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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복되십니다.향기로운선한목자

20174.12 주님만찬 성목요일


2017. 4.12일 주님만찬 성목요일 강론     (세족례)


1.꽃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온동네가 꽃잎에 젖어 있습니다..

2.오늘 오전 명동성당에서는 성유축성미사가 있었습니다..

서울대교구에는 사제수가 900명에 이르고있습니다..그중에서 제 서열은 150번입니다.

미사전 모든 신부님들이 행렬에 참여하는데 부제들이 제일 앞에 서고, 새신부,

1년차 신부등의 순서로 신부님들의 행렬이 시작됩니다..

산술적으로는 제 앞에 750명이 서고 제 뒤로 150명이 서는 장대한 행렬입니다..

3.새파랗게 젊은 부제를 필두로 서품순으로 행렬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인생의 파노라마를 보는 듯 합니다..

저도 맨 앞에 서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어느샌가 제 뒤의 선배보다 앞의 후배가 몇배로 많아졌습니다..

어느새 세월이 이토록 흘렀나! 하는 생각과함께 그 세월동안의 수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그러면서 앞의 후배사제들을 보면 안쓰러워지기도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저희 세대보다 더 힘들고 고된 사제의 길을 걸어야 하는데 어쩌나!

그들의 젊음을 보면서 활기찬 힘도 느껴지지만 그들이 거쳐가야 하는

수많은 세월들의 아픔을 생각해보면 참 안됐다는 생각도 스쳐갑니다..

4.매년 이 행렬을 바라보는 느낌이 다릅니다..

오늘은 특별히 사제서품 50주년을 맞는 8분의 금경축 축하행사도 있었습니다..

옛날 같으면 50주년을 맞는 신부님들도 별로 없었고,

설사 있더라도 다들 몸이안좋으셔서 참석을 못하셨는데

오늘은 한분만 제외하고 모두 건강이 넘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5.교회안에서 사제로써 50년을 살아오셨다는 것, 그자체만으로도 감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세월동안 숨어있는 삶속에 얼마나 많은 기쁨과 슬픔, 환희와 상처로 가득 찼을까를 생각해보면

그 감동이 더 커져 갑니다.. 아마 하느님만이 헤아리시는 그분들만의 삶의 역사가 있으실것입니다..

아마도 하느님께서는 그 삶의 역사안에서 모든 것을 헤아리고 계실것입니다..

6.교회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교회와 사제는 과연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7.교회는 어머니와 같다고들 합니다..

어머니의 사랑속에서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듯이 우리 사제들도,또 우리 신자들도

교회의 사랑속에 세례를 받고, 고해, 견진, 성체, 혼인, 병자의 축복속에 살아옵니다..
저희 사제들은 특히 사제서품의 축복속에 살아옵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면이 많습니다..

내 삶은 나 혼자서 살아온 것이 아니라 교회의 사랑속에 살아온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사실 사랑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안에도 인간의 온갖 문제가 사랑과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사랑속에 살면서도 보이는 상처와 아픔속에 살아가기도 합니다..

8.우리의 부모님들이 아무리 사랑이 많아도 내 삶의 성장과정에는 부모님들도

어쩔 수 없는 상처가 있을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부모님들이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인 이상 완벽한 사랑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많은 경우, 보이지 않는 사랑,당연한 듯한 사랑에는 감사할 줄을 모릅니다.

뿐만 아니라 9개의 사랑중에 단 하나의 아픔과 상처에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때로는 분노를, 때로는 적개심을 갖곤 합니다..

보이지 않는 사랑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보이는 상처에 대해서는 얼마나 예민한지 모릅니다..

9.우리를 키우시느라 세상의 온갖 세파와 맞서 싸우신 어머니의 얼굴은 사실 아름답지 않습니다..

주름져 있고, 그 주름속에는 인생의 굴곡이 다 들어있습니다..

사실 그 얼굴의 굴곡은 자녀들을 위한 희생과 사랑의 표현이기도 한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많은 경우 그 주름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잘 깨닫지 못합니다..

오히려 나의 아픔만을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생긴 줄로만 여깁니다..

그러나 우리가 미처 다 알지 못하는 얼마나 아픈 세월들이, 기억들이 그 주름안에 숨어있겠습니까?

