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
밀라노에 도착한 며칠후 부터
연준이의 열혈 팬이자 늙다리 친구인 마쎄로니 할아버지는
자꾸만 .자꾸만 . 자꾸만.
자기집에 우리를 오라고 연락을 보낸다.
밀라노에서 이태리 사람들의 야박한 인심때문에...
더러 가다간 말바꾸기가 천재적인 소질로 비쳐지는
반 사기꾼같은 이딸리안 들에게 피해를 당할때 마다
다른 한편의 착한이표 동네 유지들의 도움으로
난관을 헤쳐 나간적이 있는 연준이는
조그만 것에도 감사하고 고마움을 표한다.
마쎄로니 할아버지는 이태리 전쟁에 [2차대전] 참전하고 제대한후
피폐한 조국이 건설붐이 일어나기 시작하자
발빠르게 시멘트 블럭 만드는 회사를 차려
큰 돈을 모았다고 한다.
RHO 의 중심가에 커다란 건물을 수십채 소유하고
다달이 받는 월세만 해도 어마 어마한 액수라고 들었다.
부인과는 오래전에 사별하고 큰아들과는 한집에 기거는 하지만
할아버지가 일층을..이층은 아들식구가 살고
결혼한 딸이 하나 있는 할아버지는
프란카라는 자기 회사 비서와 같이 동거하면서도
절대로 결혼은 안해준다고 한다.
사후에나 여러가지 재산문제를 생각해서인지
어떤 경우에도 결혼을 안해주고 동거생활 하면서
비서처럼 필요한 일 다 시키고
세입자 관리 빌딩 관리등을 일임한 모양이다.
프랑카 아주머니도 아주 상냥하고
연준이의 적극적인 팬이며 의논 상대자고 조언자이며
엄마 같이 돌봐 준다고 했다.
마쎄로니 할아버지와 프랑카 아주머니는
노래 잘하는 연준이와 친분을 가진걸 그렇게 자랑으로 알고
마치 딸처럼 생각하며 각가지 뒷바라지를 기꺼이 해주고 있었다.
연준이를 생각해서 그런지 ...
미국에서 놀러온 우리 가족에게 온갖 호의를 다 베풀고
자꾸만 오라고 졸라대는것이었다.
나중에는 바닷가 별장에 바캉스까지 같이 가자고 졸라대기에
우선 할아버지집 초대에 응하기로 했다.
한곳에서 며칠씩 보내기엔 인석이가 잡은 2주간의 여행은
비행기 값도 못건지는 결과가 생길까봐
거절하는데 아주 진땀을 뺏다.
매일 같이 오라고 오라고 졸라대는 마쎄로니 할아버지가 너무 고마워서
오후 7시에 미국에서 사온 양주 한병과 데낄라 한병 미국 소세지 들을 선물로 들고
우리는 정성껏 단장하고 품위있고 고상한 모습으로 할아버지댁을 찾았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 할아버지는...
정원 뒤꼍에 있는 바베큐화덕을 보여주며 자기가 직접 만들었고
사용은 어찌 하고 막 자랑을 하시는거다.
도착한날은 실내에서만 있었기에 정원이 그리 넓은지도 몰랐었는데..
정원 가장 자리는 향신료로 쓰이는 식물들이 갖가지 향기를 풍기며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나라 백화점 품코너에서 볼수 있는 ...
잎사귀 대여섯장이면 3000원씩하는 바실리꼬도[바질]
한국의 사철나무처럼 무성하게 자랐고
박하며 세이지 쁘레쩨몰로 월계수 로즈마리....
그외에도 이름 모를 기화요초들이 짙푸르게 자태와 향기를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야외 테이블엔 셋팅이 끝난 그릇이며 글래스와
RHO 에서 제일 맛있다는 피자가게에서 배달시킨 피자며 와인이며
프랑카 아주머니가 손수 만든 감자 크로켓 야채 샐러드 과일 아이스 크림으로
우리는 화기 애애한 분위기에서 갖 태어난 새끼 고양이의 재롱까지 겯들어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한국말하고 할아버지와 연준이와 프랑카는 이태리말로
아들은 영어로 그림이는 더러가다 뜻이 비슷한 스페니쉬로 수다들을 떠들었지만
이상하게도 서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또 어떤 얘기를 했는지
알아듣게 되는게 여간 신기한게 아니였다.
