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13일
모두들 건강하시죠?
추석이 바로 코 앞으로 다가와서 모두 명절 장보기에 바쁘시겠어요.
올해는 시기상으로 추석이 너무 일찍 와서 과일 값이 많이 비싸다고 하던데,
차례상 장보기 때문에 가계부에 빵꾸 나는게 아닌지..
엄마가 시카고에 와계시니까 서울 계실 때 보다 좀 더 자주 통화는 할 수 있는데
메신저에서는 좀처럼 볼 수가 없어요.
아마 조카 학교 보내고,혼자서 이런 저렁 집안일 하시느라고 바쁘신것 같아요.
좀 전에 엄마가 전화하셨는데,
"오늘이 네 생일이랜다~"
(오늘이 네 생일이다...도 아니고 생일이랜다 라니...)
"그래? 오늘이 내 생일이야? 난 어제 양력으로 했는데.."
(저도 오늘인줄 모르고 있었어요)
미국에 살다보면 음력 달력이 없어서 명절,제사,생일을 다 음력으로 지내는 우리집 싸이클하고
안 맞아서 항상 실수를 하고는 해요.
음력 날짜도 헷갈리는데다 시차까지 14시간 있으니 부지런 떨고 전화하면 서울은 아직 새벽이고,조금 꼼지락 거리다 보면 벌써 날짜를 지났구요.
아버지 생신도 당일날 알아차리고 전화 한 통화로 때우고,
새언니 제사음식 준비하느라 바쁜데 전화 걸어서 귀챦게 부탁하는 일도 허다하죠.
"네 생일도 그렇구 큰오빠 생일도 지난 주 였다는데.."
큰오빠는 음력 8월 8일이고 저는 음력 8월 XX일이예요.
(제 사주가 너무 좋아서 음력 생일을 알려드리면 천기가 누설될까봐서요 ㅎㅎㅎ)
그러고보니 우리 엄마,너무 고생했네요.
지금 막바지 더위라 얼마나 힘든데,큰오빠도 음력 8월,저도 음력 8월..
참고로 작은 오빠는 음력 5월에 태어났어요...역시 더울때 태어났죠.
더군다나 추석 바로 코앞이니 서씨 집안 맏며느리로 어디 몸조리나 제대로 하셨겠어요?
저희 집은 특히 음력 7월에 집안 행사가 많이 있어요.
거의 1주일에 한번 꼴로 제사가 있는데다가 아버지 생신도 음력 7월이라
한달 내내 제사음식 먹는다고 봐야죠.
제사가 있으면 당일 아침부터 작은 엄마들이 오시는데 장보고, 전부치고, 찌고, 볶고, 끓이고..
안그래도 더운데다 음식을 해대니 그 열기가 웬만한 사우나 저리가라예요.
오죽하면 사람들이 흔히들 표현하는 "...얼어죽을..." 이란 표현을
우리집에서는 "..디어 죽을..." 이라고 한답니다.
그런데 음력 8월도 오빠 생일,제 생일,추석...행사가 만만치 않네요.
저는 양력으로 9월 11일이 생일이에요.
외국 생할하면서 부터는 편하게 양력으로 지내는데,
2001년 9월 11일 이후로는 양력생일도 챙기기 힘들어졌어요.
9/11 테러 이후에 이 날 아침이면 각 방송마다 추모행사 현장을 보여주고
슬픈 가락의 장송곡 흘러나오고 하니 생일 할 맛 나겠어요?
세계인들이 한마음이 되어서 저의 생일을 추모한다고 봐야죠.
또 올해는 결혼해서 처음 맞는 생일인데 신랑이 수업이랑 연주랑 겹쳐서 지금 일주일째
떨어져 있거든요.
제 생일에 맞춰서 꽃배달을 시켰더라구요.
"허니,알라뷰~" 그러는 신랑한테 제가 멋대가리 없이 한마디 해줬죠.
"좀 맞아야겠다~~ 내가 허투루 돈 쓰지 말랬지!!!!"
지금 저희는 한푼 두푼 모아서 내집 마련해 보겠다고 알뜰살림 대작전을 펴고 있는 이 마당에
꽃 배달을 시키다니... 로맨틱이 밥 멕여주나...
더군다나 꽃은 그저 산에 들에 활짝 피어있을 때가 예쁘지,꺾어서 꽃병에 꽂아두면
생명도 단축되고..또 저는 가끔 꽃가루 알러지도 생기고..
차라리 꽃보다 바질이나 레몬 그래스 같은 허브를 배달시켜줬으면 요리할때 따먹기나 하죠.