10.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상의 어둠과 악의 세력과 싸우고, 이 험한 세상에서 우리를 지켜내기 위한 교회의 사랑을

우리는 잊고 지낼때가 많습니다.. 아니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많은 경우 아픔과 상처만을 생각합니다.. 교회가 왜 이래,왜 이모양이야 하면서

불평만을 늘어놓을 때가 감사할 때보다 사실 더 많습니다..

소위 똑똑하다는 사람들, 힘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 심합니다..

11.어머니처럼 교회도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원망과 한탄만을 받을때가 많습니다.. 다

른 어머니와 비교하고, 자기 머릿속의 이상적인 교회와 비교당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아픈 것이기에, 고통스운 것이기에 진정한 사랑이신 어머니와 교회는

그 모든 것을 감수인내하십니다..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언젠가는 이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주겠지 하면서 침묵속에 기다릴 뿐입니다..

12.받은 사랑보다 자신의 상처만 기억하는 사람은 올바로 성숙될 수 없고,

그 상처도 치유받기 힘듭니다..

우리 인생에 있는 수많은 상처의 기억속에서 탈피하여 우리가

이미 받은 수많은 사랑을 기억하는데서 치유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보다 더 큰 어머니의 사랑을 기억하는데서

그어쩔 수 없는 상처들도 치유되는 것입니다..

교회에서 받은 상처보다 더 큰 숨어있는 교회의 사랑을 기하는데서 그

어쩔 수 없는 상처들도 치유되는 것입니다.

13.어머니의 얼굴이 더러우면 창피하다 하지 말고,

그 더러움을 닦아내는 용기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교회가 문제가 많다 하여 창피하게 생각하거나 피할 것이 아니고

어떻게 하면 교회가 사랑의 교회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올바른 삶의 방법일 것입니다...

14.어머니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교회의 사랑도 그 속에는 엄청난 우

리가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이 존재합니다...

15.사랑을 위해, 망가진 인간을 구해주시기 위해 하느님께서는 직접 아기의 모습으로

가난한 구유에서 태어나시고, 직접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주시고, 그것도 모자라

인간의 그못난 죄악들을 갚아주시기 위해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고, 그뿐만 아니라
오늘의 우리를 위해 제대위에서 성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사랑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16.이 엄청난 사랑을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십니다...

17.오늘 특별히 이 주님만찬미사에서 그 엄청난 하느님의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먼지만도 못한 존재, 정말 아둔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몸을 숙여 우리들의 발을 씻겨 주십니다..

옛날 하인들이나 노예들이 하던 굴복의 행동을 보여주십니다..

18.뭐가 아쉬워서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그 크신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님께서 그리하시겠습니까? 우리에게도 그리 하라 하십니다..

왜? 하느님께서 천지창조때에 주신 그 사랑을 회복해야만 우리가 올바른 인간으로,

하느님께 상속받을 수 있는 자녀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발을 씻어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인간에게 호소하시고,

애원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발. 제발 행복한 사람이 되어라, 그 마음속에 사랑의 능력을 회복하거라,

분노와 미움속에 살지 말고, 밝음과 맑음속에서 감사하며 살라고 애원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19.그자리에 없던 우리들을 위해서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성체와 성혈의 모습으로 나누어 주십니다..

그야말로 당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적나라하게 주시는 모습이십니다..

그냥 상징으로써가 아니라 실제로 당신의 몸을 바치심으로써

당신의 모든것을 아낌없이 주시는 완전한 사랑의 모습이십니다..


“너희는 받아 먹어라, 너희는 받아 마셔라,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요, 내 피다. 내 몸을 먹는 사람은 그 마음안에

사랑이 깃들게 될 것이며, 그 사랑의힘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 말씀해 주십니다.

20.이제 우리는 우리를 위한 진정한 사랑, 아낌없는사랑,

조건없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시는 그분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오로지 우리의 행복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

신짝처럼 내 던지시는 그분의 깊은 속내를 깨달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눈에는 인생의 상처와 아픔만이 보이겠지만, 사실 우리가 사는 이 인생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엄청난 하느님의 사랑이 함께 하는

너무나 고귀한 인생임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구하시고자 하는 너무나 귀한 내 인생임을

깊이 생각하도록 해야하겠습니다..

“주님, 그리스도의 희생을 기념하여 이 제사를 드릴때마다,저희에게 구원이 이루어지오니,

저희가 이신비로운 제사를 정성껏 거행하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