바디 랭귀지라고 하더니 우린 한 차원 엎그래이드 되 가지고선
하하 호호 웃으며 식사들을 했다
한가지 불편한것은 그놈의 모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가 도착 하니까 한 20여개의 모기향[ 우리나라거와 동일함 ] 이 고정핀에 꽂힌체
테이블 주변에서 독한 향기를 뿜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 수십개의 촛불과 두개의 밝은 전등을 켰으니...
상상을 해보면 이해가 될것이다.
찌는 더위에 위에서 밝은 촉광의 전등에서 발하는 열기와
수십개의 촛불에서 나는 열기 거기다가 더하여 양초냄새가 모기향과 섞여
간간이 부는 바람에 속을 뒤집어 놓는다.
말씀중 할아버지는 유일하게
이태리 사람으로서 자기는 영세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서툰 영어나마 알아들을수있게 얘기 하시는데 ..
자기는 성당에서 키는 양초냄새가 싫어서 영세를 안받았데나???
그럼 우린 뭔가?
나는 밀라노 리나신떼 백화점 7층에서나는 향초 냄새 때문에
아예 6층 이상은 올라가지 않을 정도로 양초향기에 거부감이 있다.
그 지독한 향초로 우릴 방패처럼 에워 싸놓고선
할아버진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건가?
이태리 와인과 데낄라, 위스키와 쨤뽕으로
술을 마시던 인석이와 마쎄로니 할아버지는
피부감각이 술기운에 마비 되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의자 밑으로 ,
모기향 사이 사이로 무차별 공격 해대는 모기때문에 긁어대기 바빴다.
파티고 뭐고 한시 바삐 돌아가서 훌훌 벗어 던지고 싶은데 보내 줘야 말이지
프랑카 아줌마도 나중엔 진으로된 롱후레아 스커트를 걷어 부치고
열심히 열심히 긁어대고 있었다.
이 자리를 모면 하려면 차려진 음식을 열심히
그리고 부지런히 먹을수 밖에 없다 라고 생각한 우리는
속도를 내어 맛있다는듯 식어빠진 피자와
녹아서 물이 흐르기 직전인 아이스 크림을 부지런히 먹어 치웠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맛없는 아이스 크림은 처음이였고
이태리 아이스 크림도 맛없는게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날이었다.
부지런히 손을 놀린 덕에 그리고 빨리 일어 서려고
서로 눈치를 주고 받은 우리는
잽싸게 주방으로 빈그릇을 옮겨 주고 있는데
할아버지는 2차로 거실에서 또 한판을 벌리는 거였다.
우리는 너무나 난감했다.
좁지만 우리집엔 한대 뿐이지만 선풍기 라도 있는데
이 부잣집 대 저택엔 방충망이 있기를 하나? 에어컨이 있기를 하나
선풍기는 고사 하고 라도 부채 비슷한 종이 조각 하나도 보이지가 않았다.
관절염으로 손가락이 꼬부라 져서
오그리지도 펴지지도 않는 손을 가진 할아버지가
제일 싫어 하는건 바로 바람, 시원한바람 이였다.
뜨거워서 좋아요 바로 그런 할아버지임에야
펄펄 끓는 젊인이의 뜨거운 육체를 알리가 있나?
어디든지 노인 다른데는 없나보다.
우리를 만난 할아버지는 칠년대한에 장대비 만난듯이 기뻐하며
앨범이며 온갖 훈장 상장 다 들고 나와서 자랑 하는데 이건 끝이 없다.
녜.녜 녜...
예.예.예.
씨.씨 씨..
하다보니 벌써 시계는 자정으로 향하는 밤11시.
적당하게 비위 맞춰 주면서 이젠 정말 집에 가야 겠다.
너무 늦었다
내일 어디 어디 갈 계획이 있다 ,
등등등 아무리 설명해도 막무가내다.
나중엔 연준이가 이태리 말하는것도 못하게 하고
영어는 아예 못들은체 하고
방이 네개 있으니 자기 집에서 다 자야 한다며 막 붙잡는다.
