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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MILANO

꽃의 도시 피렌체

꽃의 도시 피렌체

                                                                             2002년7월 26일
 새벽부터  장거리 여행을 준비한 우리는

꽃의 도시 플로렌스를 마지막 코스로 택했다
대학시절 한때 건축을 전공한 인석이는 피렌체의 아름다운 성당과

눈부신 건축양식을 너무나 보고 싶어했고 

피렌쩨 만이 맛볼수 있다는 일품요리에  입맛을 다시며

우리 4명은 부지런히 RHO 스따찌오네로 향했다.


기차를 타고....

다시  전철을 갈아타고  밀라노 스따찌오네로 향했다.
그럴때 마다 비싸기로 유명한 교통비 때문에  우리는 적지않게

투덜거리며 불평을 하는것도 잊지 않았다.


스따찌오네의  20여개가 훨씬 넘는 승차대는 

세계 각국의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했고
급행열차  완행열차, 최신 유로특급 까지

각가지 열차가 승객들을 토해내고

또 한켠에선 주워담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태리에서 몇년동안 살면서 기차여행을 자주 해본 경험으로..


우리는 거금을  들여  일등석 지정 좌석티켓을 구입해서
마지막 여행만은 편안히 다녀 오려고 작정들을 했다.


까딱 잘못 했다간 장거리 여행을 입석으로 아니 그것도 안되면

통로에 서서 가게 되는 경우도  많다는걸 알고있기에...


4시간 가량을 가는동안 웬 터널은 그리 많은지 

그리고 그놈의 모기떼 들은  또 어디서  그렇게 많이  들어 왔는지 ..

역시 구제불능인 나라...이태리는 어딜가도 다른데가 없다.


모처럼..간만에 ..

에어컨까지 빵빵하게  들어오는 유로스타를 타고도  시원한줄을 몰랐다.


나와 연준이는 연신 창에 붙은 모기 때려 잡으랴 
날아 다니는놈이 어디에 착륙하는지 살피랴
어쨌던  모기한테 안물리려고 필살의 노력으로

묘기 대행진까지 연출하느라 얼마나 진을 뺐던지???


마침 검표하는 아저씨가 오기에  티켓을 보여주며..

"도대체 이열차가 유로스타 라면서 열차소독은  제대로 하기는 하느냐?
저기 저 많은 모기떼좀 봐라
모기들이 이렇게  저공 비행 하면서 승객들을  무차별 공격 하는데 

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승객들을 성가시게 하느냐 하고  따졌다"


그랬더니 그아저씨 하는말씀 

 

"그럼 나보고 검표 하지말고 여기서 모기잡고 있으란 말이냐?"
그러면서 울퉁불퉁 부스럼투성이 팔뚝을 걷어 보이며 

"자~ 봐라~ 나는 이렇게 많이 물려도 어디가서 하소연 할데도 없다" 

그러면서 역반하장도 유분수지  도리어 배짱을 내미는 것이었다.


나쁜나라 아자씨...

모기한테 물려서 가려우면 자기처럼 이렇게 " 벅벅벅 "긁으래나?
하기사 이태리 사람들 보고  말하는  우리가 잘못이지  참 ! 나 원!


모기와의 전쟁을  뒤로 하고  피렌체에 도착한것은  11시 쯤이었다.


역청사와  길거리는 관광객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고
연준이 역시도  초행길인 피렌체 관광은 

어디서 부터 어떻게 구경을 해야 하는지

우리식구 네명은 어리벙벙 네거리에서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그래도 여행에 경험이 많은 연준이는 반짝이는 재치로 용감하게 전진하는것이었다.
"연준아  어디먼저 가야 하는지 공부는 해왔어?"  하니까
"공부는 무슨.. 그저 깃발 앞세우고 많이 뭉쳐  다니는 사람들 뒤만  따라 다니면 

피렌체 구경 잘 하는거야"


맞아 맞아 니말이 맞다...

