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수 없는 베네찌아 2002 7/ 15일
이태리 관광을 하려는 모든 사람들의 희망사항중의 하나는
물의도시 베네찌아 관광이 단연 우위에 있는것 같다.
그옛날 바다를 통한 활발한 무역으로 이태리 최고의 부유한 도시
황금빛으로 찬란한 두오모성당
휘황찬란한 첨탑의 천사상
수백마리의 비들기가 노닐고 있는 평화로운 넓은 광장
오색영롱한 빛을 자랑하는
입으로 불어 만든 오묘하기 짝이 없는 무라노의 유리공예품들..
물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선 고색창연한 석조 건물들과,
우아한 아취를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난간의 돌 다리들
반짝이는 금물결, 은물결 사이로
그림처럼 미끌어져 가는 곤돌라의 이물과 고물에 기대어 노 젖는 뱃사공들의
멋들어진 아리아는 관광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우리가족도 세번째 여행지로 베네찌아를 선택했을때
인석이와 그림이는
책이나 사진 혹은 그림이나 텔레비젼을 통해서 본
베네찌아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반해서
뛸듯이 기뻐하며 캠코더를 밤새 충전한다 무슨옷을 입고 갈까?
온갖 신경을 다 써가며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벌써 세번이나 베네찌아를 다녀온 나는 마지못해 따라가는 격이라고 할까?
나는 이미 일찌감치 베네찌아의 환상에서 깨어 있었다.
나도 예전엔...인석이 처럼 베니스 란곳에 대한 기대가 정말이지 컸었다.
내 어릴적 대 여섯살쯤에도
뜻도 모르고 따라 부르던 유행가 속에도 이미 베니스는 있었다.
연준이가 이태리로 유학을간 94년 11월
처음으로 찍어 보낸 사진에도 베니스가 있었다.
이태리 말도 못하는 연준이가 이태리 도착 2주일만에
꿈에도 그리던 베니스...
다시말해 베네찌아를 다녀왔다고 해서
나는 연준이가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었다.
아니 그 유행가 가사에 나오던
꿈의 도시 베니스를 혜령이가 다 가보았다니? !!
그옛날 옛적에 ..
우리나라 사람은 어떤 방법으로 베니스 라는데를 가보았길래
그런 노랫말을 지을수가 있었을까?
궁금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였었다.
95년 연준이가 유학간지 4개월만에
도대체 이태리가 어떻게 생긴 나란지 궁금해진 나는
머리를 다쳐 뇌수술을 하고 퇴원한지 한달밖에 않된 남편을 홀로두고
그리고 첫아들을 낳은지 두달이 채 안된 며느리도 나몰라라 하고
훌쩍 이태리로 날아갔다.
20일동안 밀라노 반데네레의 코구멍 만한 숨막히는 스튜디오에 머물면서
두 모녀가 사전을 들고 물어물어 갔다온 베네찌아
햇볕에 반짝이고 있는건 유리알같은 맑은물이 아닌 구정물 같은 생활하수,
평화의상징인 비들기들의 오물로 도배질한 아름다운 성당의 더렵혀진 첨탑 ...
나는 그만 바가지 씌우는 곤돌라에 놀라버린 기억밖에 없다고나 할까?
두번째로....
준원이랑 같이 베네찌아 구경을 하고
무라노섬을 보려고 려고 배를 탔을때
하늘을 가르던 천둥과 번개
앞이 보이지 않게 쏟아지던 폭우와
집채처럼 커다란 파도가 달려들던 무서움...
걷다가 지쳐 야외 카페테리아에 앉아 음료수 한잔을 시켰을때
따로내야 했던 의자에 앉은값..
나쁜늠의 나라
그리고 음악을 연주했으니 곱배기로 바가지를 썼던기억들...
누기 연주해 달랬냐구???
지들이 맘대로 해놓구선 앉은사람들에게 몽땅 바가지라니???
아~ 나는 베네찌아 싫은데....
하지만 군소리 없이 즐거운듯 앞장서 나갔다.
