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13일 화요일.
2003년 12월 22일 귀국 후.. 나는 오랫동안 몸살을 앓아왔다.
시카고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편이 겨울방학 때라서 만석 인 데다가 귀국전날 엄마를 만난 다는 설렘으로 뜬눈으로 날밤을 새운 유나가 집에서 출발하는 시간인 오전 8시 자동차에다 귀국 짐보따리를 싣고 있는 도중에
소파에 기대어 깜빡 잠이 들어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오헤아 공항에서 수속할 때부터 정신을 못 차리고
나중에는 눈을 뜨고 질질 끌려다니면서 까지 자는 사태에 까지 도달하게 돼버린 것이다.
검색대를 지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12번 게이트까지
10여 분간 걸어가는 동안은 물론이고 탑승을 기다릴 때부터 거의 혼수상태의 지경에 까지 간 건 또 둘째 문제였다..
제일 큰 문제 중의 하나가 탑승 후 네 명이 같이 앉게 된 좌석의 바로 옆자리에 중국인 아가씨가 앉게 된 것이다.
예쁘장하게 생긴 것과는 딴판으로 얼마나 신경이 예민한지
잠든 유나가 조금이라도 움직이거나 자면서 무의식 중에 기지개라도 켜서 조금이라도 자기 좌석 쪽을 침범하게 되면 노골적으로 아주 불편한 기색을 하기 때문에 마음속으론 조금 야속했지만
어쩌랴 말도 안 통하니 양해를 구 할 방법도 없고 그렇다고 외국인에게 나쁜 인상을 줄 수는 더더욱 없고….
나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22kg의 손녀딸을 무려 일곱 시간 동안을 품에 안고 올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한술 더보태 손녀딸이 잠결에 한강수로 오줌을 싸는 바람에 말이 일곱 시간이었지
만약에 인천 공항까지 안고 왔으면 어쩔 뻔했을까?
덕분에 나는 귀국해서도 오랫동안 척추뼈가 어긋난 것처럼
앉고 서는 것은 물론이고
팔이 저리고 아파서 걸레질은 고사하고 세수도 못할 지경이되었다
그렇다고 그냥 쉴 수도 없는 것이 김장도 해야 하고 메주도 쒀야 하고 또 거기다가 엎친데 겹친 격으로 강남 ymca어머니들의 청국장과 무말랭이무침 주문이 얼마나 많이 들어왔는지
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22일 밤 귀국한 나는 23일 새벽같이 아픈 몸을 마사지라도 하면 좀 나을까 하고
오랜만에 목욕탕에 간 것이 친절한 때밀이 아줌마의 지극한 마사지 덕분에 온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고 말았다..
그리고 12월 24일 김장배추 20 포기와 무 20개로 혼자서 김장을 다 끝내고
메주도 두말 쑤어 찧어가지고 볏짚으로 달아메 놓고
거기다가 또 두말의 청국장을 끓여 띄우는 한편 거의 50킬로에 달하는 무 말랭이무침을 시각 했는데 그게 또 문제였다..
입맛 까다로운 주부들의 부탁이라 더 잘한다고 녹차잎을 첨가한 것이 문제였다..
고춧잎만 할 때도 억센 줄거리 골라내느라 몇 시간씩 고생했었는데….
하이고 세상에나~~~~~
역시 나무와 풀은 다르다는 걸 뒤늦게서야 깨닫게 되었다는...
이 눔의 녹차가 아무리 어린잎이라 해도 물에 담가보니
3/2는 줄기가 아닌가베?
그걸 골라내느라 눈이 빠지게 고생하고
하루종일 쭈그리고 앉아서 고생을 했더니만 진짜로 옴짝달싹을 못할 지경이되어 버렸다.
그거 누가 시켜서 하는 거냐고 모두들 말하지만
내가 만든 음식 맛있다고 아우성치는 아줌마들이 너무 고마워서
그리고 음식 만들기가 취미인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그 누가 말릴 자 있으랴?
거기다 석 달간 제멋대로 자란 머리가 얼마나 뒤숭숭하고 산란스러운지….
크리스마스 날에 성당에 미사도 참례해야 할 터
겸사겸사 큰맘 먹고 파마를 하려고 찾아간 단골 미용실에서
앉고 설 때마다 아구구 소리를 내는 내게 자초지종을 듣고서
원장님이 기가 막히게 안마를 잘한다는 아줌마를 소개해 주는 것이었다..