그럼 우린  무조건 숫자적으로 많은 대체로 유러피안 팀만 따라 다니자"  


작정을 한  우리 넷은 여나믄 명의 

독일인들의  뒤를 쭐레쭐레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사람들이 이리가면 이리 따라가고 저리가면 저리 따라가고 ....


그래도 혹시 자기들 뒤만 따라 다닌다고 그럴까봐 눈치껏 뒤쫓다가  

사진한방 찍고  둘러보다가 첫째팀 놓치면  다른팀  쫓아가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사람들 뒤따라 가다보니 ..

갑자기 환하게 넓어진 광장 저쪽에
현란한 붉은 대리석으로 치장한 

아름답기 그지없는 피렌체 대성당이 ..

그 화려하고 우아한  자태를  한껏  뽐내며 우리를 반겨준다


세상에 ! 세상에! 세상에나!


그저 나오느니  세상에 ! 밖에 다른 말은 존재하지 않는듯
아니 기억 상실증으로 다른 말은 잊어먹은듯...


그 아름다운  조각 !  

그  눈부신 황금 빛깔..
그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형형 색색의 크리스탈같이 반짝이는 대리석의  모자이크!
그 섬세한 문양과 살아 움직이는 듯한 조각들......


로마 대성당에서의 감동도
베네찌아의 대성당의 감동도 
피렌체 대성당의 아름다움은 또다른 감동을 불러 이르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주님!감사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저를 이곳에 불러주셔서 감사 합니다.
이 아름다움을 감상할수 있는 두 눈을 주셨기에 감사 합니다


경상도 영주 시골태생으로 처녀때의  내 간절한 소원은 

"내 서울 구경 한번 해봤으면  더 이상 소원이 없겠다" 였다 .


그런  내가?
집안의 갑작스런 몰락으로 보리밥도 배불리  먹어보지 못하고

사춘기를 보낸 내가 아니였던가?


지금은 친정 엄마의 말씀처럼 외국을 안방 드나들 듯이 다니고 있음에
하느님 자녀로 부름받아  세계를  주름잡고 누비고 있음에  

이어찌 하느님의 크신 사랑에 찬미와 영광을 드리지 않을수가 있으랴
쉴새없이 터져 나오는 감사의 기도에

내가 정말  이곳에 와서 성령의 은사를 입었나? 반문해 보기까지 했다.


90년도 인석이와 연준이와 셋이서 시카고에서

플로리다의 최남단 키웨스트 까지의 일주일간의 횡단 여행이후
거의 12년 만에 가족과 함께 하는  이태리 여행
나머지 함께 하지못한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아쉬움...

 
천지창조가 동판에 새겨진  지옥의 문이며
피렌체에서 제일높은 성이며  성당과 지하 유적이며...

역시 가이드를 앞세우고 몰려 다니는 사람들  뒤따라 다닌 덕분에

구경은 잘할수 있었다.


하지만  이태리 땅에서 가장 불편한것 

그것은  바로 화장실과 앉을 곳이 없다는것이다.

 

빌어먹을놈의 나라..
아니 이늠의 나라엔 의자에 앉잤다가 죽은 조상 귀신이 있는지
아니면 의자랑 전생에 무슨 철천지 원수가 졌는지
이늠의 나라엔 공공시설 어디에고 의자라곤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밀라노 중앙역에  하루에도 수.수.만명의  국내외 여행객이 붐비건만 

사람 앉을 의자  하나만 놓여 있어도 정말 내가 장씨 성을 바꾼다. 진짜!


한낮  땡볕 더위에 땀을 빠지작 빠지작 흘리며 돌아다니다  지쳐
비들기 똥으로 지저분한 조각상 옆댕이 계단에  앉자서

아픈다리를  쉬며  사방을  둘러  보니
제일 부러운건 젤라또 핥으며 다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더위에 지쳐 널브러져 

젤라또 먹으며 지나가는 사람들 그렇게 부러울수가????
눈치 빠른... 