새벽에 준비를 끝낸 우리는 일찌감치 출발했다.
우선 RHO에서 기차를 타고 이틀전에 예약해둔 차표를 가지고
밀라노 첸트랄레에서 기차를 타고 한 4-5시간? 을 지루하게 갔다.
모두들 걷는데 지쳐서 편한 복장에 베낭들을 메고서 덥기는 왜 그리 더운지...
베네찌아 도착하자 나의 신경성 병이 또 재발하는게 아닌가?
이태리란 나라는 유일하게 의자가 없는 곳에다가 화장실이 그리도 귀 한 것이다.
밀라노 시내 가장크고 유명한 리나신떼 백화점도
화장실은 내가 알기론 삼층과 꼭대기층에 서너개 있는걸로 안다.
기차 정거장도 예외는 아니다 .
고속도로 휴계실
시내 음식점 할것없이 어디든 화장실이 있으면
그곳엔 인심 사납게도 꼭 돈받는 사람이 책상까지 차려놓고 버티고 앉아서
꼭 돈을 내야만 용변을 볼수가 있다.
그런면으론 우리나라가 얼마나 인심이 좋은가?
공공장소 어디든 즐비하게 늘어선 기대기도 편안한 수많은 등받이 의자며
친절하게 준비된 휴지통하며 거기다가 휴지까지 준비된 깨끗한 화장실
비누까지 준비된 깨끗한 세면대
이태리란 나라는 그 수가 많아야 다섯개가 고작인데 비해
우리나라 좋은나라 대한민국은
하다못해 고속도로 휴계실에도 남자칸은 안들어 가봐서 모르지만
여자용만 해도 화장실수가 30- 40개 정도는 겹줄로 나란히 줄지어 있다.
그런데 관광의 명소로 알려진 이태리란 나라는
전생에 화장실과 무슨 철천지 원수가 졌는지는 모르지만
이리도 화장실 문화가 낙후되어 있다는게 이해가 안된다.
우리 가족은 베네찌아 기차역 내리자 말자
바로 배타는곳에 줄을 서야 빨리 구경하고 돌아가는 기차를 몇시에 탈수 있을거라고
미리 계산까지 했건만 화장실 표시가 보이기만 하면 내 뱃속은 신호를 보내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걸음은 자동으로 화장실을 향해 움직여진다.
설마 여기 같은 큰 곳에선 돈 않받겠지?
내 생각에 전엔 안낸것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 급해서 달려간 나는 비싼 가격이 붙은 샤워 하는곳으로 가고 말았다.
화장실을 찾는 내게 바로 다음 건물이라고 가르켜줘서
부리나케 달려간 나를 막는건 이번엔 아저씨였다.
이건 한술더떠서...
화장실 안에서가 아니라 남,여 화장실 들어가는 입구에서 였다.
이런 낭패가 있나?
주머니를 뒤져보니 벽에 적어놓은 액수에 반밖에 없었다
식구들은 한 200미터 밖에 서서 기다리는데 거기 까지 뛰어 갔다가는 큰 사고날게 뻔했다
잘못 하다간 이태리 메스컴에 대자보를 장식할수도 있는 화급한 문제였다.
나는 주머니에 있는돈을 털어서 아저씨 손에 들려주고 급하다고 방방 뛰었더니
착한 아저씨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끄덕 ...
알았으니 볼일보라네?
아줌마들은 이럴때 꼭 뭐라고 궁시렁 거리던가 못마땅 하게 흘겨 볼텐데....
왜 하필이면 냄새나는 화장실 앞에다 의자놓고 기다리는지 원 인심도 고약하지...
볼일을 마치고 나온 내게 아이들은 돈도 없이 화장실 다녀 왔다고 대단하다고 놀린다.
아니 그게 아니고 반은냈어 내가 급하다니까 아저씨가 갔다오래데? ㅋㅋㅋㅋ
어쨌던 여행경비 일부분을 아꼈다고 좋아 했었다.
