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여행 애피소드 제 2 탄 2002년 7월
우리 식구들이 단체로 이태리 여행을 왔다고
마쎄로니 할아버지니는 자기 여자친구까지 불러서
과일이며 음료수며 손님 접대에 필요한 모든것을 갖춰 놓고 계셨다.
친절 도 하시지 .....
자꾸만 더 놀다 가라고 붙잡는 할아버지에게 우리는 동시에
짐보따리를 가르키며 세수하는 모양의 무언극을 연출했다
그리하여 ....겨우 겨우 마쎄로니 할아버지 집을 뒤로 하고
그리운 RHO 36 번지 앞에 다달았다..
벤 에서 내린 우리는 여섯개의 짐을 밀고 땡기면서 간신히 현관을 넘어서니
수위인 안나 아줌마가 반갑다며 뛰어 나와 반겨준다
2000년1월에 와서 6개월 있다 가곤 2년만에 밀라노에 왔더니 무척 반가웠나보다.
내가 김밥이며 잡채며 한국 음식하면 더러 가져다 주고
라면도 먹어 보라고 했더니 무척 고마웠나보다.
어쨌거니 엘리베이터 앞까지 짐을 끌어다 놓고
짐 한개랑 사람 한사람 밖에 못타는 걸 보고는
아들과 친구는 이게 뭐 엘리베이터 축에 들기는 하는거냐고 눈이 둥그래 진다.
"거봐! 내가 뭐랬나? 이런나라가 이태리 라니까?"
오르락 내리락 여섯번을 한끝에 .
겨우 짐은 거실 한쪽에 자리잡았고 우리는 돌아 가면서 샤워를 했다.
또 이태리 하면 전기 개스비 비싸기로 유명난 나라가 아닌가?
욕실을 들여다본 아들은........ 내가 그렇게 입이 닳토록 얘기 했건만
설마 설마 하더니 욕실 한켠에 늘어트린 비닐 샤워 커튼을 보더니만
조금은 실망 하는 눈치다.
"내가 미리 그랬잖아? 이태리 가면 실망 한다고?........"
이태리 땅에서 한번도 방충망 구경을 해본적이 없는 나는 그러려니 하지만
모기떼가 달려드니까 문도 못 열고 ...
세번째로 내가 샤워 할때는 덜컥하고 개스가 끊어져 버렸다.
아뿔싸 어쩌냐?
모기 들어 온다고 공기통 마져 신문지로 막아 놓았더니만 ....
아마 산소 부족으로 불이 꺼졌는지
이건 밥을 좀 해먹을려고 해도 완전 먹통이 되버렸다.
연준이는 방방 뛰면서 이제 얼마 안있어 집도 비워줘야 하는데
개스 고장 나면 돈 엄청 물어 줘야 한다고 울상을 짓더니
의자를 갖다 놓고 개스 보일러 문을 척 하고 열더니
한참을 부스럭 부스럭 하더니 드디어 불꽃을 살려냈다.
혼자서 7-8년 살다 보니까 이제는 전기 수도 개스 왼만큼은 고칠줄 안데나?
정말 기특도 하지 막내로 호강만 하고 투정만 부리고 살았는데 완전 사람 되었네
우리는 개스 고장 내놓고 미안해서 도리어 연준이를 놀려줬다
한나절 만에 밥구경을 한 우리는 걸신 들린것처럼
된장찌개에다 실컷 밥을 비며 먹고 나니 배고픔은 해결 했지만 잠잘 일이 아득했다.
방은 거실까지 합해서 두개였지만...
그렇다고 아들을 여자 친구와 한방에 재울수는 없고
짐으로 거의 반을 차지한 거실에서 간이 침대를 두개 펴고
아들과 그림이를 재우고
나는 방바닥에서 등을 대고 잠을 청할려니 너무 더워서 잠이고 뭐고 올 생각을 안한다.
그나마 방바닥이 대리석이라 [진품] 처음엔 시원 하다가도
조금 지나면 체온으로 덮혀져서 시골 사랑방 겨울철에 군불 지핀듯이 등을 달구어 댄다.
거기다 셋이서 내뿜는 더운 공기는 폐소공포증이 있는 나를 무척 괴롭혀주는것이었다.