아니 짠돌이,자린고비 ,구두쇠, 꽁생원  연준이는, ..
지친 우리들의 염원은 아랑곳 하지 않고 

줄에다 꿴 염소새끼 마냥 구석으로 구석으로 자꾸만 몰고 간다.


왜냐구?
대성당 부근 삐아짜에는 [광장]  뭐든지 비싸기  때문에
조금만 골목안으로 발품을 팔면

싸고! 많고 !크고! 한 젤라또를 먹을수 있는데...
왜 문전에서 비싼거 사먹냐? 그것이다.


에구~~    독한년! 

목구멍 까지  기어 나오는  말을 참으며
아들과 그림이와 나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고 따라갈수 밖에...


인석이도 연준이도 거의 15년을 유학생활을 하다보니

부모가 송금해 주는 돈이 피보다 더 아깝다고 늘 그런다 .

 
하지만  내 생각은  또 그게 아니다.

 
아무리 돈이  아깝기로 피 .만큼이냐 아까울까?
아껴 주는것도 고맙긴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성질 급한놈   목말라 죽겠다고  우물에서 냉수 퍼  먹겠다는데   

구수한 숭늉이  영양가 더있다고  밥솥에다  쌀앉혀서 

밥할동안만  기다려라~~~하는꼴이지
더구나  그림이 까지 동행 했는데  

자린고비 찜 쪄먹고 왔다고 그럴까봐 여간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였다.


하지만 가이드가 앞장서니  우리는 뒤따를수 밖에..


미국생활을 오래한 인석이는 걷는 기회가 잘 없으니까  

현관에서 차를 타고내려 버릇을 해서

쇼핑센터나 그런곳에 가서 돌아 다니는걸 제일 고통 스럽게 생각한다.


이태리에서 생활하는 제동생의 처지를 잘 아는 아들은

운동 삼아 걷기도하고 살도 빼고 해야지 ...하면서도
피렌체에서 슬리퍼를 신고 오래 걸어서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도 

아야 소리 못하고 따라 다닐수 밖에..


지 동생은 맨날 맨날  기차타고 ,전철타고, 뜨람타고  시외버스 타고..

하루에도 수십리씩 차비 아까워서 걸어 다니는걸 잘알기에
아무리 발에 물집이 잡혀 쓰라려도 감히  군말을 못하는거지 ...


드디어 꼬불 꼬불  뒷골목을  한참을 걸었는데 

사람들이 줄줄이 늘어선 아이스 크림 가게가 나오는게 아닌가?
우리는 마침내 성공했다 하고 탄성을 질렀다.


야!~~~~~~~~~~진짜네?
사람들 줄선거  좀봐  유명한 집인가봐  ?
문밖에서  아이스 크림은  어떻게 담아주나? 하고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귀걸이에   코걸이 까지한 떠꺼머리 미남 총각이 

인심좋게 듬뿍 듬뿍  꼬깔위로  넘쳐나게 얹어 주는게 아닌가?


"야!!!! 남자도 남자 나름이라더니  진짜 많이 퍼 주는  남자도 있네?"
막 문을 밀치고 들어 가려는 찰라
우리의 최고독종 연준이는
빨리 따라 오기나 하라고 한마디 내 뱉고는  앞장서서 걸어가 버린다
에구  못된년!
에구  독한년!
아들 보기 미안해서  딸년의 뒤통수를 있는 눈이 돌라가도록 홀겨 보는수 밖에.....


그리하여  연준이가 찾아 낸 집은  여행 가이드 책에서 본

" 맛있는집, 또는 역사와 전통이 깊은 유명한집"  그런 종류의  집 이였다.


"오빠 이집에서 요리 먹어보고가  그래야 공부가 되지 

다른집에 비해서 조금 비싼데  마지막이니까  최고로 먹고가는거야 "  했다.


아이고 살다보니 무슨 이런일도 다 있을꼬?

우리는 계산은 염두에 두지않고 새벽부터  쪼르륵 거리는 배를 달래려고 

서둘러 먹음직 스럽게 보이는  각가지  음식들을 호기 있게 주문했다.