옛날 우리가 처음으로 금호동으로 이사 와서 살던
전철역부근의 목욕탕이었는데
거기 있는 아줌마에게 한 번만 마사지를 받아보면
진짜 몸이 개운해질 거 라며 극구 추천을 하기에
몸이 너무 견딜 수 없게 아프던 나는 일삼아 시간을 내어
문제의 그 목욕탕을 찾아간 게 화근이었다..
거기다가 또 공교롭게도 13일의 火? 요일이었네?
아주 오래전에 지어서 시설은 보잘것없지만
나는 미용실 원장님의 이야기대로 온몸이 노골 노골해지도록
끝내주게 주물러 준다는 말만 믿고 털썩 가버리고 말았다네?
이러이러하고 저러 저러해서 소개를 받고 왔노라고 이야기를 하고 아줌마가 정해주는 순서까지 기다려 가며 거금 40000원짜리 안마를 받기 위해
침대에 눕는 순간 나는 눈앞이 캄캄해짐을 느끼고 말았다
우선 안마는 고사하고 펄펄 끓는 타월로 몸을 척 감는데 나는 이미 반은 기절하고 말았다..
세상에나..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그런 뜨거운 변을 보기는
내 머리에 털 나고는 처음이었다..
어마~ 뜨거워라~~~~~~~~~~~악~!!!
아무리 아무리 외치고 발버둥을 쳐봐도 이 아줌마는 들은 체 만 체 완전 쇠귀에 경 읽기였다..
뜨거운 타월을 벗겨주기는 커녕…….
그것도 덮기만 해도 뜨거워 죽을 판에 아주 요 이부자리가 따로 없다
깔았지? 거기다가 덮어씌웠지? 아주 미라가 따로 없이
펄펄 끓는 물에 적신 타월로 온몸을 붕대 감듯 하는데
뜨겁다고 온 목욕탕이 떠나가라 소리치며 발버둥을 쳐봐도
엄살떨지 말라고 일갈하면서 덮어놓고 성큼 침대 위로 올라서더니만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사정없이 밟아대는데...
아니 밟아대는 정도가 아니라 이건 마치 줄넘기를 하는 건지
아니면 뜀뛰기를 하는 건지 분간이 안될 정도였다..
아마도 비교한다면 흡사선무당이 몽둥이 춤추듯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아주 신명 나게 밟아대는데
나는 그때야 깨달았다 안수기도하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에구 지금 생각해도 안 죽고 살아난 게 다행이지…
거기다가 더 웃기는 건 나중에는 너무 아픈 나머지 신음소리조차 이상하게도
홍홍홍홍 하는 게 내 의사와는 얼토당토않는
이건 우는 게 아니라 웃는 소리가 나지를 않나 참
이에 … 신명 오른 아줌마 왈 거 봐요..
너무 시원하니까 처음엔 아프다고 소리 질러 대더니
지금은 시원하니 콧노래가 절로 나오죠? 하는 거였다..
나 원 참! 기가 막혀서 사람 죽는 줄 모르고 팥죽 들어오는 것만 센 다 더니만…..
아줌마 제발 그만하세요.. 그러다 근육파열 되겠어요..
밑에 깔린 나는 애원 애원 했건만 때밀이 십 년 만에 그런 사고는 한 번도 친적이 없으니 가만히 엎디고나 있으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탕탕 쳐대는 게 아닌가?
손님이 왕이라고 그 누가 그랬던가?
이 아줌마는 단연 왕 중 왕이며 네로 보담 더한 폭군이었고
나는 불쌍하게도 포박을 당해 죽음을 목전에 둔 죄수와 다름이 없는 형국이었다
거기다 번갈아 가며 뜨거운 물수건으로 고문을 해대면서
자기는 한번 시작을 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그만두라고 한다고 중간에 그만둔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마구마구 고개를 내젓고는
마치 죽기 아니면 살기로 결판낼 레슬링 선수처럼 달려 들어서
꼬집기 비틀기 잡아 뜯기 주먹으로 치기 팔뚝으로 밀어 제치기
발로 차기 양 날개 뒤로 꺾기 목조르기 발로 머리 밟아 누르고 양팔을 만세 불러 잡이 뽑기
종아리 알통 쑤셔대기 등등등..
거의 반 기절 상태에 빠진 내게 각가지 신기술을 시험해 보려는 작정이 아니고는 그럴 수 없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옛날 일본 헌병들의 고문이
제아무리 심하고 고통스럽기로서니 이보다 더할쏜가?
