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룹명/Primadonna Yeonjune-Suh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2006년2월 3일

요즘에 날씨가 계속 화창하네요.

서울은 큰 눈 소식도 있고,날씨가 너무 춥다고 들었는데 제가 너무 날씨호강을 하고 있읍니다.

그래도 너무 배 아파하지는 마세요..

날씨가 좋아도 저는 감옥에 갖힌 죄수같은 생활을 하고 있거든요.

요즘에 오페라 두개 하느라고 리허설이 거의 매일 있는데,

주 중에 하는 리허설은 주로 6시부터 10시 까지라서,제가 집을 나설 때 쯤이면

이미 어둑어둑하고 저녁때라 기온이 쌀쌀해 집니다.

 

안 그래도 오페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데...

뭐 가사는 대충 외웠읍니다.."대한민국에 안 되는게 어디있어~~"

그런데 이제 스테이징이 들어가서 무대에서 뛰고 연기하고...체력이 정말 국력이라고 느껴져요.

모짜르트 오페라에서는 상대 남자 가수가 절 내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무릎에 항상 멍이 시퍼래요.

조카들이 인라인 탈때 착용하는 무릎보호대가 너무 아쉽습니다.

지금은 오페라 가사 때문이 아니라 두 여주인공 역이 달라서,배역에 빠져들지 못해서 힘듭니다.

 

이런 와중에 뚜둥~~~

제가 몇달 전에 콩쿨원서를 냈는데,그때는 분명 4월달에 콩쿨이 있다고 해서 지원을 한건데,

이 멜이 왔는데 3월 초 로 잡혔다고 하네요.

끼약~~

그저 평범한 쿵쿨같으면 맨날 울궈먹는 오페라 아리아 대여섯개 있으면 그저

전날 잠 잘 자고 가서 함 불러주고 오면 되는데...

핫핫핫,잘 해서가 아니라 하도 울궈먹어서 이건 자다가도 누가 쿡 찌르면 그냥 나오는 노랩니다.

근데..이 콩쿨은 아트송 콩쿨이라서....

오페라 아리아 하나.

오라토리오 아리아 하나

그리고 아트송 16개............날 죽여라~~

독일어,불어,이탈리언,영어,스페인어 등...기본 4개국 언어로 불러야하고

물론 외워야하죠...거기다가  꼭 1950년 이후에 작곡된 작품이 들어가야야 하는데

제가 너무 클래식 하다보니,현대곡들은 제게 사약입니다.

 

원서 쓸땐 2월 말에 모짜르트 오페라 끝낼때쯤엔 이미 3월달 오페라도 이미 대충 준비됐을거구

그때부터 한 한달 죽었다 공부하면 되겠다 싶어서 지원했는데..

왜 3월달로 앞당겨졌을까요...

혹시 날 몰래 카메라로 찍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미쳐서 팔짝 팔짝 뛰면서 아버지의 "총명탕"을 달여먹으면서 가사 외우는 모습을..

(살짝 아버지 한의원 선전 해주는 센스!)

제가 엄마한테 나 미쳐서 팔짝뛰고 돌겠다고 하소연을 하니까 엄마가 너무나 쉽게

"야..스트레스 받지말고 관둬라..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다" 하시네요.

"안돼.. 씨...참가비 아까와서 해야돼"

"참가비? 얼만데 그래?"

".....35불......"

"--;;  니가 내 딸이 정녕 맞더냐...내가 35불 줄께...."

ㅎㅎㅎ  돈 35불이 아까운게 아니라 나와의 도전이니까 그만 둘 수가 없는거죠.

 

앗...얘기가 삼천포로 빠졌당!!

 

그래서 주로 저는 하루종일 제 서재에서 가사 외우느라 하늘 볼 시간도 없읍니다.

서재라 함은...부엌 조리대에 신랑이 조립해준 높은 의자 놓고,머리속이 맑아지라고

공기청정기도 달아 놓은 나의 앙증맞은 부엌입니다...

 

오페라 두권을 돌려가며 훑다가,다시 새로운 아트송들 가사를 외우다가..잠 오면 체조한판..

어제 친구가 전화를 해서 "모해..밥 한번 먹자" 

밥?  언제 먹었던 밥이냐.....맨날 커피에 베이글 씹고 있는데..

신랑이나 와야 밥 해먹지,신랑 없으면 맨날 대충 때우고,약발로 산다...(다시 한의원 선전)

"야,날씨 좋은데 방에서 뒹굴지 말고 쪼르르 뛰쳐나와"

이 사탄...니가 내 친구냐....

결국은 담에 보자고 말하고는 끊었는데....그래도 하늘이 너무 궁금했어요.

 

평소에 제 방은 항상 커텐을 쳐놓고 어둡게 하고 있어서 하늘이 안보이거든요.

