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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우아하게

주일날의 단상

 

모처럼 한가로운 주일

오랫만에 컴퓨터를 마주하고 앉으니 감회가 새롭다.

 

1월5일 귀국하여 척추관협착수술을 받은 둘째가

한달여 동안 몸을 회복하여 지난 9일 출국하고

 

둘째친구인 백교수도

 일주일 예정으로 어제 출국했기에

요한씨가 떠난후 석달여 동안

  덩그러니 비어있던  공간에

혈기왕성한

 68년생 젊은이 두명이 함께있으니

참 마음 든든했었는데...

 

나도 곧 아들의 뒤를 따라

 1월 31일 장장 여섯시간에 걸치는

디스크수술을 받았다.

 

두 모자가 같은 교수님께 디스크 수술을 받게되어

출국해야하는 아들은

친구인 백교수에게 나를 부탁하고 갔다.

 

나이가 있어 거동이 전 과 같지않게 불편한것이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지경이었는데

몸을 추스르는대로 나도 출국을 해야하기에

내가 돌아오는 7월 말까지

백교수는 적당한 집을  렌트할때까지

우리집에 기거하며 나를 돌봐주기로 약속했기에

 참 마음 든든하다.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하지만

유년시절부터 죽 보아오던 아들의 친구 백교수는

살갑기 그지없어

어머니 어머니 하며 곰살맞게 구는것이

아들하나 더 얻은것 같은 든든함이

나를 참 편안케 한다.

 

내  아들이 얻지못한 박사학위

.또 한명의 박사아들을 얻었음에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백교수가 떠나고 혼자 남은 나는

오늘저녁따라 왜 이리 춥지? 하며

히딩의 눈금을 올리고

혹시나해서 보일러가있는 베란다 문을 여니

창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맞아 그저깨 금요일날에 열어두었었지

 

세상에..

이 추운날 수도 얼어터지지 않은게 다행이다 하며

접이 의자를 펴놓고

몇번이고 올라서는 연습을 한 끝에..

간신히  창문은 닫았는데

수술후 오른쪽 다리에 힘이없고

저리고 아픈것을 생각 못했네.

 

오른발로 내디딘다는것이

힘없는 오른발이 지탱해주지못해

의자와 함께 나동그라져

하마터면 뇌진탕으로 죽을뻔했다.

 

그러길래 보호자가 꼭 필요한 것인데...

발가락 두개를 접질렀고 걸음이 안걸어져

오늘 주일미사를 참예하지 못했다.

 

 

나이들면 가족과 함께 사는게

 정말 축복받은 삶인걸 새삼 느낀다.

아마 우리집 아이들이 이 글을 보면

난리 난리 쳐댈것이 뻔 하다.

그러길래 함께살자고 그토록 애원하는데

엄니는 왜 고집피우고 안들어 오냐고 말이다.

 

참 난감한것이 혼자있어도 걱정이고

아이들과 함께하는것도 여간 걱정이 아니다.

오랫동안 떨어져 자기생활을 하다가

다 늙은 엄마와 합가하게되면

내가 잔소리가 심한 옛날시어머니가 아닐지라도

며느리는 은연중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것이며

 

아들또한...

미국생활에서 사소한것 이것저것

의문이 많은 내 질문에

제대로 공손하게 대답해주지않고

귀찮케 여긴다면

나는 너무 실망하고 슬플것 같아

합가하기를 지금껏 꺼려 왔었다.

 

나이들면 아무것도 아닌것에

 눈물은 왜 그리 주책없이 흐르는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 달라는 아들들이 정말 고맙다.

 

 

이렇게 혼자서 한가로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것도

응봉산에 떠오르는 붉은 아침해를 바라보는것도

햇빛에 시시각각 변화되는 빌딩들의

유리창을 물들이는 빛의 향연도

여름 오후가 되면 한강에 드리우는 황금빛 그림자도

나에게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어 행복하다.

 

 

저녁이면 멀리 백몇층이라는

롯데월드 타워의 명멸하는 불빛과 

 

강변도로를 휘황한 빛줄기로 물들이는

자동차들의 끊이지 않는 행열도

 

소리없이 달리며 사라지는  지하철의 날랜모습도

 

한강 둔덕에  피곤한 날개를 쉬는

떼지어 앉은 왜가리들의 모습도

그리 이쁠수가 없다.  

 

백세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들이

나이와는 무관하게 아직도 소녀적 감성그대로

문학소녀처럼 작은것에도 감동하고 감격하며

있는 그대로의 사물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으며

일상의 평범한 생활에서도 행복함을 느끼며

감사하는 삶을 살고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아름답고 우아하게...

겸손하고 예의바르게

작은 정성에도 큰 감동으로 되갚아주며

언제 누구를 만나도

다정하고 고운 웃음으로 맞으며

처음 만남도 십년지기처럼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나는 언제나 ..

누구에게나 ..

향기로운 여인으로 기억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