"근데 연준아!  이거 먹고 나가면 아까 그 아이스크림 집에 꼭 가야돼? 
아까 너무 먹고 싶어서 내 목구멍에서 침넘어 가는 소리가 내귀에는  에코로 들리더라"
그랬더니 

"엄마 이태리 7/8년 다니고도 몰라서 그래?

여기  2시만 되면 다 문닫잖어?"


"아~~~ 맞다 맞아 
아니  여기 같은 관광지 에서도 24시간 문열고  영업하면  금방 부자 될텐데...

여기 사람들 왜 그러는거야? 이해가 안되네?
아! 그래서 레스토랑 문닫기 전에 오느라고 그랬구나?"


에구  속으로 딸내미 욕한게 갑자기 미안스러워 지네...
혹시 내가 전생에 혜령이 계모였나?  애미가 돼 가지고 설랑   ㅉㅉㅉ


생각도 잠깐...웨이타가 주문을 받으러 오자

인석이는  마치 먹기를 작정한 사람처럼 혼자서 일품요리 세 접시를 시키고

거기다 가는데 마다 꼭  비싼 와인을 시켜요.

그림이도 두접시 ...이것 저것 골고루 먹어 본데나?
연준이는 레스토란떼의 아이스크림 한개를 주문 하고

나는 마얄레  [돼지고기] 한접시를 시켰다.

 

나는 한접시를 시켰지만  속으로는 인석이가 세접시나 시켰으니 

조금씩  덜어 먹어 봐야지  하는 생각은  일순간에 도로아미타불!!!


배고프고  피곤하고  따가운 햇볕에 짜증나던  인석이는
냉방 잘된 실내에서 옳다구나 하고 " 앉은김에 쉬어가자 "그러더니 

몇년동안 음식구경못한 사람처럼  오직 먹기만을 작정한 사람 처럼
접시 세게에  담긴 일품요리들을  포크가 보이지 않을만큼 

재빨리 찍어다 입에다  퍼넣는것이었다.


시중드는 웨이터의  두 눈에 점점 흰자위가 늘어나며  

믿을수 없다는듯 고개를 쩔래쩔래  흔든다.


"쨔샤 ! 너두 내리 세끼 굶어 봐봐! 
누가 보든 말든 제 먹을거 세접시를 다 먹고는 

돼지고기 두쪽나온 내 접시에서 반을 잘라서 맛본다고 얼른 덜어간다.


나쁜놈...  지꺼는 한입 주고선  내껀 많이도 잘라간다.


역시  사람은 먹을 려고 사는 모양이다. 
옛날 어머니 들은 너무나 가난해서  자식들 먹이느라 

물로 배를 채웠다던데 

나는?   왜 ? 
애들이 덜먹더라도  엄마 많이 드시라고  위해바쳐 주기를 바라고 있나?
역시 나는 전생에 계모?  내지는 서모? 비스므리 한게 아니었을까?
왜냐하면 아들이 고기 조금 덜어간게 서운하다 못해  밉기까지 한거 보니...


앉은 김에 쉬어 가려니  직원들이 있는대로  나와서 빈그릇을 거둬간다.
"아니 모처럼 거금 풀어가며  쉬려는데 ..."

지금 얘내들 우리보구 나가라고 시위하는거 아냐?
"야 우리 모른척하고 다른 요리 하나 더 시키자 " 그러니까


지배인이 나오더니  연준이 보고 통사정을 한다 .


지금 시키면 않되는데  먹던 사람이니까 딱 한가지만 더 해준다.
이제는 치우고 직원들이 휴식좀해야
다섯시에 다시  문을 연다 이해해라  그랬데나?


에구~빌어먹을놈의 나라
아니 돈을 준데도  싫데요  정말  웃기는 나라야 ㅡ


"그래 그럼 돼지고기 한접시 더해와라 그것만 먹고 더 주문 안할께"


야 ~니네 아부지 봐라~~
일년 삼백육십오일  쉬는날이 있냐? 

