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 월 15일
60년 만의 꿈같은 만남..
해저리의 미자는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사슴 같은 눈망울에 참하고 이쁘던 해저리의 미자는
1963년 영주에 처음으로 생긴 타이프 학원에서 만났다.
집이 봉화의 해저리였고
공무원인 아버지의 장녀로 안동여고를 졸업하고 타이프를 배우러 등록해서 만나 절친으로 인연을 이어 온 미자는
예로부터 의성김 씨 집성촌 해저리 양반가문의 맏딸이었다..
행신범절이 나와 비슷해서인지
그 많은 수강생 중 특별시 친한 친구로 발전한 미자
미자가 은방울 굴리는 듯 아름다운 목소리로 금발의 제니를 부르면
바람에 금발 나부끼며 달려오는 제니의 환영이 흡사 손에 잡힐 듯
진한 감동을 주던 꾀꼬리 미자..
그 보고 싶고 그립던 미자와 어렵게 통화를 하고 보니
세상에.. 서울하늘 하고도 목동에
살고 있다니 어찌나 반가운지
처음으로 통화를 나눈 게 2022년
10 월 18일
출국을 앞두고 있어 만나지 못하고 시카고로 돌아가는 내게 지금까지 곱게곱게 보관하고 있었다며 보내준
60년 전의 추억이 깃든 사진 1장..
올해 귀국해서는 미자와의 만남을 1순위로 정하고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서로의 스케줄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고 뭔지 모르게
만남을 차일피일 미루는 듯한
느낌에 서운하기까지 했다.
이번이 마지막 전화다..라고 생각하며 통화가 이루어졌는데 의외로 반갑게 대하면서
장위동에 작은 단독주택이 하나 있어 농사를 짓는다며 주소를 알려주어
찾아간 것이 10 월 15일이었다.
미아사거리 전철역에서 만난 미자는 옛날의 그 곱고 예쁘던 얼굴만 기억하고 있던 나는 반갑게 손 흔드는 미자를 몰라볼 뻔했다.
하긴 나도 백발 파파할머니인데 미자인들 옛 모습 그대로일 리가 없지
반가움에 남들이 보건 말건 한참을 부둥켜안고 있다가 택시를 잡아타고 장위동 집으로 향했다.
신작로에서 차를 내려
골목길을 돌아 오르막 길섶에
저기 저 집이 우리 집이야~~
손으로 가리키는 그곳엔
온통 구절초 꽃으로 만발한
옥상이며 건물벽을 울타리처럼 꽃으로 두루 휘감은 2층집이..
마치도 영화에 나오는 꽃 대궐처럼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 같은
모양으로 반겨주었다..
담장을 둘러선 화분들에 심어놓은
장정의 키를 넘을 듯 늠름하게 자란 토란들이 위풍당당 보란 듯이
너울대고 있었다.
목동에서 장위동까지 매일같이
출근을 하며 꽃들을 보살핀다는 미자
물을 많이 먹는 토란 때문에 한여름
폭염에도 하루도 쉬지 못하고 다녔다는 장위동집의 서정시 같은 아름다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60년 만에 반가운 친구가 왔다며
옥상 밭에 기른 유기농 채소들로 저녁상을 차린 미자.
가지며 호박이며 오이에다
호박잎 쌈까지..
저녁을 먹으면서 노트 한 권을 내민다
손님 초대요리 메뉴가 적힌 노트는
나를 위해 준비하고 있었노라고..
집수리 중 이어서 하루빨리 완성하고 나를 초대하려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이러다가 올해도 친구를 못 만나고 떠나보낼 것 같은 예감에 어수선한 집이지만 눈 딱 감고 불렀다며 우리 사이에 그게 무슨 흠이 된다고 60년 만의 만남인데
얼굴 보는 것만도 감사한 것이지..
60년 전 추억을 되짚어가며
저녁상 머리 앞에서
밤늦게 까지 수다를 떨며
우리는 지금처럼
남의 도움 없이 온전히 내 힘으로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친구들과 오손도손
정담 나누며 건강하게 사는 것이
축복받는 삶이라며
요즘세대들의 소망인
9988 341 하자고 웃으며
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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