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4일
옛말 그른 게 없다더니만...
하이구 세상에...
우리 유나 진짜 사람 골 때리네
오늘 윤상이 아줌마랑 콜라텍인지 뭐시깽인지 가서 볼륨 댄스를 배우지 않았겠니?
하긴 나는 30년 전에 제희엄마 팀이랑 아버지 허락아래
우리 옛날집 거실에서
성우회 유치원 친목모임 엄마들과 함께 볼룸댄스를 합동으로
배운 후 내 평생 처음으로 그저께 콜라텍이라는 데를 갔지 않았겠냐?
동산학교 동창생 엄마들과 점심 먹고 내가 콜라택이 어떤곳인지 구경한번 시켜달라고 하도 간청하니까 맛보기로 구경시켜 준 곳인데 얼마나 웃긴가 하면 입장료가 500원 완전 껌값이더구먼...
가방이랑 옷 맡기는 비용이 500원 지하인데 내가 상상했던 그런 이상한 곳이 아니고 실내는 한 60평쯤 되는 곳인데 아주 고급스러운 마루 바닥이 깔려 있었고
천정에는 빨강 파랑의 전기불이 정신 사납게 깜박거리는데 사람이라곤 한 스무 명쯤 되나?
전혀...
생각보단 깨끗하고 또 그런 곳이면 으레 제비인가 뭔가가 있다고 들었는데...
하긴 제비라고 써 붙이고 다닐 인간들은 없겠지만 비둘기 같이 생긴 아저씨들은 여럿 있더구먼
그래 어찌어찌 윤상이 아줌마는 가자말자 파트너를 만나 춤을 추는데..세상에 내가 평소에 아는 윤상이 엄마가 아니라 춤 귀신 날라리 아줌마 인 거야
아 진짜 신경질 나데
내가 아무리 춤을 못 배웠다 쳐도 그렇지
자리 나 지키고 앉아 있어서야 어디 채면이 서겠나?
명수 엄마가 예전부터 다니던 곳이라며 썩 괜찮은 아저씨 하나를 섭외해서 완전 생짜배기 왕초보라고 나를 좀 잘 가리켜 보라고 했겠다..
이 아저씨가 두 시간 동안 어찌나 땀을 뻘뻘 흘리며 가리켰는지 뭐 발에다 스피드 스케이트 신겨준 것 같이 참 빨리도 배웠다 아니냐? 지르박에 부르스에 탱고까지 하루에 완전 마스타 하고 왔다..ㅎㅎ
오늘 다시 가서 복습을 해야 지
아니 한 달 동안 배우는데 거금 30만 원이랜다
내가 지금 스트레스에 쌓여 골머리 빠개질 판에 어찌 집구석에 쳐 박혀 있을쏘냐
은행에서 쌔빠로 찾아낸 돈 들고 다시 찾아갔다
2시에 아줌마랑 만나서 춤 선생한테 협박했다
남편이랑 아들이 ..
어떤사람이 나에게 춤을 가리키는지 보러 올 것이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허튼짓했다가는 바로 저승길이다
그리고 나는 성당 다니는 사람이라 이상한 작업 걸면 꾹 물도 없을 줄 알아라 했더니만..
그 아저씨 자기도 성당 다닌다고 본명이 리오보 이고 부인은 아가다라고 하면서 절대적으로 잘 가르쳐 주고 누가 제비인지 다 알려 준다고 5명의 블랙리스트까지 알려주더라고..
어쨌건 어찌나 열심히 가르쳐 주는지 윤상이 엄마가 탄복을 하고
자기가 배울 때는 딱 50 분하고는 스톱인데 이 아저씨 3시간 동안 땀을 뻘뻘 흘리고 아마 오늘 집에 가서 알아 누웠지 싶다
하기사 나도 하도 뺑뺑이를 많이 돌아서 집에 오는데 발걸음이 다 비틀 거리더라고
내가 아직 사교춤에 관해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상체가 뒤로 많이 넘어가서 폼이 웃긴다고...
어떻게든지 밀착하지 않으려고 나도 몰래 그런가 봐
뭐 어쨌든 내가 누구냐?
사교춤 일 년에 수도 없이 무도장 들락거린 윤상이 엄마가 샘을 내도록 잘하고 왔다
그런데 모처럼 아줌마랑 우리 집에 같이 왔는데 저녁을 먹고 밤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집에 가봐야 혼자니까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 일찍 가라고 안방에서 둘이 자려는데 1시가 다 되도록 아이들이 안 자고 있어서 거실로 나오니
유나왈
아줌마는 벌써 네 번째 신세를 지고 있네 저번에는 세 번째 신세를 졌는데...
왜 자꾸 우리 집에서 신세를 지는 거야? 하는 거 아니겠니?
세상에나... 이거 누가 시킨 말 같지 않냐?
윤상이 아줌마 지금 코를 골고 세상몰라라 자고 있으니 그렇지 누가 우리 식구들이 교육시킨 것 보담 더 한것같지않냐?
그러더니만 또 하는 말이
남의 집에 이렇게 오래 있으면 얼마나 실례되는데
아줌마는 왜 자꾸 실례를 하고 있지?
야... 진짜 놀랠 노자 아니냐?
어찌 어린애가 이런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다니 원참나.
내가 이런 똑똑한 손녀딸 자랑 안 하면 누굴 자랑하겠냐
우리 유나
내가 집에 5시에 들어왔는데 그때 옷차림이 블라우스에 삼각팬티 거기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거실에서 신 나게 뺑뺑이 돌고 있었거든
아마 밤 열두 시까지 인라인 타고 있었지 싶다
그런데 조금전엔 러닝셔츠 차림이라 역도선수 같은 팔뚝을 들어내 놓고 또 빽바지를 갈아입었네?
이제 좀 조용한 거 보니까 자러 들어갔는 갚다
세상에 어째 이런 애들이 다 있겠니?
나도 까딱 잘못하다간 손녀딸한테 망신당하기 일보전이다
하... 8년 전에 태어난 유나가 이럴진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이 기막힌 세상에.
내년이나 후년에 태어날 우리 어린아이들 진짜 얼마나 더 영악한 게 나올지 참말로 무섭데이
얘들아...
니들도 어디 가서 함부로 행동하다 실례하지 말고 남의 신세 지지 말고 조심하그라
햇새가 무섭다는 말 진짜 절절하게 절감한다..
8살짜리였던 우리 손녀딸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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