내가 목욕탕 나무침대에 넓러 져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온 것 만도 천 번 만 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남은 아파서 죽겠다고 비명을 질러대건만 욕탕 안에 있던 할머니들은 나를 보고
목간통 와서 애 낳는 사람처럼 소리 질러 댄다고 킥킥대며 놀려대질 않나?
아줌마 제발! 제발! 하고 애원하는 내게
고마 됐네요 두말하면 잔소리지 하며 뒷소리는 들을 필요도 없다고 하더니만…..
그 무시 무시한 공포의 물수건으로 얼굴까지 덮어 씌우고는
피곤에 지쳐 얼굴까지 부석 부석한 내게 얼굴이 작아져 보이게
특수한 마사지를 한다고 통고하더니만 그 무지막지한 손으로
이 리 치고 저리 치고 올려치다 내려치다 온갖 행패를? 다 부리더니만
이번에는 진짜 마지막 이라며 손가락 발가락 마디마디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휙휙 잡아 뽑는데…
그게 또 전자총 맞은 것처럼 찌릿찌릿 헤고 ……
어찌 됐던 한 군데도 그냥 지나치는 게 없는 것이
이제는 발악하다 지쳐 날 잡아 잡수하고 디밀고 있으려니
무서운 생각이 자꾸만 나는 것이었다..
이러다가 만약? 밑에 깔린 나만 죽는 게 아니고
저 아줌마 죽기 살기로 매달려 애쓰다가 만에 하나 과로사로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당신 주물러주다 사고 났으니 손해배상 물어내라고
목욕탕 주인이랑 아줌마 남편이란 사람이 나타나서 야단을 한다면???
이기 무슨 망신이며 신문에 날일 아닌가 봐????
생각 같아서는 어떻게 아줌마 맘대로 제발 그만두라는 사람을
이렇게 가지고 놀 수 있냐고 싸움이라도 하고 싶었건만….
언니! 언니 진짜 잘 참네요..
이제 다 끝났으니 고급 쌍화탕 몇 병 사가지고 집에 가서 한 며칠 푹 들어 누워 앓아버리셔 잉?
내가 소개로 왔다니까 진짜로 힘든 줄 모르고 주물러 드렸구먼 하는 소리에……
에구 두 번만 잘했다간 사람 죽겠다고 웃고 말았다..
나는 전신을 아줌마한테 실컷 두들겨 맞고는
후둘 후둘 떨며 아줌마한테 으름장을 놓았다..
아줌마 만약 누가 아줌마 잡으로 오면 우리 남편인 줄 아세요.
아줌마가 나한테 한 짓을 알면 아마 우리 남편 화나서 경찰에 고발할지도 몰라요
아줌마가 나 고문한 거 생각하면 내가 돈을 받아가야 하지만 여기 수고비 조금 더 넣었어요…
고마워요 언니 시원할 거야……
겨우 겨우 옷을 걸치고 거북이걸음으로 문을 나서는
내 뒤통수에 대고 아줌마는 소리쳤다..
언니 일주일 있다가 또와야 되여 등 뭉친 것하고 종아리 알백인 거 마저 풀어야 하니께….
이리하여 ….. 집에 돌아온 나는
온몸이 참을 수 없이 화끈거려 며느리에게 살펴보랬더니..
세상에나 양 어깨에 직경 10센티가량의 찰과상을 입은 것 말고도 온몸이 완전 총 천연색으로 물 들은 게 아닌가?
나는 사람의 몸이 이렇게 오색이 찬란하게 물이 들 수도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연보라에서 꽃자주색까지 연한노란색에서 검은 감색에 까지
온몸은 한 군데도 성 한 곳이 없었다..
저녁식사 후 쓰러져 들어 누운 내 몰골을 들여다본 남편은
한심 하다는 듯 한마디를 던졌다..
바로 당신 같은 여자를 보고 옛말에 혹 때려 갔다가 혹 부치고 왔다고 하는 거야
이 미련둥이 마누라야 하고……
맞아 당신 말이 맞아요.
진짜 나 오늘 혹 떼러 갔다가 혹 부치고 왔나 봐…. 하는 말이 미쳐 끝나기도 전에
벼락방망이 손녀딸 유나가 총알같이 달려든다
어디? 어디? 어디???
할머니 혹 어디다 붙어놨어???
나도 빨리 보여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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