우리는 마쎄로니 할아버니 몰래 눈치를 주고 받으며
빨리 자리를 모면하기로 작심...
우리아들 총대를 메라고 눈짓으로 찡긋....
드뎌...인석이가 술취한척 하면서 작별 인사를 하려니까
마쎄로니 할아버지 ...
잠깐! !!!!!그러고는 어디로 슬며시 사라지기에
이때다 하고 프랑카 아줌마하고 작별인사를 하고 방문을 여는 찰라
아뿔사!
그만 할아버지한테 붙잡히고 말았다.
문밖을 간신히 나선 우리를 다시 잡아다 의자에 끌어다 앉혀놓고선
할아버지는 멈칫 멈칫 호주머니에서 뭘 꺼내더니
별안간 우리앞에 확 팔을 내밀었다.
우리는 동시에 그무엇을 보고 말았다 .
아이구 세상에나!!!!
하느님 아버지 맙소사!!!!!
그것이야 말로 실물로는 난생 처음 구경하는 권총이 아닌가?
장전이 된지 안된지는 모르지만 총구를 겨누고 한다는 말씀!
연준이의 통역에 이르면
"니들이 한번만 더 집에 간다고 하면 쏴버릴지도 몰라 "그것이였다.
"아니 이 할아방구가 갑자기 미칫나 ?
외국사람 또라이들이 많다는데 이할배가 언제 우리몰래 마약을했나?"
머리속은 번개같이 온갖 요사 스러운
그리고 재수 없는 생각들로 통제가 어려울 지경이다.
프랑카는 웃으며
" 너 그러면 얘네들 진짠줄 알고 놀랜다 "
마쎄로니 할아버지를 막 야단을 치는거다.
"얘네들이 자꾸만 간다니까 이러면 안갈까 하고"
마쎄로니 할아버지의 대답도 걸작이다.
그러면 놀래서 더 가고싶지 이 할아버지 바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비싼 뱅기타고 이태리 까지 와서
노땅 할아버지한테 목숨 바칠일이 어디 있겠는가?
인석이도 술이 확 깨 가지고 한시간만 더 놀다가자고 ...
연신 연신 할아버지 말씀에 설레발을 친다 ...
살아서 돌아가기를 기원하며....
세상에 !
우리4식구 생목숨 끊어지는 줄 알았잔어?
12시가 훨씬 넘어서야 프랑카의 도움으로 간신히 집에 돌아온 우리는
일제 해방보다 더 큰 감격이었다.
살아서 돌아온것에 대한 뜨거운 감격....
그리고 며칠후 RHO에 한다하는 유지들의 모임인
라이온스 클럽의 파티를
어느 유명한 치과의사의 신축 건물에서 연다고
우리 패밀리들이 특별 게스트로 초대 받았지만 ....
게스트?? 에고 무서워라 !!!!!
이번엔 칼찬 아자씨 나타나면 워쩔낀데?
엄마가 갑자기 혈압 내려가서 어지러워 못일어 난다는 핑계로 거절했다.
라이온스클럽 파티는 어디 별다를까?
파티 한번 갔다가 시껍먹었구만...
파티 소리만 들어도 이가 갈리고 소름이 끼친다.
친절도 지나치면 무관심만 못한것 같다.
어쨌 건 있는동안 우리 한테 너무 잘해준 마쎄로니 할아버지가
지금 생각하니 고맙기 짝이 없다.
집 구하기 어려운 그 이태리 땅에서
새로 유학온 사람들에게 연준이의 한마디에
방을 군말 없이 좋은 조건에 렌트해주던 마쎄로니 할아버지
차라리 성악 공부 때려 치고 복덕방이나 차릴까 하던
연준이의 우스게 소리가 가 생각난다.
끼아라씨 글라라씨, 연준아 하며 ...
한마디라도 마쎄로니 할아버지한테 잘 이야기 해서
집값 깎아 달라고 부탁하던 숱한 유학생들 그리고 성당 교우들
큰교회사람들
작은교회 사람들!
지금 그 사람들도 열심히 공부 잘하고 있는지 ?
신세 졌던 은인들이 새삼 그리워 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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