에게 별로 간섭하지 않습니다.
성적이 좋으면 잘 했다고 칭찬하고, 성적이 저번보다 떨어진 과목이 있으면 담엔 좀 더 잘 해봐라~
하고 말해줄 뿐입니다.
공부만 디립따 파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돈 많이 버는 것 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항상 얘기합니다.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는 것 보다는 다른 사람과 더불어 잘 살아가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겠지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남에게 절대 지면 안 된다'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란 한국분들...
아직도 '저 인간을 죽여야 내가 산다'라고 생각하는 한국분들... 진짜 불쌍합니다. 자기 밖에 모르거든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의미의 속담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