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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복되십니다.향기로운선한목자

2020.4.26일 엠마오의 제자들.

천주교 문래동성당
조용국 프란치스코
신부님의 오늘 강론 말씀

200426 부활 제 3주일 엠마오의 제자들

찬미예수님 

1.사순절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부터 공적인 미사가 금지되었지만 성주간, 부활대축일에는
미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코로나19가 전세계 유행병이 되면서 그마저도 불가능했습니다.

2.현재 전세계 확진자는 270만명을, 사망자는 19만명이 넘어서고 있습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유행병입니다. 인공지능을 만들고, 원자폭탄을 만들고,
온갖 세포조작을 통해서 인간의 생명권에 도전을 하는 인간이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향해, 전 인류를 향해 그 모든 것을 근본에서부터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보다 무서운 적이 또 있을까요?
이처럼 인간에게 근본적인 두려움과 공포를 야기시키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던가요?
그 옛날의 전염병은 다만 그 지역만의 문제였지만 이제는 온 인류의 문제, 공포, 두려움이 되고 있습니다.

3.코로나19는 무서운 전염력을 통해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가차없이 파괴해버렸고,
전세계를 공포와 두려움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이 공포와 두려움앞에서 인간의 문제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과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인간의 지성으로 이루어진 과학문명, 물질문명이 과연 절대적인가?
``우리가 암묵적으로 생각해온 돈과 권력과 명예가 과연 진정한 인간의 가치이고, 목적인가?
`` 이 자본주의 세계질서가 인간을 위한 적정한 경제질서인가?
``이 혼란한 가치관의 상실시대에 기성종교들은 과연 하느님의 뜻안에서 올바른 예언자적인 빛과 소금이 되고 있는가?
``과연 나는 가정안에서 무엇이고, 나의 인생에 무엇이 가장 소중한 것인가?
``모든 관계가 중단되는 상황에서 과연 홀로 있다는 것의 가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이고, 하느님은 누구이신가?

4.인간은 하느님이 주신 너무나 귀한 선물인 지성으로 올바른 삶의 길을 찾기 보다는
끊임없이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을 파괴하는 너무나 무서운 바벨탑들을 쌓아 올리고 있습니다.
인간 본연의 자세를 벗어나 심지어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권역에까지 침범을 하고 있습니다.

5.코로나 19, 그것은 너무나 끔찍하고, 두려운 것이지만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인간 본연의 모습을 되찾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라면 과연 과장된 생각이겠습니까?

6.사실 이 세상은 코로나로 인해 전세계 각지역의 분쟁들이 멈춰버렸고, 이 세상을 이끌어가던
서구사회의 민낯을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들의 허구와 위선의 탈을 과감하게 벗겨내고 있습니다.

7.오늘 우리는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부활하신 예수님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엠마오까지는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 환산을 해보면 약 11키로의 거리에 있는 마을인데 
그 정확한 위치는 오늘날에도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본에는
백육십 스타디온이라고 하는데 환산하면 약30키로입니다.

8.두제자는 예수님의 직접적인 열두제자는 아니었지만 예수님의 뜻에 자신의 삶을 걸 것을 결심한 사람들이었고,
아마도 엠마오에 살던 사람들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들은 그동안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일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들도 명절을 지내기 위해 예루살렘에 있었고, 그 예루살렘에서 벌어진 나자렛 사람 예수님에 대한 일을
지켜보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9.그 두제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마도 어이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들었고, 예수님의 온갖 치유를 지켜봤으며, 특별히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을 통해 함께 계시는 야훼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마음깊이 체험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이 어두운 세상속에 밝게 빛나는 빛을 보았고,유대교의 율법을 넘어서는 하느님의 사랑을 보았고, 마음속에 잔잔히 일어나는 새로운 기쁨을 느꼈을 것이고, 새로운 하느님 나라의 시대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을 것입니다. 정말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으로 가슴이 벅차 올랐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곧 힘이었고, 현실이었으며, 기쁨이었고, 삶의 새로운 질서와 방향이었고,
마음속의 꿈이 이루어지는 너무나 벅찬 희망의 충족감이었을 것입니다.

