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동창회에 모습을 들어내지 않던 친구가
알고보니 뇌출혈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이다.
20 여년 넘게 한달에 한번씩 만나던 동창회
어느날 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니
다른 친구를 통해 소식을 전하기를
미국의 아들집에 일년여를 지낼 예정이라
귀국 하는대로 동창회에 나올것이라고...
그 나마 궁금증을 풀어주는 소식이었다.
그러기를 벌써 일년여...
아직이냐 여태도...
언제쯤 귀국하여 얼굴 볼수있을까
모두들 궁금해 했었는데
세상에나 ...
알고보니 미국에 갔단말은 거짓말이고
뇌출혈로 반신이 마비되어
요양병원에 휴양을 하고 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들었다.
밝고 명랑하고 솔직 담백하고
무슨 옷을 입어도 어찌나 소화를 잘 해내는지
낼 모래가 70을 바라보는 우리 동창생중에
유독 이 친구만은
요즘 잘 나가는 미씨스타일을 뽐냈었는데...
어쩌다가 뇌출혈이 되어 그 고생을 하고 있다니
보고싶기도 하고 안부도 많이 궁금하였고...
하지만 본인이 친구들을 만나기를 꺼려 한다니
소식이 있을때까지 모두들 기다리기로 한것이
어언 1년 하고도 4개월
드디어.. 친구들이 보고싶으니
찾아와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갑작스레 만남이 정해진 터라 연락이 되는 친구끼리
전철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에서 만나기로 한것이
6월 5일 오후 3시였다.
좀 더 이른 시간에 만나면 안되겠냐고 물었더니
오후 3시까지 물리치료를 받는다고 하네....
이러저리 연락이 된 친구 11명
모두들 상기한 모습으로 전철역에서 만났다.
친구가 요양하는 병원이 모두들 초행이라
일단은 4명씩 짝을 지어 택시로 ...
참 요양병원까지 가는걸로 해결을 봤다.
정릉 골짜기...
지난번 삼원사를 다녀갔던 길로 접어 들었네
절도 많고 수목도 우거지고
완전 별세계 같다.
도로 옆으로는 수목이 우거져 아취를 이루고 있고
코에 스미는 공기도 어찌나 상큼하던지...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이렇게 신록이 푸르르고 공기가 좋은 곳이 있다니...
40 여년을 금호동 토박이로 뿌리 내리고 살아온 나는
정릉이 이리 가까운곳에 있는지 몰랐다
여하튼 어딜가던 서울 촌 아지매꼴을 벗어나지 못한다.^^
줄장미가 요염한 모습으로 우리 일행을 반기고
나비와 벌들이 바쁘게 노니는 산책로 같은 도로변의 모습이
너무 이채롭기까지 하다.
나는 참 요양병원이라고만 알았었는데
사진을 보니 노인전문병원이었네
어쩐지....환자 대부분이
모두들 머리가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더라니....
참 요양병원은 깨끗하기가 5성급호텔 수준에다
로비에는 안락한 탁자와 의자가 셑트로
아무리 많은 방문객이 오더라도 불편함없이
여유롭게 환자면회가 이루어 지도록 되어있었다.
로비의 인테리어로 봐선
유럽의 특급 호텔에도 뒤쳐지지 않는
화려함과 청결함과 우아함이
이곳의 환자들이 쾌적하고 평화로운 환경에서
더 빠른 치유를 받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요양병원이라면
종합병원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생각했었는데
이 곳에 방문을 하고는
보편적 고정관념의 틀을 깨어야 한다는걸 느꼈다
참 요양원의 인테리어는
바닥의 대리석도 천정의 격조높은 샨데리아도
마치 고급 웨딩홀을 방불케하는 최고급 시설이어서
이 곳에서 요양하고 있는 환자들은
참으로 행복한 ..소수의 선택받은
분들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복을 입고 있어도 귀티가 흐르는....
작년 2월 9일에 발병을 하였다는데
투병생활 어언 16개월
본인 생각으론 1년이면 다 나아서
동창회에 나갈수 있으리라 생각했단다.
아직도 제대로 걷지 못하여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지만
왼팔과 손을 그리고 손가락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것이
꾸준한 운동의 덕분이라며....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찾아와 주어 너무 행복하다며
그동안 친구들이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모른다며
지금은 휠 췌어라도 앉아있을수 있지만
일년여를 팔 다리가 제멋대로 돌아가서
일어나지를 못해 누워서 지냈다고 하네..
로비에 붙어있는 커피숖에서
향기로운 커피를 앞에두고 이야기 삼매경.,,,
그래 친구들아 건강할때 여기저기 마구 쏘다니자꾸나
더 늙어지면 미국이고 구라파고 간에 민폐만 끼치게 되니
한 나이라도 덜먹어 부지런히 노세~ 젊어서 놀~아~
늙고 병 들면 못 노나니~~~!!!
오늘 친구를 방문해서 새로운걸 배워왔다.
