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4.4일
왕따의 추억...
어린시절 그 무섭던 월자는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모이를 먹으러 오는 새 들을 보노라면
모이통을 독식하며 다른 새를 왕따를 시키는 새
왕따를 당해 주변을 맴도는 불쌍한 새 를 보니
불현듯 어릴적 추억이 떠 오른다..
6.25. 사변 후
이웃의 친구들은 모두가 학교에 들어갔고
나만 빠져 있었다..
나는 왜 학교에 못가냐고 한달을 나딩굴고 울고불고 했지만
한달늦게 국민학교에 입학할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44년 출생 입학인데 45년 하고도 11월 출생인 내게
읍사무소 직원이 어린 나의 생떼를 감당하지 못해
할수헐수 없이 서류를 떼어준게 아닐까?
학교라고 가서보니 맨바닥에 가마니떼기를 깔고앉아
수업을 들었는데 같은반엔 머리를 땋아
엉덩이까지 늘인 처자들도 대여섯명이 있었다.
ㄱ.ㄴ.ㄷ.도 못 떼고
1+2도 못 깨치고
다른 친구들보다 한달이나 늦게 들어간 내게
모든게 생소하고 따라가기 어렵고 힘겨웠기에
그토록 오매불망 하던 학교는
공포의 도가니가 된 셈이다.
공책도 연필도 여벌이 없던 그 가난하던 시절
엄마나 아버지가 하나도 도와주지 못했어도 중간은
따라간것 같다.
노래도 잘하고 무용도 잘하고 예쁘고 귀여웠던지
한 학년에서 3명뽑는 학예회에도 뽑히고..
하지만 거꾸로 외우는 구구단을 못외워 학교에
남아 있어야 하는 시기도 있었다..
그늠의 산수...
너무 어려서 이해가 안되서 였던지
항상 내 머릿 속에 분수는
2/1 보다 12/1이 크다고..
지금 같으면 사과 한개를 잘라 보여 주었으면
분수의 개념을 금방 이해할수 있었겠지만
그 시절 39노산으로 나를 낳은 나의 엄마는 무학이셨음에
나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셨다..
1학년이 지나 2학년이 지나
3학년이 되어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시간이면 어느날
부터 나를 포함 왕따되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변으로 인해 적령기를 넘긴 떠꺼머리 처자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나이 어린 몇몇은 줄넘기에서도
오자미 놀이 에서도 술래잡기 에서도 제외되고
슬픈 구경꾼으로 전락...
그 가운데에는 언제나 월자..
김월자가 존재하고 있었다. .
그후부터 어찌해야 월자한테 잘 보여
왕따를 면할수 있을까? 고민 고민. 잠을 못잤다.
그러나 알고보니 거기에도 해답이 있었으니
가난했던 월자네 삭월세 방에
군불짚힐 솔방울 따는데 같이 가자면서 자루 하나씩
안겨주면 월자 뒤꽁무니 따라 다니며
하루 왼종일 소나무 밑에서 솔방울을 주워줘야 했고.
때로는 모듬밥 해 먹자며 밀가루나 쌀을 한 봉지씩
가져오라고 명령하면 엄마몰래 쌀을 퍼낸적도 있었지..
왕따라는 개념도 없었던 그 어린시절
술래잡기에서 제외되고 모듬밥에서 제외되는게
그렇게도 큰 불안이고 슬픔이었던 모양이다.
국민학교 6년동안 큰 덩치와 말빨로
반장을 도맡았던 월자..
40대 중반 우연히 명동거리에서 지나가는 아줌니가
월자를 닮은것 같아 팔을 잡고 물어봤다
혹시 영주가 고향 아니냐고?
중부학교 김월자 아니냐고?
세상에...김월자가 맞단다 ..
누군데 자기를 기억하고 알아보냐고
내 이름을 대자 화들짝 놀란 월.자.
니가 그 비리비리 하던 장정하냐고? ㅎㅎㅎ.
떠꺼머리 처자도 아닌 월자
비리비리 풋내 나던 마른버짐 투성이 코흘리게도
아닌 중년의 대등한 만남..
다시 만나자며 연락처를 받아 초등학교 모임에 함께 했는데
남편이 건축업을 한다고 하며 좌중을 좌지우지
휘어잡으려고 했지만 옛날처럼 우리가 휘어잡히지 않으니
두번인가 나오고는 소식을 끊은 월자.
새들의 왕따 현상을 보며
갑자기 그 월자 안부가 궁금해진다.
우리보다 열살은 더 많았던 월자 그러고 보니
구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겠네
부리부리한 큰 눈을 아래위로 굴리며 콧방귀를 킁킁대며
좌중을 아우르던 월자의 상주사투리에 오금을 못펴던
아홉살 철부지 내 어린시절 솔방울 주워 진상하던
그때 그 모습을 상상하니 그것도 추억인지
올해 88살은 되었을 월자가
불현듯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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