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 도착하고 벌써 어영부영
하는일 없이 한 달 이 훌쩍 넘어가 버렸다.
한가지 변한것이 있다면
서울에선 언제나 밤중형 인간이던 내가
이곳에와선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고 있는것이
8시면 학교에 가야하는
손녀딸 유리와 한 방을 쓰고있기 때문이리라
어린 손녀딸이 맞춰논 알람소리에
7시 30분이면 두 눈이 자동으로 번쩍 떠 지기 때문이다.
마음 속으론 한시간만 더 자자...
일어나기가 죽기보다 싫지만..
할머니가 되어가지고 한숨 더 자겠다고
모른채 눈을 감고 있기도 그러하거니와
분주하게 오가는 며느리의 발소리를 들으면
오던 잠도 확 달아난다니까..
집에서 새던 바가지 들에가면 더 샌다...는
세상 무서운줄 모르는 독불장군 쏘피아도
아들 며느리집이 호랑이보다 더 무섭긴 한가보다싶어
혼자 쿡쿡 웃을때가 많다.
도착하고 일주일 열흘이 문제이지
시차도 말끔하게 적응되었겠다...
며느리가 이 시엄마를 위해 야심차게 준비해 놓은
프로그램 따라가려니
아..이제는 나이가 먹었다고 몸이 말을 안들어주네
월.수.금 오전 8시부터 1시간동안
며느리와 함께하는 요가교실이 끝나면
25미터 수영장 4레인이 텅텅 비어 있으니
30분동안 자유형했다 배영했다 평영했다...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그도 실증나면
뜨거운물 용솟음치는 월풀에서 20분....
러닝머신.싸이클링 수중체조등등
그것도 3월에 등록하면 시니어특별활인 15불로
샴버그 시립체육관 모든 시설 프리패스란다.
매주 수요일은 며늘아이가 8주등록해 놓은
도자기교실에서 같이 수업을 받는다
둘째손녀 정민이가 다니는 엘진 시립 유치원
같은층에 도자기교실이 있어
9시 30분 정민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동안 진행되는 도자기수업은
선생님이 말이 안통하는 초보자인 나를 앉혀놓고 시연을 보여주면
눈치껏 따라하는 수업인데
말귀는 못알아 들어도 눈치하면 한 눈치하는 코리안인 나는
두시간동안 여기 저기 다른 회원들의 작품활동을 훔쳐보면서
그날의 소재를 거칠지만 비스므리하게 흉내내어
얼른뚝딱 만들어 놓은 작품들은
내일 모레 유약을 바른다고 하네
지금까지 여섯개정도 만들었는데
며늘아이 솜씨를 따라가자면 몇달을 고심한다해도
어림반푼어치도 없게 생겼다.
다 늙어서 말도 못알아먹는 도자기교실에서
두시간동안 끙끙대고 왔다고
이렇게 멋있는 간식까지 대령해주니
아이구..고맙고 또 고맙지
울 며느리 넘버원이다 해싸면서
사진한장 남겨놓았으니 망정이지..
그냥 발사믹 뿌린 치즈맛을 음미할 시간도 없이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없어지고 말았다.
울 유리어미는 어찌 내 입맛을 그리 잘아는지
간식이라도 같은걸 두번 내놓는걸 못봤다.
직장생활하면서 언제 이런걸 다 배웠는지
먹을때마다 며느리솜씨에 고개가 주억거려진다.
어제도 올가닉 홀푸드마켓에가서 내가 좋아하는
오색당근이랑 토마토 잔뜩 사가지고 왔는데
오늘저녁 간식은 또 어떤것으로 감동을 주려는지
시어머니 심술보도 아니라면서
은근히 새로운 간식에 기대를거는
오늘은 청명하고 따뜻한 4월 마지막 월요일 아침나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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