웬걸 ???
조금후에 닥아올 최악의 사태는 짐작조차 못하고 좋아했으니...
우리는배를타기 위해 티켓을 사야 했으므로 긴 줄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로 인해 줄은 이리비틀 저리비틀 중간에 새치기를 안하나
질서가 없기론 우리나라보다 더했다.
이리저리 밀리며 겨우 표를 사가지고 배를 타는데도 이건 난장판이었다.
배가 도착하자 줄은 허물어져 버리고 서로 먼저 타겠다고 밀쳐대는데
겨우겨우 비집고 타고 보니 그림이가 떨어져 나가버린게 아닌가?
우리는 뒤에남은 가족이 이태리말 못한다고 빨리 태우라고 소리질렀다 .
그리하여 어렵사니 그림이가 마지막 승객으로 승선할수 있게되었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속절없이 부두에서 이산가족 될뻔 했다고 안심 하고 있던차에
우리는 연준이의 베낭이 열린것도 모르고 있었다.
잊어버린것 없나 살펴보곤 안심하고 베낭을 잠그고 베네찌아 광장에 내린우리는
샅샅이 구경하고 기념 사진도 찍고 유명한 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으로 들어갔다.
우선 비싸도 좋으니 냉방 잘된 집으로 가자는게 의견일치 였다.
오랫만에 더운땀을 식히며 점심을 먹고
계산을 하려고 가방을 연 연준이는 갑자기 사색이 되버렸다.
우리는 지갑을 잊어 먹은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핸드폰을 잊어 먹은것이다.
한달전에 우리돈으로 50만원이나주고 신형 삼성핸드폰을 구입했는데
어떤 나쁜놈이 우리가 배에탈때 뒤에서 밀치는척 하고 빼갔나보다.
어쩐지 가방 밑에 지퍼가 열려 있더라니.....
아까워서 어쩔줄을 몰라하는 연준이는..
더 좋은걸로 사주겠다고 아무리 달래도 기분이 풀어지지가 않았다.
아 나쁜놈들!
가난한 유학생의 재산목록 제1호를 훔쳐가다니?
내가 이태리 떠날때 확 폭파 시켜 버릴까보다 하며
눈물 흘리는 연준이 앞에서 우리는 모두 할말을 잊어버렸다
...............................................................................................................................
우리는 핸드폰 잊어 먹은줄도 모르고 레스토랑에서 식사 주문 하면서
미국에서 요리 공부 하는데.. 이렇게 유명한 집의 메뉴판을 하나
기념으로 얻었으면 좋겠다 하고 부탁했더니
웨이터가 원래 아무에게도 안주는건데 자기한테 바치오 해주면 주겠다 하길래
농담인줄 알고 그러마 고 했었다.
잊어먹은 핸드폰때문에 잔뜩 맘이 상한 우리는 메뉴판은 잊어 먹고
계산하고 나오려는데 웨이터 한놈이 쏜살같이 뛰어 나와 길을 막으며
메뉴판을 내밀며 바치오를 해내랜다.
그림이가 바치오 해준다니까 연준이보구 하래네?
나쁜눔이 눈치도 없긴...
제오빠 공부에 도움이 될까 하고 그 속상한 와중에도
연준이는 바치오를 하더니 메뉴판을 홱 낚아채버린다.
한동안 말이 없던 연준이는 마음을 다잡아 먹고는
오빠가 언제 또다시 이태리땅을 찾겠느냐고
무라노 섬에 가자고 한다.
우리는 다들 유쾌한척 가장을 하고 무라노섬 까지 무사히 구경을 하고
저녁 6시 밀라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리하여 오늘도 본의 아니게 집으로 돌아오는길은 벤츠를 타고 돌아올수 밖에없었다.
모두들..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있어서...
아 나는 정말 베네찌아가 너무나 실망이다.
두번다시 가기 싫은곳
여행이 항상 즐겁지 만은 않다는걸 느끼며
베네찌아와는 영원한 작별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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