화장 안 한 제 얼굴을 보면 저도 화들짝 놀라기 때문에...ㅎㅎㅎ

농담이구요..평소엔 화장을 안하기 때문에 자외선으로부터 제 아기같은 피부를 보호하고자..ㅋㅋ

이 죽일놈의 주근깨 .... 이게 제 메신저 최신 아이디입니다.

혹시 기미가 아닐까 하시는 분들....주근깨 맞습니다..엄마 닮았읍니다.

 

어쨌든 하늘을 보니,너무 높고 맑은것이..우리 국민학교때 운동회 날 아침 같았어요.

머리도 식힐 겸 동네 한바퀴 돌고 오자 싶어서 선글라스,모자,목도리,오리털 파카..

누가 보면 꼭 할리우드 스타가 파파라치 따돌리는 줄 알았을거예요.

역시 자외선 차단이 주 목적입니다 핫핫

 

동네 돌다가 포트리 도서관에 들어가서 씨디도 몇장 빌리고,

책은...한번 쥐면 끝장 보니까,절대 빌리지 말아야지 했는데..결국은

"새로 들어 온 책이 있나..." 하면서 한국책들을 쭉 둘러보았죠.

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야...이게 얼마 만이야..

제가 중학교때 읽었던...그때 감명깊게 읽었는데...

근대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명작" 이라고 겉표지에 쓰여있네요.

역시 내 정신연령은 너무 낮은 것일까..............한심합니다.

어�든 옛 향수에 젖어 책을 빌려왔읍니다.

첫 장을 넘기니 작가에 대한 소개가 있읍니다.

 

지은이. 바스콘셀로스 (1920~)

브라질의 소설가.

리우데자네이루의 방구 시에서..........

 

우히히... 방구 시라니..도시 이름이 방구래...

 

한바탕 웃고는 다음장...주인공들이 소개 되어 있네요.

아..그렇지...나무 이름이 밍기뉴 였지...슬슬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제 기억 중에 작은오빠가 오빠의 첫사랑을 "나의 밍기뉴" 라고 불렀던 기억도 났읍니다.

우린 그때 너무 순수 했었는데..

그때 오빠의 첫사랑 그 언니랑 성당에서 간 여름캠프에서 한 방을 썼었는데,

언니가 절 너무 잘 챙겨줬었던 기억도 나고,

그 후에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기 �문에 더 아픈것이라는 말처럼..둘이 헤어졌을때

저도 너무 가슴 아팠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나네요.

 

핫핫핫.

하지만 그 언니 시집가서 지금 애기 낳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구요,우리 오빠도 결혼해서

맨날 깨 볶으면서 잘 삽니다.

결국 오빠의 첫사랑을 아파하는건 저 뿐이죠..역시 노망인가요?

혹시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봐 이 이멜은 새언니한테 보내지 않을겁니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결국 한장도 읽지 않았어요.

책을 펴니까 활자보다 제 어릴적 기억들이 눈으로 쏟아져 들어와 글자를 읽을 수가 없었어요.

어제 밤에는 엄마가 호랑이 우리 할아버지 몰래 제게 풍선껌을 한통 사줬던 장면을

꿈에서 봤읍니다.풍선껌 한개가 아니라 30개 쯤 들어있는 박스를요..

저는 다섯살 정도로 보였고,엄마는 너무나 젊고 예뻤읍니다.

실제 있었던 일이예요..엄마가 매일 장보러 갈때마다 아버지께 돈을 타서 썼던 때라서

풍선껌 한 박스를 사주려면 아마 콩나물에서 10원 떼어놓고, 고사리 사면서 10원 떼어놓고,

식비 아끼면서 몰래 쌈짓돈 만들어 놓은 걸로 사준걸텐데..

우리 할아버지 너무 엄해서 식사때 이외에는 군것질도 맘대로 못했거든요.

그때 우리엄마 일년 열두달 고무 슬리퍼 하나로 버티면서 허리띠 졸라매고 살았을 땐데..

그렇게 사준 풍선껌을 하루동안 다 씹어서 단물만 빨아먹고 없애버렸는데,

어제 밤 꿈에서도 풍선껌 한박스를 다 씹었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턱이 아프네요.

 

이번에는 아껴서 차근 차근히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를 읽을 생각이예요.

제제랑 밍기뉴랑...그리고 작은오빠랑, 오빠의 첫사랑이랑, 아픈 사랑 후에 오빠에게서 났던

달콤한 깡소주의 냄새랑....그리고 어제밤 꿈 속의 엄마,지금의 내 나이보다 어렸던

젊은 새댁 우리 엄마랑....그리고 막내라서 누렸던 풍선껌 한 박스라는 초호화의 극치였던

나의 어린 시절과.....

왜 이 책을 명작이라고 하는지 알겠네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 아닐지...

 

오늘 한번 하늘을 보시고,

향기 좋은 차도 한잔 드시고,

좋은 책도 읽으시고,

한번쯤 옛 생각 해보셔도 좋을듯 하네요.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서 연준..엄마의 밍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