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27일
오늘 마지막 모짜르트 오페라 공연을 마쳤읍니다. 더블 케스트로 4번 공연을 했는데,저는 지난 금요일과 오늘 일요일 공연 팀이었어요. 오페라 제목은 "가짜 정원사" (La Finta Giardiniera) 모짜르트가 어렸을 적 작품이라 상당히 새로운 경험이었읍니다.
스토리를 다 얘기하자면 너무 길구요, 제가 정원사 (사실은 신분이 높은 아가씨인데 사랑때문에 질투심에 불타는 공작한테 칼에 찔리고는 신분은 숨기고 정원사로 일하는 역입니다...모짜르트 대단하죠?) 얘기는 삼각관계가 아닌 육각 관계로 어찌나 복잡한지 도표를 그려서 설명을 드리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생략합니다.
지난 금요일 공연은 별 탈없이 잘 끝났는데,오늘 일이 벌어졌어요. 2막이 시작하고 나서 바로 저는 노래를 하지 않지만 무대 위에서 상대역 공작을 위해서 연기를 해줘야 하는 씬이었어요. 그리고 한가지..무대 뒤는 통로가 없어서 등장과 퇴장은 미리 각본대로 다 짜여져 있어서 정확하게 해야만 했죠..한번 퇴장하고 나면 다음 막까지는 아까 그 자리로 되돌아 갈 수 없읍니다. 무대는 검은 색 우단 커튼으로 다 드리워져 있고,무대 정 가운데는 커튼이 없이 뻥 뚫려 있구요 그리고 2막 끝에 사용할 기다란 나무 막대기가 무대 양쪽에 비치되어 있었읍니다.
제가 입은 의상은 흰 블라우스+ 갈색과 검은색의 스커트+ 검은 색 코르� + 술이 많이 달린 쇼올. 제가 공작을 위해서 심각한 연기를 하러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나무 막대기가 제 쇼올에 걸려서 질질 끌려 나왔읍니다. 물론 저는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심각하게 무대 위를 왔다갔다 하면서 연기를 했구요. 공작이 노래를 시작하는데,저를 안 쳐다보고 자꾸만 벽을 보고 노래를 하는거예요. "얘가 쥐약을 먹었나...나를 보고 사랑을 구걸하란 말이닷!!" 저는 완전히 감정몰입해서 자꾸만 공작 앞으로 다가가고 공작은 자꾸 저를 피하기만 하는거예요. 공작은 제가 나무 막대기를 질질 매달고서 나오는걸 보고 이미 웃겨서 노래를 잘 못하는 상황이고 저는 전혀 모르고 자꾸만 다가가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관객들도 킬킬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거예요. 그제서야 제가 걸을때마다 "직~~찍~~" 하고 나던 소리의 정체를 알았읍니다. 이놈의 나무 막대기...네 차례도 아닌데 왜 나온거�!
사태를 수습하려고 뒷짐을 지는 척하면서 아무리 나무 막대기를 빼내려고 해도 쇼올의 술에 얽혀서 자꾸 더 엉키고,제가 힘을 더 줄수록 쇼올이 뒤로 당겨져서 목을 조르는 거예요...더 당기다가는 아무래도 질식할것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쯤엔 이미 오케스트라 애들도 보고 거의 킬킬 웃으면서 연주를 하고... 앗...퐝당한 시츄에이션... 그래서 예정보다 빠른 퇴장을 했는데,나무 막대기가 보일까봐 괜객들에게 최대한 안보이게 뒷걸음질 쳐서 들어갔읍니다. 공작이 자기 아리아를 다 부르고 무대뒤로 퇴장하면서 거의 웃겨서 빌빌 기어서 들어오더군요.
문제는 이 막대기는 무대 오른쪽에 있어야 하는데 날 따라서 무대 왼쪽으로 들어왔으니... 무대 메니져가 결국 십자가를 지고 무대 오른쪽으로 나무 막대기를 옮겨야 하는데 무대 중앙에는 커텐이 없어서 누가 지나가면 다 보입니다. 결국 가수들이 입고온 옷 중에 검은색만 골라서 갈아입고 검은색 모자를 쓰고는 조명을 최대한 어둡게 하고는 잽싸게 뛰어서 무대 오른쪽에 나무 막대기를 가져다 놓았읍니다.
무대메니져의 노력으로 오페라는 별 탈 없이 잘 끝났구요. 음...써놓고보니 별일 아닌것 같은데,당시에는 피가 마르고 살이 마르는 상황이었읍니다.
나중에 오페라 다 끝나고나서 관객들이 무대 뒤로 찾아와서 인사하면서 나보고 코믹연기를 아주 잘 한다고 칭찬을 하더군요...염장질이�! 더군다나 오늘은 카메라맨 데리고 와서 녹화까지 했는데..이 일을 어쩐다. 다른 캐스트들은 아주 신이 났어요. "Americ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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