명절날이라고 문을 닫기를 하냐?
그래야 부자되는거 아냐?
진짜 여기나라 사람들 왜 이렇게 게으르냐?
나 원 참.. 돈안벌랴고 작정들 한사람들 아냐?


"암요  세계에서  우리 아부지 같은 분은 없죠,

기네스 북에  올려도 손색이 없구말구요
사전에 찾아보면 이렇게 나와 있데요
[서.재.수.===  한국인으로서  1931년 8.29일 생으로 

천지창조 이후  전무후무한 사람으로서 

 자기 가족을 위해 희생,봉사, 헌신한   아버지이며  공,경처가.]


그래서 아부지가 하루도 쉬지않고 일년삼백육십오일을 

뼈빠지게  돈을 많~이 벌어 놓아야  

엄마가 세계 여기`저기` 여행 하면서 자~~~~~알  쓰죠?
아마   엄마가 이집 안주인이면  문 당연 못닫는거죠."


나원 참!  아들놈이  되가지구선    한다는말이 ....
그래 ,알았다 이놈아 잔말말고 빨리 빨리 화장실 이나 댕겨와라!  


마지막 손님으로 레스토랑을 나온 나는 

용케도 지나온  길을 되짚어 그  아이스 크림 가게로 갔다.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는걸로 봐선 

그래도  그집 주인은  정신이 똑 바로 박힌 사람인듯 하네 

문 열고 있는걸 보니???


내 차례가 되자  아까 그 코걸이 총각은 안보이고

예쁜 아가씨가 웃으며 반겨준다 .


본 죠르노?  

본 죠르노 ! 대답하자
어디다가 먹겠냐고 묻는 눈치다  눈치하면  또  장눈치 아닌가?
나는 거기 견본으로 꽂혀있는 콘 중에 제일 큰걸 가르키며 
"꼬노 그란데"
"씨 !"
거봐... 나도 이태리말 잘 알아듣고 간단한건 하잔아?

 

놀란 연준이가 "엄마?" 하고 부른다.
그건 무슨 뜻인고 풀이 하자면?
엄마 금방 돼지고기 두접시나  먹고  그렇게 빅사이즈로 달라고 하면

어떻게 다 먹을려고 그래?   바로 그거다.


나는..

"아니 나 오늘 이걸로 안먹으면 후회할것 같에 다 먹을수 있으니까 걱정마 "

하는 내 말에 연준이는 금방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엄마! 아이스크림 되게 먹고 싶었구나  미안해!"
"미안 하기는 ? 
죽기 아니면 살기다  니들도 큰거먹어 "

"니들은 이제 미국에 가면   언제 또 아이스크림 사먹으로  이태리땅에  오겠니?
있을때 많이먹어  가서 후회하지 말고들..."


우리 셋은 꼬노그란데에 철철 넘치도록 담아준  아이스 크림 땜에 

뱃속이 놀랬는지 화장실 가고 싶어 죽는줄 알았네 ㅡ


시원한 곳에서 휴식과 함께  훌륭한 식사와  

디져트 까지 하고 나니 더위는 조금 이길만 했다
여유를 갖고 둘러보니  의외로 한국인 단체관광객 들이 많았다.


월드컵 때문에  여기 교민들이나 유학생들은  엄매 기죽어 하고 있는판에
이태리  민족성을 모르는   한국  관광객들은 용감무쌍 하게도
붉은 악마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를

어린애서 부터 할아버지 까지  단체로 구입해서 입고 
가이드를 앞세워 수박 겉핥기 식으로  다니고 있었다.


유식한 말로 주마간산 이라고 했던가?
그래도 말을타고 지나가면서 보면 다리는 안아플거 아냐?


아유!  저사람들 가엾다 제대로 구경이나 하고 갈까?
그래도 만나는 사람마다 

" 반갑습니다 구경 잘 하세요~  

건강 하시구요 ~ " 그러면 그렇게들  좋아 할수가 없다 .
타국땅에서 같은  한국 사람만났다고...


우리는 피렌체의ㅡ보석세공으로 유명한 다리...