신랑은 제가 로맨틱 하지도 않고,멋도 없고,아줘마(아줌마) 같다고 하는데,
"앤디야..나도 로맨틱 하단다...나중에 우리가 집 사면 그때부터 로맨틱 해질께."
그리고 꼭 오늘만이 생일이 아니라 저는 생일도 어찌나 많은지..
다 챙기자면 매주 월요일을 생일로 해도 모자라요.
음력,양력 다 챙기고 성당에서 영세받은 날도 새로운 영혼으로 태어났으니 생일로 치고,
제일 중요한건 호적에 10월 15일로 되어 있다구요.
제가 태어났을때,어찌나 예쁘게 생겼던지 동네사람들이 구경하려고 몰려들어서
몇달을 부모님이 고생하셨다고 하시는데... 흠흠흠........죄송합니다.
실은 제가 태어났을때,그렇게 딸을 바라셨던 아버지도 화들짝 놀라셨다고 하더라구요.
꼭 원숭이 마냥 온몸이 털이 복실복실 한데다 완전 우량아여서 팔다리가 미쉐린 타이어 같았대요.
동네에 바람이라도 쐬러 나가면 "어헛 그놈,장군감이다" 라는 말만 들었다는..
업친데 덥친격이란 말은 이럴때 쓰라고 생겨난 말인지 원..
못생긴게 성질도 나빠서, 낮에는 꼬집어도 쿨쿨 자고 밤만 되면 깨어 빽빽 울었다는군요.
그래서 내다 버릴려고 하셨는지..10월 중순이 다 되어갈때 까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네요.
실은 그때부터 발성연습 한건데 부모님이 절 너무 몰라주네요.
어쨌거나 저희 친할아버지가 동사무소에 출생 신고를 하러 가셨는데
예쁜 손녀때문에 기분 좋은 탓에 약주도 한잔 걸치시고 (믿거나 말거나)
동사무소에 도착하고보니 출생신고 기한이 넘어서 벌금을 내라고 하더래요.
그래서 우리 할아버지 벌금 아끼시려고 제 생일을 바로 조작하셨다는 거 아닙니까.
벌금 안 내는 한도 내에서 고치고,기억하기도 쉽게 10월 15일 이라고 적으신건 좋은데
술 기운데 한문도 엉터리 방터리로 써 놓으시고..할아버지 너무 하세요~~
근데 기왕 조작하실거면 연도 수도 몇년 쯤 깎아서 써주시지..진짜 너무하세요~~
혹시 오늘 제 음력 생일을 미쳐 챙기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절대로 미안해 하지 마시구요..아직 호적 생일이 남아 있거든요.
그리고 선물은 아무때나 접수하니까 편할 때 선물 주시면 되구요 하하하하
지난 아버지 생신때 전화를 드렸더니 아버지가 그러시더라구요.
"아이구 야속하다 너희들~ 우리 어머이도(항상 어머니를 어머이라고 부르세요)
돌아가시고 안계신데 내가 생일은 챙겨서 뭣하냐...어머니 계셔야 낳아주셔서 고맙다고
미역국도 같이 먹고 하는거지...."
생일날 미역국 먹는건,어머니가 낳아주시고 미역국 드셨던 걸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하시는거예요.
엄마가 시카고에 계시는데 미역국도 못 끓여 드리고..
엄마,내가 빨리 시간내서 갈께...가서 미역국 끓여 줄께..
낳아줘서 너무 고맙고,내 엄마라서 너무 고마와.
오늘 제 생일 축하를 해주고 싶으신 분들,
저희 어머니께 더욱 많은 축하 해주시구요,못생겼다고 안 내다버리고 끝까지 키워주신거
정말 잘 하신 일이라고 꼭 해주세요. sopia1945@hanmail.net 입니다.ㅎㅎㅎㅎ
그래도 아쉬워서 제게 선물 해주고 싶으신 분들,
저는 꽃선물 사양합니다...말씀 드렸다시피 꽃은 산에 피어있을 때가 제일 아름다우니까요..
기도 선물 많이 해주세요.
제가 요즘 환절기 알러지로 고생하는데,빨리 이 고비 넘기고 다시 건강한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도록 많은 기도 해주시구요.
혹시라도 알러지나 목 아플때 좋은 처방을 알고 계시면 꼭 알려주세요.
참고로 전 "신비의 파스요법" 이라고 어느 분이 알려줘서 중지에다가 파스를 일 센티 너비로 오려서
감고 있는데요,이것보다 더 확실한 요법을 난 알고 있지롱~~ 하시는 분들,꼭 알려주세요.
모두들 추석 연휴 잘 보내시구요
연준이의 생일이 대한민국 공휴일이 되는 그날까지 화이팅!!!!!!!!!!!
서 연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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