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불어난 식구들 뒷 치다꺼리 하느라
블로그와 담 쌓고 살다보니
에효~
휴가때 찍어온 사진이 곰팡이가 날 지경인데
지금으로 부터 임시저장고에서
두달여 동안 낮잠자고 있던 귀중한 추억들이
햇빛을 보려는 찰라에 온 것이다
각설하고...
지난 7월 19일
서울생활 43년만에
나도 평생에 처음 1박2일
바캉스라는걸 가게 되었다.
그것도 우리가 무슨 부자라서
별장이 있는것도 아니고
유명한 피서지에 콘도가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콘도를 가지고 있는 친척도
하나없는 주제에...
초가삼간 이라도 좋으련만
태어나고 자란 시골 고향땅에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허물어져가는 오막살이가 있느것도 아니고..
70평생 살면서
집과 금호동 밖에 모르던 내게
바캉스라니..아~놔 바캉스
아무리 철딱서니가 없기로서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시방!!
나와는 아무 연관없는
바캉스인지 방캉스인지를
지금껏은 남들이 가면 가나부다
오면 오나부다
바캉스족들로 고속도로가 미어터진다면
그런가부다...
참..이 나이 먹고 살면서
자식들에게 조금은 부끄러운게
능력없다는 소리 듣게 될까봐
항상 강조하던 말은
우리처럼 열심히 열심히
옆도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 만 바라보면서
남들이 놀때 일하고
남들이 일할때는 잠 안자고 일해야
성공한 삶을 살게 되는거라고
늘 구차한 변명을 해대면서
아이들에게 휴가니 바캉스니
그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준것은
30여년전 동네 친목계 회비 모아둔걸로
열두가족이 합동으로 버스 대절해서
강릉 경포대 당일치기 한 것이
유일한 휴가요 바캉스요 해수욕이 었었다.
참..지금 생각하면 구차하게도 살아온
인생막장같은 시절을 살아온것이다
그런 내게 딸이 바캉스를 가자고하네?
웬 바캉스 같은 소릴 하냐고 했더니
초등학교 동창생이
안면도 리솜 오션켓슬에 영양사로 근무한다며
디스카운트까지 해준다고
날을 잡고 예약을 했다고 하는데
안 가면 친구가 불이익을 당한다면서....
바캉스 문화의 문외한인 나는
집이 백번 더 편한데
이 더위에 방방뛰는 애를 데리고
무슨놈의 바캉스냐고
안간다고 안간다고 버팅겼는데
요놈의 손녀딸 지원이가 인상 팍팍 구겨가면서
한국와서 수영장도 한번 못가봤는데
자기 혼자라도 오솜인지 리솜인지 갈꺼라고
박박박 우겨대는 바람에
고마 할수없이 보따리를 싸고 말았다.
아이구..
길 떠난다는게 얼마나 힘드는것인지모르는 앤디는
바캉스라는 말에 파란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OK 바리 예~예~예~
나 바캉스 무~지 좋아해요 해싸면서...
몇년동안 고속도로 라고는 올라서 보지 못한 나 대신
앤디가 운전을 하기로 하고
하루 전 날 부터
구닥다리 네비케이션을 충전하여 주소를 찍어놓고
새벽바람에 기세좋게 떠났는데
아이구..세상에
진짜로 바캉스족들이
고속도로를 주차장이 방불하도록 가득메우고 있더만..
한남대교를 탔으면 바로 경부고속도로
진입을 했겠구만
이놈의 네비게이션에다
출발점으로 우리집 주소를 찍은게 잘못이었다
네비 가라사대...
동호대교를 타고 어쩌구 저쩌구 헤싸니
고속도로 왕초짜 앤디..
좌 로 갔다 우 로갔다
최불암선생의 짝이 난것이다
이산이 아닌개비여
저산도 아닌개비여 하면서...
애매모호한 구룡터널부근에서
1시간 가까이
뺑뺑이를 돌며 헤매다가....
이판사판이다
이번에도 아니면 집으로 go~다
의견일치를 봤는데
어쩌다 요행수인지
아니면 ...
평생 바캉스 한번 못가본 소피아를 불쌍하게 생각하신
하느님께서 가상타 여기시고 인도를 하셨는지
제자리를 찾아든지 거의 6시간 만에
안면도의 오솜인지 리솜인지 하는
오션캣슬에 도착한것이다.
가는동안은 두 벼락방망이들이
어찌나 장난을치고 나부대는지
뒷자리 중간에 짱 박힌 나는
허리가 부러지는줄 알았다.
내사 마..가진 돈도 없지만...
생 고생 사서하는 바캉스라는걸
바보 멍텅구리가 아닌이상
갈 이유가 없다 켔잔냐고 시방!!!
우여곡절 끝에 찾아든 리솜 오션켓슬
오 예~
경치도 좋을시고!!!
위풍당당
위용을 자랑하는 리솜 오션켓슬앞에 엄메 기죽어~
진짜로 잘 와부렀어이~
경치좋고~ 풍광좋아
리솜 오션켓슬 따따봉!!!
하늘빛 이처럼 아름다운데
흰 구름마져 반겨주는 지고~
그토록 비밀리에 행차했건만...
어느새 우리 패밀리 납신다고
이토록 깨끗이 빗질까지 끝낸 도로에는
경호원과 만국기만 안걸렸지 없는것 없이 다 있더라~
발목 깊이밖에 안되는 안면도의 푸른물결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섬이 한폭의 그림을 보는듯하다
뭉게구름이 흡사 퍼레이드를 하듯
서편 하늘에서부터
줄지어 달려나오며
우리 패밀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땡큐~ 고마와
석양도 내리기전
황금빛으로 반사되는 낙조의 황홀함에
미치고 팔짝 뛸뻔 하였다.
딸 친구가 보내준 과일접시
아이고..세상에나...
하나로 마트에서 귤이며 과일 잔뜩 사가지고 왔는데....
고마워서 이 일을 어쩌냐
금강산도 식후경..
부지런히 저녁밥을 해서 먹이고...
줄리안은 오로지 김김밥밥...
과일 바구니에 이어
아이스크림 케익까지 보내준
딸래미의 고마운 동산초등 동창생
아이스크림 녹는구만...
촛불은 양초 따라온 수대로 켜놓고...
고모 친구가 보냈으니 지가 끄는거라며...
마이가레를 외치는 민서보다
한발 빠르게 훅훅 입김을 불어넣는
상큼지원이
아이구..사진 흔들렸다 원씨야!!!
세상에...
난생처음 바캉스라고 왔는데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는 서쪽하늘의 아름다운 낙조에
세상에 세상에 어쩌면...
그 밖의 말은
더 이상은 필요없었다 .
새해 달력에서나 보던 아름다운 경치를
이렇게 사진으로 담을수있는 기회가
내게도 오는구나 싶어
바캉스 오기를 백번 천번 잘했다고....
21일이 고조부님 기일만 아니었던들 ..
2박3일있었면 얼마나 좋았으랴....
아쉽고도 아쉽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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