이젠 벌써 이름도 잊어 먹었네


한국으로 말하면  청계천변 같이 강을 가운대두고  

한평 또는 두평 정도의 금은세공  보석상점들이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며 늘어서 있다.
우리는 강끝쪽 까지  구경하고  되돌아 나와

명품들로  즐비하게   늘어선  거리로 들어서서 눈요기 하기에 바빴다.


또  다른 광장에는  밀라노에서 늘보던 투탕카멘 차림의 삐에로가 

그 찌는 더위에  한푼이라도  적선해주길 바라며
얼굴엔 회분을 바르고 온몸을 푸대 자루 같은걸로  뒤짚어쓰고

깡통 하나를 앞에 세워두고  90도로 절을 해대고 있었다.


짚시들은  캐스터넷츠 치면서 노래하고 

한쪽에선  손수건 펴놓고 바이얼린 키고
또 다른 쪽에선 피에로 복장을 하고 빨간코를 그려붙인  대머리 아저씨가

자전거 묘기로 관광객을 사로잡고
눈꼽이 깨죄죄한 할아버지 한분은 아코디언을 그렇게 잘 연주할수가 없다.


야  진짜 저 할아버지의  음악적 수준이면

국립 오케스트라 입단 하고도 남겠다~ 
보는것 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아마 피렌체 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가 아닐까?


광장엔  옛날 중학교때 미술책에 나오던 

두팔잘린  다비데 상이  낯익은 모습으로 우릴 반기고
벌거벗은  나신을 조각해놔도 하나도 민망스런 모습이 아닌

조각상들이  우리의 시선을 잡아 끈다.


"근데  옛날 이태리 사람들은 왜 고추가 저렇게 쬐끄매?"
"아유 엄마는  그건 조각하는 사람 맘이지 "
"아니 ...아무리 그렇지만 인물은 등신대로 조각 했으면서

고추도 실물대로 조각했을테지?
"그럼 조각 한 사람 한테 물어봐야지?"
"야  근대 조각한 사람이 있어야 물어보고 자시고 할거아냐?"
"근데 너무 귀엽다.

한국사람 벌거 벗은거 보면 징그러울텐데..

어쩌면  돌로다가 저렇게  훌륭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었을까?

밀가루 반죽 으로도 저렇게는 못만들지 암!!!


그옛날 예술가 들이 진실로 경외감이 든다
사람의 작품이 아니라 신이 만든 작품인거다.


살무사의 머리를  잘라버린  누구 라던가???
돌판에 새겨진 수많은 사연들의 조각상들  

그때만은 이태리 사람들이 존경스러워 진다.


참으로 많은 역사의 인물들이 후세에 잊혀지지 않도록  보존되고 있음을 보고
우리나라 옛 불상들의 허물어져 가는 모습이 자꾸만 생각이 났다.

 
삐아짜에서 노닥거리며 사진도 찍고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되돌아 가는길은  우리나라의 청담동 같은  명품점이 즐비한 길로 가기로 했다.


세계최고임을 자랑하는 장인들이 빚어낸 갖가지 수공예 명품들은 

부유롭지 못한 주머니를 찬 우리를 자꾸만 손질하며 부른다.


"맞어  우리가 언제 이곳에 다시 올건가 ? 실컷 구경이나 해보자."
그리하여 우리는  구찌도 가보고 쁘라다도 가보고  페라가모도 가보고...

 

벼라별 세계최 고가품들이 예술적으로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매장마다
깡그리 다 살것같은 기세로  호기있게 돌아 다녔다.


5시가 되자 마지막으로 바아에 들어가 물 한병을사고  

주인 아자씨에게 화장실좀 간다니까  어째  반응이 별로다.


"그래 오냐... 콜라 두잔 먹으면 화장실 가도 되지?"