밀라노 여행의 기대속에 집에서 부터 잠을 설쳤던 아들과 그림이는
세상 모르고 코를 골며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완전 온천욕 한사람처럼 익어 있었다.
빌어 먹을 놈의 나라 학생 신분에 에어컨이 있나?
그것도 단 한개 뿐인 선풍기를 우리 한테 양보하고
연준이는 잠이나 제대로 잤는지 모르겠다.
자기는 더위를 안타니까 괜찬타고 하지만
냉혈동물도 아닌데 더위를 안타다니?
선풍기 라고 해봐야 플라스틱 에다가 소리는 왜 그리 요란한지
한참 있으면 오히려 더운바람에 숨이 확확 막힐 지경이지만 그나마 있어 다행인데
연준이 한텐 너무 미안했다.
이튿날 아침....
우리는 우선 RHO 시내를 구경 하기로 했다.
시내 라고 할것 까지 없는 조그만 동네지만
그리고 또 아들이 제멋대로 상상한 이태리가 조금은 아닌듯 했지만
그래도 좋다고 .... 사람 사는게 다 그렇지뭐 하고 자위 하는 모습이다.
보기엔 작지만 맹세기 두오모라고 이름하는 아름다운 교회
돌로 깔린 좁다란 인도겸 찻길
한낮 더위에도 시에스타 시간이면 어김없이 문을 닫아거는 아이스크림가게
정오면 얄짤없이 문을 닫아거는 수퍼마켓........
미국생활에 젖은 아들은 참으로 신기한...
아니 이상한 나라 엘리스에 온것 같은 느낌인가 보다.
네명이서 신나게 장을보러 다니면 이태리 사람들이 이상한듯 쳐다보고
더러는 연준이와 반갑게 인사도 하고..
정통 이태리 피자며 스파게티를 맛보기 위해
저녁부터 우리는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외식을 시작했다.
요리사인 아들은 한가지도 지나쳐 보지 안고 맛을 음미하며
냅킨 접은 모양까지 눈여겨 보고 테이블 셋팅이며 가는곳 마다
와인에다 코를 대고 향기에 취하며
살라미 맛에 ..
소세지 맛에,..
갖가지 치즈맛에 완전 뿅 하고 가버렸다.
우리나라 60년대의 수준인 이태리의 낙후된 모습도
에어컨의 시원함도 없는 짜증나는 더위도
아들은 음식맛에 취해 모든건 잊어버린듯 했다.
이튿날 부터는 2주일 간의 이태리 여행을 어떻게 알차게 보내나 하고
꼼꼼하게 여행 계획표를 세워 그대로 행하기로 했다.
특별히 도시에 따라 어떤 음식점이 고유한 맛을 오래 간직하고 있는집인가
여행가이드 책을 보고 어디서 무얼 먹어야 하는지 무얼 구경 할지를 정했다.
우선 미국에서 자주 먹게 되는 피자헛 이나
미국식 토핑이된 피자만 먹어본 아들은
내가 아무리 이태리 피자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얘기해줘도 이해를 못 하더니
한국 돈으로 5000원 정도만 주면 즉석에서 화덕에 구워 나오는 피자 맛을 보곤
점심 저녁 할것 없이 매일 피자가게 앞에 줄을 서고있었다.
거기다 RHO"에있는 피자가게 아저씨는 터키사람 인데
한국에 대해서 너무나 잘알고 있었다
우리가 꼬레아노 라고 친절한건 물론이고
터키는 옛날 6.25 한국 전쟁때 참전했던 형제나라 라고 여간 반가워 하는게 아니었다.
손으로 피자 반죽을 공중에 던지면서 돌리면 우리 식구들이 둘러서서 박수를 쳐 주면
신이난 주인 아저씨 새우나 쇠고기 또는 살라미도 듬뿍 듬뿍 토핑해주고
거기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케밥도 다른 사람 두배나 잘라서 주곤 한다.
미국에서 먹던 기로스 와는 크기에선 비교가 안되지만 맛만은 일품이었다.
아들이 있던 이주일 동안...
아침 저녁 오밤중까지 애용한 피자가게... 아마 수입 좀 톡톡히 늘었을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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