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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손자에게 나의 뿌리알려주기

전설의 고향에 나올듯한 옛 절집.

아직도 생생한 기억의 편린 37.

그토록 마음에 들던 빨간 벽돌집을 포기하고 다시 집을 보러 다니자니 하루에도 몇 번씩 난희엄마의 집 앞을 지나다닐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골목 어귀에서 다시 마주친 난희엄마는 집은 잘 보고 다니느냐고 물으시며
당신이 괜찮은 집을 하나 소개해 주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좋은 곳을 소개해 주신다면 고맙겠다고 했더니 20여 m쯤에 있는 골목 끝을 가리키며
저 쪽 길을 가봤느냐고 물었는데 금호동에 이사 온 지
4년이지만 저 쪽 길은
오늘 처음 본다고 했더니 가서 보면 알겠지만 차 2대가 교행 할 수 있는 큰 골목길로 위쪽 100미터 지점엔
옥수국민학교가 있고
계속 골목이 이어져 뒷동네
강변도로까지 돌아 나오는 길이 있어 집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는 큰 골목이라며 바로 저 골목에
대지가 아주 넓은 집이 있는데 집은 아주 헐어서 보잘것없지만 금호동 4 가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넓은 대지를 가지고 있는 집이니 한번 생각해 보라고 하시더니 말 나온 김에
3집 건너 지척에 있는 집이니
겉모양이라도 한번 보고 가라며 나를 그 집 앞으로 안내했다.

골목에서 마주 보이는 3층집
바로 아랫집이라 풍수학적으로 거센 맞바람도 3층집이 막아줄것이고  당신이
이곳에서 20여 년 살아봐서 아는데 이 집이 옛날 절터라서 명당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던 집이라고..
많이 낡았지만 지금 여러 가구가 살고 있고 팔려고 내놓은 지 오래라서 좋은 값에 살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그렇게 좋은
명당자리라고 이름난 집이라면서 왜 몇 년 동안 팔리지 않는 거냐고 물었더니..

이곳이 옛날에 사찰이었는데
이 집 시어머니가 무당이어서 절집을 싸게 샀고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살면서 손주들도 남매가 태어났는데 20여 년 무당을 하다가
3년전 돌아가셨고
아들 내외가 집을 물려받았는데 멀쩡하던 며느리가
시어머니 혼이 실렸는지
남편을 아들 다루듯 호령해 대며 퇴근하고 오는 남편에게 이놈저놈 이름을 부르고 신 내린 무당처럼 행동해서 성년이 된 손주손녀 결혼길이 막히게 됐다면서 어떻게든 싸게라도 집을 팔고 떠나야 안주인인 엄마가
정상으로 돌아올 거 라며
집을 내놨는데 너무 큰집이라 팔리지 않고 값이 많이 떨어져 있으니 무당과 관련 없는 젊은 우리가 그 집을 사게 되면 神기운도 누르게 될 거라고 잘 생각해 보라고 했다.

겉에서 본 그 집은 꼭 전설의 고향에나 나옴직한 아귀가 들어맞지 않아 삐그덕 거릴게 분명한 자동차가 드나들 만큼 무지하게 커다란 2짝의 나무대문과  그 옆에 사람들이 드나드는 쪽문이 하나 있고
커다란 화장실이 쪽문옆에
그리고 길가 쪽은 만화가게가
들어서 있는 옛날갓적 흙집 이었다.

밖에서 보는 집은 엄청 컸지만
너무나 오랜 세월
비바람에 버티고 서있는 게
놀라울 정도여서 밖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내가 원하는 집이 아니었기에
무슨 말도 할 수 없어 남편과 상의해 보겠다고 했다.

당신 생각엔  꼭 우리가 산다면
방이 얼마나 많은지
지금 그 집에 만화가게를 포함
5 가구가 살고 있는데
우리 식구가 방을 4개 차지하고도 3 가구는 세를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돈 벌게 되면
그 집을 헐고 새로 건물을
세우게 되면 금호동에서도
몇 번째 안에 들어가는 집을 가지게 될 거란 말에
우리가 저 집을 산다 해도
언제 돈을 벌어
새 집을 짖겠나며
꿈같은 이야기라고 하자

사람팔자는 시간문제라고..

애기엄마네 남편이
지금 진맥 잘 하고 약 처방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앞으로는 환자가 늘어
돈을 지금보다 훨씬 더 잘
벌게 자명한데
몇 년 안에  새 건물을 올릴지
누가 알겠냐며
지금 새 집으로 이사한지
1년만에 다시 평지로 내려와서 집을 보러 다닌다면
그만큼 여유가 생긴것이고
조금씩 알뜰하게 살면서
저축하다 보면
당신이 생각할 때 ..
오래가지 않아 새집도
지을수 있게 될거라며
그 집을 사게 되면
횡재를 만날 것이고
당신 말을 들으면
그게 곧 횡제 하는 법이라고
자꾸만 나를 설득하는 거였다.

겉보기에 별 볼일 없는
집이었지만 설득에 설득을
당하다 보니 점점
그럴듯하다는 생각도 들고
이게 우리에게 주어진
바로 그 횡재수가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대지 30 여평의 빨간 벽돌집과
낡고 허름하지만 114평이라는 대지를 열심히 비교하며
우리가 열심히 돈을 벌어
10 후쯤 건평 30평짜리 집을 짓는다면 마당 넓어 아이들도 마음대로 뛰어 놀고 얼마나 좋을까?

상상의 청기와집을 하루에도
몇 번씩 짓고 허물며
남편과 나는 그토록
허름하지만 넓은 대지의
절집에 대한 생각에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