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합동위령미사. 2017.10.4일
1.엊그제 축일미사를 마치고, 용문쪽에 있는 친구네 집에 다녀왔습니다.. 중학교때부터 친한 친구인데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나름 유명한 의사가 되었고, 작은 별장을 하나 만들어 주말마다 그곳에서 지내고 있는 친구입니다..
2.이 가을의 아침이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고요와 적막속에 맞는 아침의 청량감은 그야말로 청정함, 순수함 그 자체였습니다. 주님께서는 이 아름다운 자연을 인간에게 선물해주셨고, 인간은 그 자연을 통해 창조주이신 주님을 만나게 됩니다.. 자연속에서의 여유는 인간의 온갖 사심을 없애주고, 그 마음안에 창조주께서 선물해주신 그 본연의 아름다움을 회복하게 해줍니다..
3.화덕앞에서 맛있는 고기를 구어 먹으며 친구는 이야기합니다.
신부님,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말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모릅니다.. 정말 눈코뜰새 없이 공부했고, 실적을 발표했고, 가정은 등한시 하면서까지 열심히 살아왔네요.. 이제 주님께서 이곳에 작은 선물을 하나 주셨고, 주말마다 이곳에 와서 채소도 가꾸고, 나무도 심고 하면서 제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낍니다.. 좀 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네요.. 전에는 지고서는 못사는 성격이었는데 이제는 좀 져 주기도 하네요..손에 흙을 뭍히고 산다는 것이 이토록 소중한 일인지는 정말 몰랐네요.. 자연속에 있으니 제 마음이 좀더 순화되는 것 같아요..
4.그렇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말 치열하게 움직입니다.. 조금이라도 방심을 하면 언제 어떤일에 휘말릴지 알 수 없습니다.. 인구 천만이 넘는 이 대도시는 우리로 하여금 마음의 여유와 한가로움을 빼앗아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시골의 한가로움과 여유가 얼마나 그리운지 모르겠습니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온갖 감정들에 치이는 이 도시생활은 참으로 삭막하기 그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마음이 메마르면서도 열심히, 열심히 살아갑니다.. 왜? 무엇을 위해서 그리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일까요?
5.마침 그 자리에 신앙을 아직 갖지 못한 젊은 친구가 한사람 있었습니다.. 의사친구는 저 친구도 신앙을 갖도록 신부님이 설득해보라고 은근히 압력을 줍니다.
6.무엇을 위해서, 그리도 열심히 사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젊은 친구는 돈을 위해서 열심히 산다고 하더군요... 돈이 있어야 행복해질 수 있고, 가정을 지킬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생각만큼 돈 벌기가 쉽지 않아서 고민되고, 때로는 좌절을 한다고 합니다..
7.그래서 제가 돈버는 방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여러분도 궁금하시죠? 에이 경제생활도 안하는 신부님이 어떻게 돈버는 방법을 알아? 하는 생각이 떠오르시죠? 오늘 이 미사에 오신 분들에게 특별히 돈 잘 버는 방법 소개해드리겠습니다..
8.제가 군종신부할 때, 그때는 정말 젊은 신부가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메마른 군인들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제 마음속에는 항상 불만이 있었고, 군대라는 곳에서 사목을 하는 것이 젊은 제 열정을 죽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시간이 많았기에 낚시를 많이 하였습니다.. 근데 낚시라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날씨, 기온, 수온, 바람, 물속의 상황, 테크닉등 따져야 할 것이 정말 많습니다.. 낚시는 자연과의 싸움,또 자신의 마음과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저는 낚시를 할 때 절대로 자리를 옮기지 않습니다..내 자리에서 고기가 안나오고, 다른 자리에서 연신 낚아내도 제 마음의 유혹과 싸웁니다.. 기다리자, 기다리자, 인내심을 갖고, 자연을 즐기면서 기다리고, 기다리자... 언젠가는 올거야하면서 한곳에 집중하여 떡밥을 던집니다..
