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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우아하게

해저리 미자의 방문

2023년 10월 26일.

출국이 사흘 앞으로..
미국에서 찾기 쉽지 않은 대중목욕탕
거리도 멀거니와 가격 또한 만만치 않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사우나탕이 시카고 나일스
H마켓옆에 자리하고 있지만
사우나탕 데려다 달란 말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출국 전  대중탕 가는 것이 마지막 남은 숙제였건만..

내가 금호동을 떠나있는 동안 3개의 대중 사우나탕이 코로나로 인해 영업부진으로 폐업을 하고 대중탕을 찾기가 힘들었다.

대우 아파트의 상가 지하에 있던 사우나탕도 이번에 외서 보니
실내 테니스장으로 변신
어린이서부터 중년의 남녀들 까지 회원들이 어찌나 많은지 성업 중에 있고
대도빌딩 4층의 혜성사우나탕이
문을 닫은 그 자리엔 대형
병의원들이 자리하고 있어 금호동 사람들이 받는 의료서비스의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다행스럽다.

전철역 앞 서중탕은 원룸으로 개조되고 있다기에 물어물어 사거리의 홍보석 사우나를 찾았다.
금호동에 54년 살면서 사거리 지하빌딩에 이렇게 큰 목욕탕이 있는 줄 처음 알게 된 날이다.

두 시간에 걸쳐 목욕을 마치고 나오니 반가운 미자의 전화..
가을걷이 토란을 해결하고 시간이 남아 2시쯤 우리 집을 찾아온다는 반가운 전화였다.

외식을 싫어하고 순 토종음식을 고집하는 미자에게 어떤 음식을 대접할까 걱정되어 상추와 제육볶음용 고기를 구입하고 전철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봉화 해저리까지 가서 짜 온  진짜베기 참기름과 들기름을 들고
나를 찾아 준 미자~
이른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냉장고 털기를 시작했다.
미자 주려고 남겨놓았던 청국장과 속성된장 맛을 보더니 된장도
넉넉히 한통 담아내란다.

생전 먹어보지 못한 타코를 먹어보더니 타코란 말만 들었지 미자에게는 혐오식품이나 다름없는 멕시칸 음식 타코가 이런 맛인 줄 몰랐다며 남은 음식은 무조건 자기가 다 싸가지고 가겠단다.

살사에다 사워크림과 트리플 치즈 토르티야까지 마구마구 욕심을 내는
요리사 자격증에 폐백음식 이바지음식 도사인 미자가
내가 만든 육포까지 깡그리 싸 가지고 가겠다니 웃읍기도하고 기쁘기도 하고 이마트 가방 2개 가득 냉장고를 싹 비워가는 미자가 왜 그리 귀엽던지
덕분에 냉장고가 깨끗이 비워져서 내 일손을 덜어주니 다행스러웠다.

60년 만에 만나도 서먹함이 없고 늘 곁에 있어왔던 것처럼
다정다감한 친구가
노후 여유롭게 두 집을 거느리며  
꽃과 식물을 기르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에 60년대 가난했던 우리들의 삶을 반추하며 지금의 여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이 감사하다.

2024년 다시 만나는 날까지 건강하게 행복하게 평화롭게..
우리들의 노년의 삶이
진정한 축복과 은총의 삶이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