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성우회 모임이 경복궁에서 회식이있어
금호역에서 3호선을 타고 매봉역 까지 가게되었다.
11시 5분에 전철을 타고 교대쯤 갔을때
객석을 가로지르는 키가 아주 작은 소년하나가 있어
자연히 눈길이 그리로 향했었다.
흔히 말하는 난장이 ..왜소증인 사람들은
키만 작은것이 아니라 모양도 일반인들과 달리 보이는데
이 소년이야말로
키가 한 1m20 쯤 되어보이는 아주 작은 키에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만큼
15-6세쯤 되었을까?
얼굴은 쌍가플진 서글서글한 눈에 콧대가 우뚝하고
아주 선량한 표정에 귀엽고 복스러워 보였는데
전철안에서 만나는 구걸하는 사람들이
종이에 메세지를 적어 무릎위에 놓고 한바퀴둘러
걷어가면서 돈을 구걸하는것이 아니라
특정인들에게 뭐라고 말하고 그냥 지나가는 거였다.
모임에서 점심을 먹고 수다를 떨다가
다시 3호선을 타고 돌아오는 중에
압구정역을 출발하면서 ,,
그 소년을 다시 만나게 된것이다
1호 객차에서
내가 타고있는 2호 객차로 들어오면서
노약자석에 앉은내게
곧바로 오더니
내얼굴 바로 10cm...
코앞에 얼굴을 드리밀고
누가 들을세라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말이
"할머니 이틀을 굶었더니 너무 배가고파 그러는데
라면 하나 사먹게 도와주세요"
이러는 거였다.
얼른 가방을 열고 보니 마침 천원짜리 3장이 보여
라면 사먹으라고 주었더니 고맙다고 몇발작 떼다가
다시 노약자 석으로 돌아와
마침 비어있던 가운데 자리에 털썩 앉더니
오늘 일을 너무 많이해서 좀 쉬어야 겠다면서
나에게 말을 꺼냈다.
"할머니 나 이쁘게 생겼지?"
"그래 참 이쁘고 귀엽게 잘 생겼다 "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손거울을 꺼내
이리저리 얼굴이며 머리를 매만지더니..
"할머니..내가 이렇게 이쁘게 생겨서
다른 사람들 보다 수입이 많아
보통 구걸하는 사람들이 앞을 가로지르면
사람들이 재수없다고 싫어하는데
나는 사람들이 모두 좋아해"
"그래 다행이다
배 고프다면서 얼른가서 라면 사먹어야지"
"사실 오늘은 벌써 일당을 벌었는데
조금만 더 벌고 갈려구..."
"너한테 일당도 있어?"
"어 보통은 하루 30만원 버는데
오늘은 50만원 다 됐어 할머니한테 보여줄까?"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보여주는데
세상에...기가막혀
아무렇게나 겹쳐진 돈이
그 소년의 손으로 한웅큼
대여섯장의 만원짜리에
붉은색 오천원 짜리...
그리고 천원짜리 등등
눈 어림으로도 50만원은 훌쩍 넘어갈것 같았다.
"이걸 오늘 다 벌은거야?"
"어..보통은 10시쯤 부터 나오는데 오늘은
다른날 보다 벌이가 좋네
할머니 내가 한달에 얼마버는지 모르지?"
"내가 너를 오늘 처음 만났는데 얼마버는지 어떻게 알겠어?"
"할머니 놀래지 마..."
"이래뵈도 내가 월수 천만원 버는 사람이야"
"세상에 너같은 어린애가 한달에
천만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알기나 하고 말하는거야?
" 어 할머니 이 바닥에서 구걸해서 돈벌라면
기술이 있어야돼
하루 삼십만원 버는것쯤은 문제도 아니야
그게... 다 기술이 있어야 하거든"
"무슨 기술로 돈을 버는데"
"아..내말은 구걸도 기술이라니까...
내가 말하면 한사람도 거절하는 사람이 없어
다 귀엽다고 돈을 많이 주거든
양복입은 월급쟁이들에 비하면 내팔자가 상팔자지
보통때는 3시면 집에 들어가는데..
나도 이젠 집에 가야지"
학교는 다녔느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압구정에서 금호역까지
3분안에 도착하느라고
더 이상 물어보질 못했다.
내가 금호역에서 내려야 한다니까
할머니 담에 또 만나...그러는 거였다.
세상에...구걸로 한달에 천만원을 벌고 있다니
기가막히고 입이 딱 벌어지는거였다.
이렇게 쉽게 ...
그 아이 말대로 월수 천만원을 번다면...
그 돈은 어떻게 쓰여질까?
제발 누가 그 아이를 조정하거나
나쁜일당들에게 둘러쌓여 있지 않기를..
제 부모가 있다면 월수 천만원이 아니라
억만금이 생겨도 학교를 보냈을터인데...
집으로 돌아오는 계단을 오르면서
그 아이의 선한 눈망울이 계속 떠올랐다.
처음 보는 나에게
어떻게 주머니의 돈을 다 꺼내
보여주었을까?
그리고 속에있는 말을 미쳐 3분이 안되는 동안
다 쏱아 놓았을까?
그리고 왜 나한테
친 할머니에게 하는것 처럼 반말로
자기 이야기를 털어 놓았을까???
온갖 생각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어제 오후
장구를 갔다가 시장을 잔뜩봐서
양손에 무겁게 들고
막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는데
초등학고 5-6학년쯤 되는 사내아이가
계단을 내려오면서 나한테 말했다.
"할머니 50원만 주세요"
"50원 ? 50원으로 뭐하게?"
" 마을버스 타야 하는데 50원이 모자라서요"
지갑을 열어보니 100원짜리 3개가 있어
집어주면서
" 이거면 되니?"
"네..고맙습니다"
그러면서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아이구 귀여운 놈....
세상을 살면서
별.별..별
경험을 다 하고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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