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18일
내일이 추석이라는데,저희는 너무나 조용히 보내고 있는것 같아요.
금호동에 있었으면 벌써 오늘부터 작은 엄마들 오셔서 음식하느라 분주했을텐데요.
저희집 음식을 맛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맛도 맛이지만 양도 너무 푸짐하답니다.
"조상" 이라면 벌떡 일어나 앉으실 우리 아버지...
조상께 드리는 음식이라고 얼마나 신경을 쓰시는지,
물론 엄마의 막강 파워 때문에 말씀으로는 늘 "거~ 간소하게 하자구~ 흠흠" 하시면서
정말 간소하게 차릴까봐 어찌나 조바심을 내시는지 엄마가 알아서 항상 거하게 하는 편예요.
아버지는 부침도 딱 두가지만 부치라고 그러시면서도
"돌아가신 우리 어머이가 배추전을 참 좋아하셨는데..."
과일도 딱 두가지만 준비하라고 하시면서
"돌아가신 우리 증조 할아버지가 참외를 좋아하셨는데...."
결국은 항상 상다리가 부러지죠.
고기 완자전, 동태전, 배추전, 두부전,명절때는 녹두빈대떡이 빠지지 않구요
도라지 나물, 숙주 나물, 배추 나물(역시 할머니를 위한 거죠), 고사리 나물...
특히 고사리 나물은 쇠고기 산적을 지지고 남은 간장으로 양념을 하기 때문에 일품이죠.
거기다 가오리 찜, 조기구이, 탕국에다가
온갖 과일에 특히 명절때는 아버지가 면도칼을 들고서 물에 불린 밤을 동그랗게 치시죠.
추석때 송편도 만들어 먹는데, 저는 송편 빚기보다는 주로 엄마 옆에 앉아서
안에 넣을 소를 숟가락으로 마구 퍼먹어서 결국은 항상 다시 양념을 하시곤 하죠.
깨랑 설탕 소금..그리고 뭔가 특별한 재료를 넣는것 같은데..어쨌든 달콤한 소가 너무 맛있어요.
이런게 모두 명절 우리집 모습인데,
이렇게 조용하게 명절을 맞이하려니 이상하네요.
도마위에서 탕탕탕 하고 날아다니는 칼질 소리,야채 다듬는 물소리, 서로 먹여주고 맛보라고
권하는 소리, 살 찐다고 안 먹는다고 도망가는 소리 (이건 저예요)
작은 엄마들은 주로 앉아서 전 부치는 담당이구요
저희 엄만 항상 굳은 일 담당이예요...
나물 볶는거,탕국 끓이는거..무조건 서서 하는건 다 엄마몫 이예요.
이렇게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나면 엄마는 저녁때 눕지도 못하죠.
그리고 계속 똑같은 말씀만 하세요.
"아이구,발바닥이 화끈거린다...불이 막 나는것 같다 얘"
아니 엄마가 무슨 로보트 태권브이라고 발다닥에서 불이 난다고 하는건지 참..
그런데 하루종일 서서 일하시니까 체중이 실려서 그런지 발바닥이 아프다고 하소연 하세요.
그나마 엄마가 지금 시카고 계시니까 명절때 일 안하셔서 저는 좋은데,
그래도 엄마 마음은 작은엄마들께 미안하고 눈치 보이고.. 마냥 좋아하시진 않을것 같네요.
엄마 자리에 우리 새언니가 힘들게 일 해야 하니까 새언니한테 넘 미안하구요.
아...너무 금호동 집에 가고 싶어요.
5층에서 심부름 하러 내려가기 귀챦다고 투정 부렸는데,그런것도 다 할테니까
금호동에 갈 수만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쯤 우리집에서는 전기 프라잉팬 내놓고 뺑 둘러 앉아서 전 부치고 계실텐데~
그러다가 가끔씩 정전 사태도 나고 ㅎㅎㅎ
아버지도 보고싶고,조카도 보고싶고...추석 특선으로 재미있는 것도 많이 방송해 줄텐데..
음...그래도 추석땐 세배 할수 없으니까 역시 설날이 조금 더 좋긴 해요.
저는 나이가 20대여도 (윽!! 내가 말하고도 기가 막혀요) 집에서 막내라 아직 세뱃돈 받습니다.ㅎㅎ
아버지랑 많은 시간 보내야 하는데,명절때 이렇게 멀리 있으니까 너무 죄송해요.
올해도 역시 전화로 죄송한 마음을 대신하는 수 밖에 없는데,
언제나 집에 가서 아버지 얼굴 보고 하루 종일 앉아 있을수 있을까요..
추석 상차림 때문에 짜증 나는 분들 계실텐데요..다 축복이예요.
저같이 가서 일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조상님께 차례도 지내시고,가족끼리 오붓한 시간 보내시구요,
즐거운 명절 되시길 기원합니다.
과음이나 과식은 건강을 해치니까,적당히 음복하시구요,
혹시라도 배탈이 나거나 술병이 나시면 "강산한의원"으로 연락해 주세요.
핫핫핫
멀리서도 아버지 한의원을 마케팅하는 효녀 연준이 입니당~~
즐거운 명절 되세요.
서 연준 글라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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