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의 데레사 대축일 2017.축일미사
1.아름다운 가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이 시기에 저의 축일을 맞아
기도해주시고 축하해 주시는 모든 분들의 마음에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2.사실 이번 축일은 연휴중에 있고, 교우분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하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금호동성당에서의 마지막 축일행사이고, 또 이런 기회에 교우들과 추어탕이라도 한그룻 나누고 싶은 마음에
어쩔 수 없이 승낙하게 되었습니다..
3.어제는 천보묘원에서 추석합동위령미사가 있었습니다.. 나라에서 우리 천보묘원을 위해
구리 포천간 고속도로를 놔주었습니다..예전에는 한시간반 걸리던 거리가 50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묘원뒷길로 톨게이트가 생겨 그야말로 신나게, 그리고 빠르게 다녀왔습니다.
4.이런 내용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특별히 이 천보묘원에서의 추석명절 위령미사는 매우 깊은 뜻을 갖고 있습니다..
한동네에서 오랜시간 같은 추억을 갖고 살아오신 분들이 이제 돌아가셔서도 한곳에 모여 있습니다..
죽음은 우리 인생사의 수많은 비밀들이 풀리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죽음을 통해서 희뿌연하던 인생사들이 비로소 이해가 되고, 의문이 풀리기도 합니다..
죽은 자는 살아있는 자들에게는 말할 수는 없어도 죽은 자들끼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계실 것입니다..
아 그래, 그때 그래서 네가 그랬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참 많이 오해하고, 미워했었네. 미안하네//
그때 자네의 마음깊은 곳에 있는 애환과 고통과 사랑을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구려...
나의 무지와 오해를 이제라도 용서해주게..
무슨 말인가... 나도 자네에 대해 참으로 많은 부분 오해하고 미워했었네,,
참으로 미안하네.. 용서해주게//
5.아마 이곳에서는 매일 밤마다 서로를 용서하고, 이해하고, 사랑을 나누는
천상의 잔치가 이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가만히 그속을 들여다 보면 이해못할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하더라도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6.한사람, 한사람이 들어올 때마다 어이 친구 왔는가? 애썻네,, 죽어서 만나니 더 반갑구먼...
자네도 조금만 지나면 우리가 함께 자라고, 살아왔던 세월들이
얼마나 죽어서도 고마운 세월인지를 알게 될 걸세,,,
이곳에서는 살아있을 때의 미움도 아픔도 없다네.. 다 하느님께 향하고 있고,
그 마음들은 원래 하느님께서 주셨던 천사의 마음이라네...
7.이곳 천보묘원은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천상의 잔치일 것입니다..
죽어서도 함께 계신다는 것, 또 당신들이 뿌리신 씨앗들이 언젠가는 이곳에 또 함께
모일 수 있다는 희망들은 죽은 이들에게도 매우 소중한 기쁨일 것입니다..
8.그렇습니다. 우리 공동체는 서울교구에서는 좀 특별한 공동체입니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이곳에서 살아오셨습니다..
그분들의 마음과 고통은 아마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일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태어났고, 자랐고, 지금 이시간까지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본당 역사가 50년이 넘었으니, 세월은 흘러 많은 것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함께 태어나고, 함께 자란 추억의 시간들은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한 끈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사가신 분들도 여건이 허락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십니다.
금호동 사람은 금호동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말씀들도 많이 하십니다..
또 어쩔 수 없이 이사가셨더라도 천보묘원에 연고를 두신 분들은 교적을 옮겨가지 않으십니다..
언젠가 이곳에 돌아오실 것이고, 죽어서라도 올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9.함께 살아오면서 온갖 삶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죽음을 함께 겪는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마음의 고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10.저는 이곳에서 사년넘게 살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왜 제가 이곳으로 부름을 받았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11.겉으로는 투박하고, 메마른 듯이 보이지만 속을 알고 보면 얼마나 순박하고, 정이 많은지 모릅니다..
세상살기가 어려워서, 너무 삶의 상처가 많아서 때로는 서로가 서로를 찌르는 가시가 되기도 하지만,
그래서 미워도 하고 원망도 하지만 그 마음깊은 곳에는 착하고 순수함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2.저의 작은 사목적 배려 하나에도 진심으로 감사하고, 감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느님께서 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실 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1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에서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 하는 질문에
어린이 하나를 불러 세우시며 너희가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성서에서 어린이란 표현은 힘들고, 억울하고,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 대우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삶의 십자가가 많은 사람들,
이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하소연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
선천적으로 나약하고 불완전한 사람들을 뜻합니다.
14.하느님의 자비는 바로 이런 어린이들것이라는 것이 성서의 정통적인 사상입니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특별히 총애하시고, 마음에 두신다고 말씀하십니다..
바로 성서의 작은자들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 세상에 의지할 것이 없으니 오로지 하느님께만 의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희망을 둘 곳이 없으니 오로지 하느님께만 희망을 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은 온갖 배신과 죄악으로 얼룩져 있어 엄청난 상처를 줄 뿐이지만 하느님께서
그들의 삶의 아픔과 고통을 알아주시기 때문입니다.
15.저는 이곳에 와서 정말 어렵고 힘들게 살지만 끝까지 하느님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시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가난한 이들의 것이고,
이 세상에서는 꼴찌이지만 하느님 나라에서는 첫째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삶의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비록 때로는 잘 표현을 못하셔도 참고 견디면서,
하느님께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16.또한 이곳에서 이 작은 이들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능력또한 많이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외지에서 오시는 분들이 한결같이 성당이 너무 이쁘다, 거룩함이 느껴진다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십니다.
모든 것이 다 교우들의 치열한 삶의 기도덕분입니다.. 이들을 너무 이뻐하시고, 아끼시기에
작은 기도에도 하느님께서는 크게 응답을 하시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 모든 것은 거만함도 없고, 잘난 척도 없고,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대해
때로는 힘들어 하지만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하느님께서 진정으로 사랑하시는
작은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7.하느님께서는 저의 작은 강론들을 통해 마음의 상처들을 치유하여 주시고,
저의 작은 본당 운영들을 통해 하느님의 정의를 가르쳐주시고, 저의 작은 사목들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심을 자주 체험하곤 합니다..
저는 A라고 이야기하는데 하느님께서는 그 사람에게 맞게 B라고 그사람 마음속에 새겨주시는 것을 보면
참 신비롭기 그지 없습니다.. 하느님의 능력과 자비로우심, 깊은 애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의 작은 자들안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신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8.오늘 특별히 우리는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대축일을 봉헌하고 있습니다..
데레사 성녀도 끊임없이 작은자가 되기 위해 평생 노력하셨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소화,
즉 작은 꽃으로 불리길 원했습니다.. 크고 화려한 꽃이 아니라 작은 꽃이 될 때
하느님의 자비가 함께 함을 성녀께서는 깨닫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19.이제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지나친 열등감이나 패배의식은 버려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시는 사람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자신감과
신뢰감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목숨을 바쳐 사랑하시고,
바로 천국의 첫째가는 사람으로 맞아 주실 것을 굳게 믿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 세상에서 작은 사람이라고 기가 죽어서는 아니되겠습니다..
우리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하느님의 사랑속에 있음을 굳게 믿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너희가 작은 사람,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아멘
'당신은복되십니다.향기로운선한목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중 제 27주일 강론 (0) | 2017.10.09 |
---|---|
한가위 합동위령미사 (0) | 2017.10.06 |
연중25주일강론 (0) | 2017.09.24 |
성 김대건과 성 정하상바오로 동료순교자 대축일 (0) | 2017.09.18 |
연중제22주일 강론 (0) | 2017.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