언젠가 밤새 낚시를 하는데 정말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오기가 생겨 밤을 새우는데 비까지 주룩 주룩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밤새 지쳐있는데 새벽이 밝아오는 아침, 갑자기 제 낚시대들이 요동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새물을 받아먹기 위해서 그 저수지에 있는 고기들이 그야말로 거의 다 몰려든 듯 했습니다.. 낚싯대를 물어가고, 찌는 쉴새없이 움직이고, 낚아채고, 다시 넣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날 마대자루로 거의 두 마대를 잡았습니다.. 그날 인근의 부대는 온통 매운탕 잔치를 벌였지요...
9.돈버는 이야기를 해준다고 하면서 왜 낚시이야기냐고요?
돈은 마음에 따라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돈을 향해서 나아가면 안되죠.. 내 마음에 질서가 있고, 평화가 있으면 돈은 나를 따라오는 것입니다. 내가 돈을 따라 살면 내 마음은 형편없이 무너지고, 설사 운이 좋아 큰 돈을 벌게 되더라도 한순간에 날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돈을 버는 전문지식도, 기술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내 마음을 키워야 하는 것입니다. 내 안에 질서와 안정감과 인내심과 평화와 기쁨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이 올바로 서야 돈도 나를 따라오는 것입니다...
10.진정한 물질의 축복은 바로 마음을 어떻게 키우느냐? 어떤 마음의 소유자이냐에 따라 달려 있는 것입니다...
11.그 젊은 친구는 또 이야기 합니다.. 신부님 제가 4살, 7살 두딸이 있는데 딸들은 좀 특이하네요. 왜요? 딸들은 참 징징대요. 저는 누가 징징대는 것이 너무 너무 싫은 성격인데 제 딸들이 저를 마음에서 너무 괴롭히네요.. 어쩜 제가 가장 싫어하는 징징을 하는것죠?
12.그 딸들이 참 효녀네요.. 아빠의 좁은 마음을 넓혀주고 있으니 말이예요.. 아빠의 가장 큰 단점을 그 딸들이 고쳐주고 있네요. 누가 충고한다고 마음에 받아들이겠어요? 딸이니까 괴로우면서도 참고 있는거잖아요? 이제부터 딸들의 징징을 내 마음을 넓혀주는 고마운 효도로 생각하심이 어떨까요?
13.그렇습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돈도, 가족도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마음은 그냥 내버려둔다고 커가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고, 가꾸어야 하는 것입니다.. 애정을 갖고 화초를 키우면 그 화초는 화사한 웃음으로 보답을 합니다.. 내 마음도 애정이 필요한 것이죠.. 이 힘든 세상을 사느냐고 내 마음이 얼마나 고생을 합니까? 내 마음은 하느님이 주신 것이죠.. 내 마음을 알려면 그래서 하느님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안에는 하느님의 모상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14.우리가 바라는 행복, 즉 돈도 필요하고, 가족간의 평화도 필요합니다.. 그 돈, 가족과의 평화는 바로 내가 내 마음을 어떻게 단련시키고, 키우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마음은 절대로 그냥 커가는 것이 아닙니다. 인내심을 갖고, 애정을 갖고, 열과 성을 다해 키워가는 것입니다..
15,오늘 복음에서 “이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찿아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
16.돈에 목숨을 걸고, 보이는 이 세상에만 목숨을 거는 사람은 한순간에, 단 한방에 그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음이 바로 서지 않으면, 마음이 올바로 커 있지 못하면, 그 모든 것은 허사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토록 열심히 살아왔건만 그토록 최선을 다해 돈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왔건만 마음이 제대로 서있지 못하면 그 모든 것은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17.모든 것은 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 부자가 될 수도 없는 것이고, 모든 사람이 다 권력을 가질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길이 있을 뿐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길, 그 인생길에 숨어계시는 하느님을 발견하는 것이 바로 내가 키워야 할 마음인 것입니다... 내 길도 아닌데 그 길을 가려고 하면 그것이 바로 헛고생이고, 개고생인 것입니다.. 나에게 주신 인생을 받아들이면서 그 안에 숨어있는 하느님의 선물을 찿아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18.내 마음이 올바로 서 있으면, 나에게 돈이 필요할 때 그 돈이 주어지는 것이고, 나에게 건강이 필요하면 그 건강도 나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내 마음만 올바로 하느님께 서 있으면 내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는 하느님께서 다 알고 계십니다..
“뿌릴 씨 들고 울며 가던 사람들, 곡식단 안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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