10.그런데 그 모든 꿈과 희망과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맙니다. 너무나 어이없게도 죽은 사람까지 일으켜 세우시던 그분께서 단 하루만에 체포되시고, 온갖 고문을 다 받으시고, 급기야는 수치스러운 죄인의 상징인 십자가에 달리시고, 마침내는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너무나 어이없이, 너무나 당황스럽게 이 모든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11.제자들은 말할 것도 없었고,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이 마음속에 새겨져 있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이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일은 충격이었고, 좌절이었고, 혼란스러움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의식할 사이도 없이 어둠과 악의 세력이 사람들의 마음을 초토화시켰고, 사람들의 마음은 황폐화되었으며, 온 세상이 어둡기만 하였습니다. 그야말로 혼란스러운 절망감만이 마음속에 가득하였습니다.

12.예수님을 따르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일은 혼란 그자체였습니다. 예수님이라는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도대체가 마음을 추스릴수가 없었고, 그 마음들속에는 마치 절벽에 서있는 듯 횡한 어둠의 바람이 불뿐이었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던 사람들은 차츰 자기 고향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즉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태까지 살던 대로 살겠다는 이미 포기된 마음의 길을 걷게 됩니다.
13. 이 어둠가득한 절망과 자포자기와 두려움과 혼돈의 마음속에 예수님께서 함께 길을 걸어가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어두운 마음들을 야단치지 않으십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인정을 해주십니다. 그리고는 차근차근, 조곤조곤 성경전체에 나와있는 당신에 대한 기록들을 설명해주십니다.

14.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동안 그들의 마음속에 있던 어둠이 걷히고, 빛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순간 이 모든 사건들의 숨어있는 의미가 그들 마음속에 깨달음으로 다가옵니다. 어두운 마음속에서 빛이 들어오고, 그 빛으로 모든 사건의 윤곽과 의미을 깨달은 그들의 마음속에 기쁨과 희망, 희열이 끓어 오르기 시작합니다. 성령께서 함께 하시는 그들의 마음은 뜨거워지기 시작합니다.

15.말씀을 들으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걸어가는데 그들이 가고자 했던 마을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해가 기울기 시작합니다. 가슴속에 뭔지 모를 희열이 가득차서 그들은 예수님을 초대합니다.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16.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십니다.
그 순간 그 두제자는 갑자기 온 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그 모습은 그들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던 예수님의 사랑의 모습이셨습니다. 그 언젠가 수많은 배고픈 군중을 먹이실때의 모습이셨고, 특히 제자들을 통해 들은 최후의 만찬때의 모습이셨습니다. 그 모습은 제자들을 극진히, 끔찍이, 모든 힘을 다해 사랑하시던 예수님의 모습이셨습니다. 갑자기 두제자는 인간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신적인 영원의 시간으로 끌려들어갑니다. 그 영원의 순간에서 그들은 갑자기 눈이 열려 살아있는 진실을 보고, 깨닫게 됩니다. 주님! 하고 그들은 외마디의 비명을 지릅니다.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가슴은 먹먹하고, 두발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초월적인 신비의 느낌이었습니다. 그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한 그들은 이 세상에서는 결코 체험할 수 없는 영적인 기쁨과 희열속에 잠시나마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니다.

17.말씀으로 하느님의 힘이 내려오시어 마음이 뜨거워진 그들은 예수님 사랑의 결정체인 성체라는
영적인 식사를 통해 부활하신 예수님의 현실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18.그들은 즉시 삶의 방향을 바꿉니다. 고향으로 향하던 그들의 발길을 돌려
다시 예루살렘으로 이미 왔던 길을 돌아갑니다.
아마 밤을 새워 달려갔을 것입니다. 그들은 더 이상 밤이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절망은 희망으로 바뀌었고,
그들의 혼란은 새로운 빛으로 새 방향을 잡았고,
그들의 실망은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들의 마음은 기쁨과 설레임으로 뛰고 있었습니다.

19.부활하신 주님을 만난다는 것은 우리의 모든 존재를 변화시켜줍니다.

20.코로나19로 어렵고, 힘든 세상이지만 이 절망과 어둠, 상실감, 좌절감속에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말씀으로, 성체로 우리와 함께 계시는 것입니다.

“주 예수님, 저희에게 성경을 풀이해주소서. 저희에게 말씀하실 때 저희 마음이 타오르게 하소서.
주 예수님, 당신 사랑인 이 성체를 영할때마다 당신의 그 절절한 사랑을 깨닫게 하여 주소서.
주 예수님, 저희가 진정으로 부활하신 당신을 만나뵈옵도록 저희에게 천상 은총을 베풀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