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7.26일
대우푸르지오로 이사한 지 어언 6년..
일 년이면 7~8개월을 아이들이 거주하는 미국땅을 오가다 보니
개인의 프리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아파트 주민들과는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나게 되는 주민도 눈인사 하나로 모든 걸 대신한다.
성당의 반상회가 한 달에 한번
주민센터에서 열리지만 1시간여의 반상회도 서로 건너다보며
통성명으로 끝나는 서먹함은 몇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관례가 되어
어느 때는 마주 보며 지나쳐도
어디서 본듯한데 누구더라?
곰곰 되짚어 생각할 때도 다반사였다.
사실은 목례를 건너기도 쑥스러울 땐 못 본 체 지나칠 때도 있었지만
밥 한 끼가 이렇게 큰 결속을 다지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옛말에 밥상머리에 정 난다..라는
옛 선인들의 선견지명이 놀라울 따름이다.
서로 건너다보면서도 데면데면하기만 했던 잘못된 행동으로 책 잡히기 싫어서 어렵고 조심스러웠던 성당 자매님들이라
가까이 범접하지 못했던 두껍고 단단한 테두리를 깨부수고
식사 한번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서로의 마음을 터 놓는 대화를 하다 보니 겉보기로만 사람들을 판단했던 내 어리석음은 지나친 편견이었음이 부끄럽다.
암막 커튼처럼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못하고 마음 저 깊은 곳에 꽁꽁 숨겨왔던 각자가 가진 어려움이나
말 못 할 슬픈 사연.. 참고 견뎌왔던 고충들을 주고받으며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로 격려하고 화답하고 공감하며 해답을 찾다 보니
어느 사이 우리는 성당자매가 아닌
십년지기 아니 백년지기
친 형제가 된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 오는 찰떡궁합을 능가하는
형님& 아우님으로 합체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내 젊은 시절 십 년 전만 해도
아무리 예쁜 미소를 지어도
되도록이면 공손히 응대하는 말 한마디에도
주위의 눈치를 보며 손가락질
당하지 않으려고 조심 또 조심
예의 바르게 행동하려고 애쓰건만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언제나 내 뒤통수를 향해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교만이라는 낱말로
따가운 총을 쏘아댔었지.
이제 나이가 들어
한번 만나고 두 번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낱말
형님이라는 다정한 형용사로
나를 불러주니 너무 고맙다.
팔순에 철든다..라는 격언이 있다면 그건 아마 나를 두고 하는 말일 거야
아직도 철딱서니 없는 나를 위해
함께 자리해 주는 천사의 마음을 가진 아우님들이 있어 난 참 행복하다.
어제 26일..
중남미 문화원 탐방을 위해
목발 짚는 아픈 다리로 선뜻 나서 운전봉사해 주신 김 마리아 아우님~
슬픔을 벗어버리고 행복하게
살 거라고 다짐하는 헤레나아우님~
나의 수호천사
우리들의 수호천사 봉사와 희생의 여왕 루시아 아우님~
작년 담낭수술에 이어
또다시 나의 보호자가 되어
수술동의에 서슴없이 싸인해 준 생명의 은인 세실리아 아우님~
이 모든 은인들을 예비해 두시고
어려울 때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이곳으로 나를 불러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리며
함께 해 주신 아우님들의 뜨거운 사랑과 위로에
진심을 다해 감사드리며..
아우님들의 가정 가정마다
하느님의 끊임없는 사랑과
놀라우신 은총과 축복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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