우리 동창중에 몇년전 홀로된 친구가 있는데
직접 경험한 일이었다고 한다.
딸 둘과 아들이 모두 출가하고
혼자서 50평대 아파트에 살고있는 친구가
어느날 딸과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갑자기 가슴이 몹씨 아프면서 수족이 힘이 빠지면서
쓰러질 지경에 놓이게 되었단다.
그래서 꼼짝을 못하고 침대에 쓰러졌는데
딸이 주차장에 차를 대기해놨으니
빨리 내려오라고 했는데 움직일수가 없어 못내려 간다고...
딸이 달려와 키 번호를 눌러 현관을 열었지만..
그때 경험을 생각하면 절대로 혼자산다고
잠금장치를 여러개 하면 안되겠더란 이야기였다.
지금 참요양병원에 입원한 친구도
남편이 골프여행으로 집을 자주 비워
혼자 지낸다고 현관키를 3개나 걸어 잠구었는데
마침 뇌출혈로 쓰러지던날
밖에서 볼일 보느라 점식도 굶고 저녁늦게 집에 도착해서
싱크대에 기대서서 밥 몇술뜨고
머리가 너무아파 두통약을 먹으면서
갑자기 친구가 한 말 생각나서 잠금을 다 해제했다가
잠들면서 다시 모두 잠구어 놓았다네
지금 생각하면 바보같은 짓이 밖에서 볼일보고
맛이는것 사먹고 들어와도 되는데
뭐할라고 남편도 여행가고 없는 빈 집에
부랴사랴 돌아와서 물 말아 김치쪽으로 저녁을 때웠는지
생각할수로 바보짓이고 웃음이 난다고 했다.
허기진 배를 겨우 진정시키고
평소 불면증으로 고생한 친구가
이저 저리 뒤척이며 겨우 눈을 부친것이
아침에 잠이 깨어 화장실을 가려는데
갑자기 다리가 제멋대로 휘어지더니
왼쪽 팔과 손가락이 제멋대로 돌아가더란다.
이게 웬일인가 싶어 주물러도 통제가 안되고
팔이 막 돌아가면서 손가락이 비틀어져서
죽는가 싶어 피를 내려고 손가락을 마구 깨물었단다.
마침 머리맡에 휴대폰이 있어
아들에게 전화를 해서
엄마가 지금 사지가 마비되어 움직일수 없으니
빨리 달려와 나좀 살려달라고 했는데
3개씩 걸어잠근 현관문을 열지 못해서
더욱 치명적이었다고 한다.
지척에 살고있던 아들 역시도
전화받고 금방 달려왔지만 문을 열지못하고
급한김에 119를 불렀지만
119역시 정교하고 튼튼한 잠금장치라 열지못하고
잠금장치를 해준
열쇠수리공을 수소문해서 찾아
겨우 문을 열었을때는
친구는 이미 혼수상태에 빠졌었다고 한다.
나좀 살려달라고 전화하고
문밖에서 아들이 엄마 지금 문 열려고 하고있으니
조금만 더 버티라고 하는말을 들은 기억은 있는데
중환자실에서 수술이 끝나고 나서
이틀후에야 정신이 들었다고...
이렇게 될줄 알았으면 사다리차로..
유리창을 부수고라도 ..
현관 문틀을 잡아 빼냈거라면 좋았을껄
왜 문을 꼭 열어야 한다는 생각만 했는지
모두가 너무 놀라 혼이나가고 정신이 나가서 그랬겠지....
혼자있다고 ...도둑 든다고 ...
현관문 잠금장치 여러개 할게 아니라며
가족 모두가 알수있는 번호키 하나로 족하지
잠금장치 해제를 빨리 못해서
빨리 손을 썼으면 경하게 올수있는 병을
현관 여는데 시간을 너무 지체하는 바람에
1년반이 되도록 치유가 안되고
아직도 얼마를 더 치료를 받아야 완쾌가 될런지 의문이라며
잠금장치가 화가 될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는데
이런것도 염두에 두고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만에 만났지만
그래도 죽지않고 살아있고
왼쪽 수족을 쓰지 못하지만
볼수있고 들으수있고 말할수있음이 행복하다고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휠체어라도 탈수있음이 감사하다는 친구!!
하루 빨리 완쾌되어
한달에 한번씩 만나서 수다떨고
맛있는것 먹고 수목원 구경도 가고
경치좋은곳 여기저기 여행다니고 하자며
우리 모두 손가락 꼽아가며
친구가 동창회에 나오면 하고싶은 열가지
손가락 꼽아본다
친구야...그만하기 다행이다
그래도 너는 복이많은 사람이야
남편과 아들들의 지극한 사랑이 있으니까 말이다
빨리 나아서 하하호호 웃으며 옛이야기 하자꾸나
그까이꺼~
용기를 내어
뇌출혈쯤은 거뜬히 이겨내 보자구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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