" 씨! "
"야 !  된덴다.빨랑빨랑 볼일들 보자구"

우리는 이때다 싶어 네명이서 번갈아 가며  지하 화장실에서 볼일을  마치고 

슬슬 걸어  스따찌오네로 향했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인산 인해가 따로 없는  복잡한 대합실에서
전광판에 적힌 밀라노행  한시간 연발 이라는 글씨를 발견하곤 낙담하고 말았다.


오후6시 기차가  한시간을 연착하는 바람에  앉을곳이 없는 우리는 

나오느니 욕설이다.

"에유~~ 이 빌어먹을 놈의나라 이런큰 정거장에 앉을곳이 있나?
화장실이 제대로 있나?"
하루 종일 몇십리를 뙤약볕에  땀흘리며  걸었더니 이건 완전 탈수증 걸린사람들 같다.
연준이만 시간표 보러 왔다갔다 바쁘게 움직이고
우리는 아예 맨땅바닥에 주저 앉아 꼼짝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한시간을 연착한 유로스타가 피렌체 승강장에다 승객들을  내려놓자

밀라노행 노선표로 바꿔끼우더니만...

이놈의 열차가 또 사람 열불나게 ..시쳇말로 뚜껑이 확 열리게 하는거다.

 
우리는 승강장에 차례로 나라비를 서서

승차할때만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었건만...

그무슨 억화심정인지 이늠의 유로스탄지 뭐신지 빌어먹을놈의 기차가
이건 무슨 웬수로 슬금 슬금 2-300미터쯤 후퇴를 하더니

거기와서 타래나?


아마  다른 열차가 그 시간대에 다시 들어 오는 모양이 었다.


좌석표가 있지만 일분 일초라도 빨리 앉고 싶은 마음에
달음박질 하는 사람들을 따라 

우리도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며  뛰는수 밖에
겨우 자리에 앉아서 신발을 벗어보니 ...


세상에나!!!네명 다  발바닥  발등 할것없이 물집이 잡혀

그 쓰라림은  말로할수 없었다


히유~~~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젠  기차에  탔고 앉기까지 했으니 가던지 말던지 니 맘대로 해라
완전 배째라 하고 쓰러져버렸다.
피렌체 여행으로 초죽음이 된 우리는 

밀라노에 도착할때 까지 한마디 말도  할수가 없었다.


서로 말없이  쳐다보는 가운데 서도 배달민족...

아니 피를 나눈 가족이어서 그런지

맘속에 품은뜻은 똑 같다는걸 새삼 확인 할수 있었다.

 

[에구 빌어먹을 놈의...  세상에 우째  이런 나라가 다 있다니???

다시 이태리에  관광을 오게 된다면 성을 간다 성을 갈어...]


덧붙여 이태리 여행을 준비하는  모든 한국인과 세계 각국인들께 고하고 싶다.
이태리 여행을 계획한다면 부디부디  낚시 의자라도 가져가세요~~~~~~~하고
.
연착으로 인해 밀라노 중앙역엔 밤 늦게 도착 하게되었고
더구나... 발도 아픈데  비까지 오고...
우리는 거금  십오만원을 주기로 하고  우리 동네 까지  밴츠웨건 택시를  탓다.


역시 ...일시 반시도 놀지 말고 돈이란걸  벌어야 한다는걸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나는  점잖게 아이들 한테 한마디 했다.

"거봐! 니네 아부지 덕에 편하게 밴츠 타잖어?

나중에 돈 많이들 벌어서  다 갚아야되는거  명심들 해 알겄제?
오늘 여행 경비 쓴건 기름 종이에다 다 기록 해 놀꺼야!"


에유...말은 그리했지만  팔  아파서  더 이상은  죽어도  못쓰겠다.


뭐야 벌써새벽 4시 20분일세  

그러니깐  어제밤  10시부터 쓴게 겨우 요거야?
책써서 밥먹기는 아예 글렀구만
맨날 하던거나 잘하는수 밖에 도리가 없네.


맨날 하던게 뭐냐구? 

거 있잔아..

니네엄마야  느이 아부지  등골 빼먹는거  일등 잘하잔어

말이야 바른 말이지 뭐냐고 묻는게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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